하루에 세 끼 밖에 못 먹는 인생, 한 끼라도 맛 없는 것으로 채우고 나면 묘하게 화가 나는 체질이라 식당에 가기 전엔 검색이라도 꼭 해 보고 가는 편이지만
이 날은 점심부터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그냥 크고 그럴듯해 보이는 건물로 들어갔던 기억입니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던 합정의 치즈 보스코.
저녁 시간이 되기 직전이라 사람 없이 조용하게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두 개 층으로 되어 있어서 좌석은 꽤 많은 편이구요, 2층이 더 조용해서 좋았어요.
어딘지 연인들을 많이 배려한 듯한, 익숙한 소개팅 플레이스 분위기(?)
물론 치즈 전문 식당이라는 컨셉도 그렇구요.
여성분이 안쪽에 앉으시면 이렇게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구조라
소개팅 애프터 장소 정도로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야외 테라스 좌석도 있어서 날이 조금 더 더워지면 밖에서 먹는 재미도 쏠쏠하겠어요.
이 날 시킨 메뉴는 크림 소스 리조또와 떠먹는 피자입니다.
식당 이름에 맞게 메뉴 대부분이 치즈 요리구요, 비쥬얼도 역시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알록달록.
- 왠지 아저씨는 점점 식탁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느낌, 숟가락도 넣기 힘들어지는 Feeling -
두 메뉴 중에서는 이 리조또가 더 맛있었습니다.
치즈 양도 많고 간이 좀 짤쪼름하긴 했지만, 입맛 돋우기에는 좋더군요.
반면에 이 떠먹는 피자는 조금 아쉬웠던 게,
치즈 전문 가게인데도 치즈의 비중과 퀄리티가 생각보다 높지는 않았고,
도우가 마치 부드러운 식빵(?)의 느낌이라 피자 같은 재미는 없었습니다.
보통의 떠먹는 피자라면 도우가 거의 없는 그냥 '범벅'인 곳이 많아 이 피자도 그렇게 예상했는데,
예상 외로 어엿한 빵이 있어서 반가웠어요. 하지만 그 빵이 생각보다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가끔 식당을 선택할 때 맛과 분위기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둘 모두를 만족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 말이죠.
이 치즈 보스코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좋은 분위기, 예쁜 요리.
그래서 음식보단 이 곳의 분위기가 더 기억에 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