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선 지하철의 종착역으로 익숙한 오이도,
빨간 등대니, 주변 맛집들이니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찾아온 건 처음입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제법 번화가가 된 곳이지만
평일 오후의 오이도는
그저 한가로운 서해 바다 한 조각, 딱 그 정도더군요.
오후에는 바닷물이 빠져나간 서해안 속살이 이렇게 드러납니다.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언제 여기가 다 채워질까라는 의문과 함께
벌 가득한 구멍에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작은 게들을 종종 한참 바라보게 되더군요.
물이 빠진 틈을 타 잠시 쉬고 있는 작은 어선과
단연 어느 바닷가 풍경에나 가장 잘 어울리는 빨간 등대까지.
비교적 어렵지 않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지만,
바다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기대 이상으로 멋지더군요.
커다란 ㄷ자로 되어 있는 해변가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다양한 구조물과 풍경들을 마주하게 되고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를 보며 걷는 즐거움과
잠시 멈춰 바닷가 벤치에 앉아 느끼는 여유의 소중함을 모두 챙길 수 있습니다.
빨간 등대 위 전망대에 올라서면 이렇게 한 눈에 풍경을 모두 담을 수도 있죠.
이렇게 넓은 벌은 오이도에 와서 처음 봤는데
거칠고 둔탁한 진흙밭에서 무슨 장면을 건지겠나 싶었지만
물이 차 오른 '심플'한 바다 풍경과 다른
강한 대비의 장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아무렇게나 생긴 물길도 그림이 되는 늦가을의 바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사람에 의한 또 하나의 자연
바다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들이죠.
해 지는 시간을 기다리며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바닷가 벤치에 앉아 바닷바람 맞으며 노래를 듣는 기분도 좋았지만
아무도 없는 카페 5층에서 편안히 앉아 바라보는 시간도 무척 좋았죠.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물이 차올랐습니다.
이제 준비하라는 듯 빨간 노을도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처음 보는 오이도의 석양을 사진에 담기 위해 맘이 바쁜 저 외에는
모두들 이 소중한 시간을 여유롭게, 충분히 즐기고 있더군요.
노을 아래 모든 풍경들은 전보다 따뜻하고 화려하게 변했지만
사람에 익숙해져버린 갈매기의 반복된 비행만은 어딘가 서글픈 느낌을 주었습니다.
걷다 서다를 반복하며 조금씩, 하지만 눈에 띄게 빠르게 어두워지는 오이도의 석양을 몇 번이고 보고, 담았습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멈춘 걸음의 끝,
벌써 해가 다 넘어간 어두운 바다를 멍하니 앉아 바라보기도 하구요.
그렇게 오이도는 오늘도 밤을 맞았습니다.
석양이 만든 우아함이 지나고 나면,
오이도의 나머지 밤은 사람이 만든 화려함으로 채워집니다.
이렇게 이 곳도 변해가나 봅니다.
늦가을 바다의
낮과 밤
생각보다 너무 포근하고 편안해서
왠지 다시 가고 싶지 않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