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그대가 오지 않아도, 봄은 오네요'
매년 오는 봄이지만, 이번 봄은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어딘지 시작부터 후끈한 느낌이랄까요?
꽃샘추위다 해서 아직도 사람들은 코트와 패딩 점퍼 속에 숨어 있지만,
걸음을 조금만 옮겨봐도 아니 고개만 창 밖으로 돌려도 알 수 있습니다.
봄이 왔어요!
그리고 이 곳 서울, 충무로 한옥마을에도 봄기운이 내려왔습니다.
영하의 아침 기온에도 파란 하늘 색이나 등 따끔한 햇살이
이제 누가 뭐라해도 봄인 3월의 마지막 주
남산 한옥마을에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도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곳이지만, 이 날은 특별히 이곳 저곳에서 봄맞이가 한창이라 조금 더 특별했어요.
사실 '입춘대길'이라는 문구야 한창 추위가 기승이었던 2월 4일 입춘부터 붙어있었을테니 벌써 한 달이 넘은 '구닥다리'지만
저는 이 말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옵니다. 봄 햇살 아래에서 이 말이 이제서야 진짜 생명력을 얻은 기분이라서요.
이렇게 이 작은 마을의 모든 것을 각자의 방법으로 새 '봄'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같은 파랑색이라도 겨울과 봄 하늘은, 그리고 햇살은 그 색깔도 뺨에 닿는 느낌도 전혀 다릅니다.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봄이라는 것을 아마 모두가 느끼고 있을 거에요. 굳이 오늘이 3월 마지막 주라고 일러주지 않아도 다들 알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겨울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바로 여름을 불러올 것 같은 나른한 햇살 아래 이 곳 풍경도 어느 때보다 여유 있습니다.
그건 아마 추운 겨울 날씨에선 이렇게 여유롭게 이 풍경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할 테구요.
이 곳 한옥마을도 봄을 맞을 준비가 끝났더군요, 전에 왔을 때는 청사초롱 색이 다 바래서 보기 싫었는데 어느새 새 옷으로 갈아입었고요
이른 봄 소식을 놓칠까 벌써 많은 분들이 와 계셨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었지만 봄 데이트 즐기는 연인들도 많았어요.
바람이 조금 차가운 날이었지만, 봄이라고 생각하니 그마저도 거뜬한지 다들 표정이 참 밝았습니다. :)
봄 햇살 덕분에 종종 봐 온 한옥마을 풍경도 전보다 훨씬 더 고풍스럽고 아름다워 보이네요
한옥마을 한 켠에는 이렇게 '봄으로부터 편지'가 왔습니다 :)
사실 봄 왔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찾아 다니는 게 이른 핀 봄 꽃들인데 이번 봄은 여기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었습니다.
봄 꽃들은 대개 화려하기보단 작고 소박해서 다른 꽃들보다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그들이 가져오는, 그리고 보여주는 '의미'가 더 소중할지도 모르죠.
마치 분명 저를 좋아할 것 같은데도 어쩐지 알 수 없는 그 사람 마음을 어느 날 직접 듣게 된 후 느끼는 기쁨마냥
아직 무채색인 풍경 한 구석, 소박하게 핀 봄 꽃이 가져다 준 소식은 무엇보다 반갑고 즐겁습니다.
얼마 전에 남쪽 나라 부산에서 만끽하고 온 2015년 새 봄이 드디어 이 곳 서울에도 내렸습니다.
이번 주 마지막 꽃샘 추위가 지나고 나면 아직 봄을 믿지 않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꽃 색으로 물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말엔 특별한 봄 데이트로 새로운 계절을 시작하시는 것도 좋겠어요.
이 날의 깨끗한 하늘과 온화한 봄볕처럼
2015년 가을은 모두에게 특별한 봄이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