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세 번째 라이딩은 고민이 많았죠, 비 예보는 없었지만 날씨가 잔뜩 흐려서, 그래서 나가기 귀찮기도 했었죠.
그래도 주말이 아니면 딱히 기회가 없으니 억지로 저를 내보내 봤습니다. -그만 좀 게을러라-
줄곧 집에서 중랑천을 따라 한강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탔는데,
안 그래도 귀찮은 마당에 매일 같은 코스가 요즘 부쩍 지겨움을 북돋았던지라 이 날은 지난 첫 번째 라이딩의 종착점이었던 동작대교부터 라이딩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전철을 통해 4호선 동작역까지 간 후, 여의도를 지나 '갈 데 까지' 가 보기로 한 세 번째 라이딩.
날씨가 우중충해서 경치를 보며 달리는 상쾌함은 덜했지만 햇살이 없어 따가움도 덜했습니다. 이렇게 흐린 날 라이딩은 오랫만인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비를 맞기 시작하면 몸과 자전거가 함께 무거워진다는 것이 함정-
생각보다 길어진 이 날의 라이딩은 예상치 못한 먼 곳까지 이어졌습니다.
언젠가 '정말 정말 먼 한강 다리를 가 보고 싶어서' 왔었던 방화대교까지 도착한 게 라이딩을 시작한지 약 40분 쯤이었어요.
집에서 반포대교까지가 한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니 새삼 서울이 생각보다 작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방화대교가 이렇게 가까웠나 싶은 생각까지.
원래 제 라이딩의 특징이라면 중간중간 멈춰 서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는데요, 그래서 시간도 오래 걸리죠.
하지만 이 날은 궂은 날씨 덕분에(?) 방화대교에 도착할 때까지 사진 한 장 찍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쉴 시간도 없었..-
제 기억에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가진 한강 대교'로 남아있는 방화대교는 낮에 봐도 색깔이나 풍채(?)가 참 좋습니다.
날씨도 화창했다면 시드니 못지 않은 절경이 되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오늘의 라이딩 목표였던 책을 한 권 펴고 누워서 보다가, 물도 한 잔 하고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며 날씨 덕분에 더더욱 쓸쓸한 풍경 몇 장을 찍어봅니다.
그런데,
비가 왔어요.
다리 아래 숨어도 바람을 타고 커브로 들어오는 빗줄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달려보기로 합니다.
'예보에는 비 없는데' 라고 궁시렁대며 열심히 페달을 밟았죠.
비를 맞아서(라고 생각합니다) 몸도 자전거도 한결 무겁습니다.
또 그런데,
오는 길에 윤중로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윤중로는 꽃망울이 터지지 않았더라구요,
'다음 주말 쯤이면 봄 냄새 진동하겠네'
라고 중얼거리며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윤중로 벚꽃놀이를 미리 둘러봅니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꽃이 터지기 시작한 '2015 윤중로 Prologue'를 감상하러 이미 많은 분들이 오셨더라구요.
벌써 이렇게 주렁주렁 벚꽃 달린 나무도 간간히 있구요.
글을 쓰는 4월 8일 오늘부터 윤중로의 교통통제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라이딩이 토요일이었으니 불과 나흘만에 꽃망울이 다 터졌네요.
그래서 다음 라이딩도 이 쪽으로 향해볼까 합니다 :)
그 땐 오늘보다 훨씬 더 즐거운 라이딩이 되겠죠,
아마 이 날보다 훨씬 더 자전거도 사람도 많을 테지만.
날씨와 거리 등 첫번째와 두번째 라이딩보다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새로운 길이라서, 그리고 새로운 경험이어서 힘겹게 몸뚱이를 끌고 나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흐린 날씨가 하나 진하게 남겨준 게 있다면 이 멋진 노을이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한강 노을을 한참이나 멍하니 본 후 다시 동작대교로 돌아가 세 번째 라이딩을 마무리합니다.
이 날 라이딩의 총 거리는 약 40km였습니다.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다리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이것 때문이군요...?
문득 악몽으로 남은 두물머리 라이딩이 몇 km였는지 궁금해집니다.
- 몇 km였더라...? -
이 날 라이딩은 궂은 날씨에 생소한 길, 아직 겨울 옷을 채 벗지 못한 풍경이 아쉬웠지만
다음 라이딩에선 화창한 봄 날씨,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며 달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