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개월 째 별 일 없으면 들고 다니는 가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 저렴해진 가격 때문에 정말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는 필슨의 256 브리프케이스, 오터그린 색상입니다.
저도 운 좋게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서 잘 쓰고 있는데요,
물론 캔버스 재질의 브리프케이스라는 것을 생각하면 현재 가격도 그리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검증받은 스타일과 단단한 캔버스 재질의 내구성, 어느 코디에나 무난하게 어울리는 매력 등으로
사람 좀 있다는 번화가에 가면 골목마다 한 번씩 마주치는 '국민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무난한 이 가방의 장점 때문에 별 불만 없이, 오늘도 매고 다녔는데요
그 동안의 사용 소감을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외모 소개.
다행히 처음 구매했을 때 사진을 찍어 두었죠.
첫 인상은 '빳빳하고 단단한 캔버스의 터프함'입니다.
애초에 이 가방이 세련된 브리프 케이스보다는 최근 맨즈 클래식으로 대표되는 복장은 물론이고 캐주얼부터 수트까지 대부분의 남성 패션에 모두 어울리는 장점,
아메리칸 스타일 특유의 멋 내지 않은 듯 나는 폼(?)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흔히 캔버스 재질의 가방 하면 한 두 시즌 매고 버릴 생각 할 정도로 내구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만
적어도 이 가방만큼은 그런 걱정이 들지 않았습니다. 캔버스가 워낙 두툼하고 손에 닿는 느낌도 탄탄해서 외관에 흠은 생기겠지만
흔히 생각하는 '천 가방' 마냥 찢어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컬러 중 하나인 오터그린입니다.
진한 혹은 탁한 카키색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많이들 입으시는 야상과 같은-
한국인들은 녹색 옷이나 액세서리들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 필슨 256 가방은 오터그린 색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습니다.
세월의 풍파를 겪은 현재는 달라졌지만, 구매 당시엔 이런 차분하고 예쁜 색상이었죠?
겉면에 약하게 왁스가 먹여져 있어서 안 그래도 두꺼운 캔버스가 더 억세고 탄탄하게 느껴집니다.
가방은 가죽끈 손잡이와 크로스 끈으로 들고 맬 수 있고, 내부는 지퍼가 사용됩니다. 지퍼 부분은 위와 같이 캔버스 재질의 덮개로 가리는 형태이구요.
덮개 안쪽에는 이렇게 FILSON 탭이 있습니다. 지퍼 옆은 가죽으로 덧대 있어서 캔버스 재질의 취약점인 튿어짐을 방지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 이 가방의 가장 큰 장점을 '내구성' 혹은 '신뢰감'으로 꼽는 분도 많을 만큼 디자인에서 디테일까지 참 튼튼해 보입니다.
급색 지퍼에는 가죽 스트랩이 매여져 있어서 여닫기가 쉽습니다.
지퍼도 고급인지 부드럽게 작동하지만 넓게 열리는 가방은 아닌지라 물건을 넣고 뺄 때 손 등 긁히지 않게 조심해야겠습니다.
가방 내부는 이렇게 3칸으로 나뉘어져 있고 내부에 작은 포켓이 추가로 있습니다. 저는 가장 큰 가운데 공간을 주요 소지품용으로, 상대적으로 얇은 앞쪽 공간에는 다이어리나 서류 등의 얇고 약한 지류, 뒷쪽에는 노트북을 넣었습니다. 세 공간이 모두 여유있는 두께가 아니라 배치에는 신경을 좀 써야겠습니다. 내부 포켓은 다양한 크기로 지갑이나 필통, 펜 등을 넣기에 효과적입니다.
끈과 어깨 패드 역시 가죽으로 되어 있습니다. 다소 거친 아메리칸 스타일을 대변이라도 하듯 스트랩의 가죽은 안쪽이 다소 거칠고 어깨 패드도 모양만 패드지 실제 어깨를 편하게 해 주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어깨 맞춰서 위치를 바꾸느라 귀찮았던 적이 더 많았습니다. 물론 브리프케이스로 나온 가방인만큼 이 크로스 끈은 잘 이용하지 않고 대부분 손에 들기 때문에 자주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끈과 어깨 패드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리 형태로 찰탁이 쉽기 때문에 아예 빼시는 분도 계실 것 같아요.
그렇게 이 가방을 4개월 남짓 사용했습니다.
이 가방 매고 참 여기저기 많이 다녔습니다. 처음 구매할 때야 브리프케이스답게 고생 시키고 싶지 않아서(?) 잘 매지 않았지만
코디하기 쉬운 장점 때문에 어느 순간 매일 같이 들고 나가게 되고, 시간에 따라 낡아가는 캔버스 가방 특유의 맛 때문에 지금은 더 편하게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백팩을 싫어해서 제법 멀리 외출할 때도 이 가방을 크로스로 들쳐 매고 갈 때가 많았으니까요.
덕분에 처음에 빳빳하던 캔버스는 흐물해지고 색도 군데군데 바랬습니다.
참고로 이 가방은 비를 맞으면 모양이 급격히 망가집니다.
저도 몇 번 비를 맞으니 단단하던 재질이 힘이 없어져서 가방 모양도 잘 잡히지 않고 여러모로 빛(?)을 잃었죠.
편하게 쓰는 천가방이라지만 되도록이면 물은 멀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더불어 사용함에 따라 손잡이 부분의 가죽도 저렇게 색이 바래게 됩니다.
뭐 이런 점이야 가죽이라면 대부분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딱히 단점이라 할 수는 없겠습니다.
저는 사실 이 가방에는 불만인 점이 더 많습니다.
처음에 가방을 받았을 때와는 달리 이 가방의 내구성은 크게 좋지 않습니다.
물론 캔버스 두께와 가죽 덧댐 때문에 가방이 찢어지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겠습니다만,
저처럼 편하게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에겐 수분과 오염 등의 요소에서 관리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죽 가방보다 관리가 더 까다로우면 까다로웠지 결코 오래 들 수 있는 가방 같지는 않아요.
물론 다 쓰러져 가는 모양으로 '빈티지'하게 사용하시려면 십년도 쓰겠습니다만은
사용하기 전에 우리는 이 가방의 용도를 미리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깔끔하고 모던한 캔버스 재질의 '브리프케이스'냐,
튼튼한 재질의,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데일리 백'이냐.
그에 따라 아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혹은 다른 가방보다 오히려 더 조심히 써야 할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방을 길에서 점점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그만의 장점이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이 정도의 스타일의 가방을 이 가격에 구매하는 것이 쉬운가 생각하면, 혹은 적당한 대안이 있는가 하면
적어도 남성 패션에선 그 폭이 그리 넓지 않아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스테디 셀러가 되고 있고,
하나 구입해 두면 앞으로 유행이 몇 번 바뀌더라도 변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가방임은 확실할 것 같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분명한 이 가방의 '단점'들도 미리 확인하시고 구매하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