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시작부터 날씨도 정말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
원래 한국의 겨울이 이렇게 추웠던가요?
괜히 그런 날 있잖아요,
자고 일어나니 눈이 펑펑 내려
추운 거 알면서도, 나가면 고생이란 거 알면서도
세탁할 때 된 옷들을 골라입고
눈 보러 가보자 하는 날.
저는 이 날이 그랬고,
문득 한옥 위에 눈이 쌓인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져
북촌 한옥마을을 찾게 되었습니다.
2014. 12
"눈이 온다"
이제 너무 익숙해서 사진 찍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이 길이
함박눈에 전혀 다른 풍경이 되었습니다.
손 녹여가며 언 발 동동 구르며 올라온 보람이 있는 북촌의 겨울 장면들.
모든 아이들은 눈을 사랑하지만
그 중 많은 이들은 나이가 들어가며 눈을 싫어하게 됩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변해가는 과정이구요.
그래도 이 날 걷고, 보고, 찍으며
'내가 왜 그렇게 눈을 좋아했었지'라고 떠올리게 되었어요.
한여름 분수대 속에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그저 부럽게 바라보는 것과 같은 게 아닐지,
늘어가는 게 나이와 경험뿐이면 좋을텐데
걱정과 겁이 어깨 위에, 주머니 속에 쌓이고 채워져
이제 그냥 그 때의 나를 보고 추억하는 것 만으로 만족하게 되어버린 건 아닌지.
우리는 왜 눈을 좋아했을까요?
왜 눈을 싫어하게 되었을까요?
올해는
다 시들고 떨어져 볼 것 없는 곳으로
겨울 여행을 가 봐야겠습니다.
@ 북촌 한옥마을, 서울
LEICA M, Summilux 50mm as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