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봄 마중 부산여행 두 번째 장소는 제 맘 속 부산의 '중심' 광안리 바닷가였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3월 16일엔 이미 낮기온이 20도 가까이 될 정도로 봄이 성큼 다가와버렸(?)지만, 이 날 해질녘쯤 광안리 바닷가에 도착해서 몰라보게 다른 공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에선 아직 두꺼운 패딩 점퍼가 자연스러운데, 이 날은 바닷 바람마저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광안리 풍경 가득 봄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따뜻한 봄 햇살과 공기가 느껴지지 않으세요?
2년 전 이 곳을 걷고 뛰면서 처음으로 본 광안리 바다와 광안대교에 감격했던 기억이 나는데,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 곳은 아직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바다가 이런 게 좋은거겠죠, 대부분의 경우엔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모습 그대로 사람들을 맞아줘, 지난 추억들을 다시 상기해 볼 수 있는 것이요.
따뜻해진 날씨 때문에 곧 해가 지려는 늦은 오후에도 바닷가에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함께 부산 여행을 온 친구, 데이트 나온 연인, 강아지와 산책 나온 아저씨, 그리고 아직 이 풍경을 즐길 여유가 없어 바쁘게 지나치는 사람까지. 사람이 모일수록 그 열기 때문인지 봄 기운도 더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파란 바다를 보면 차가움을 느꼈을텐데, 이제 아닙니다. 이제 다시 바다는 긴 겨울이 끝나고 '상쾌한 곳'이 되었어요. :)
상업지구에 둘러 싸이고 늘 인파로 가득한 해운대 바닷가보다는 광안리 바닷가를 더 좋아합니다. 대부분의 제 여행에서 '바다'는 곧 '여유'와도 같기 때문이죠. 한적한 바닷가에 쉴 새 없이 반복돼 결국엔 들리지 않게 되는 파도 소리. 그리고 이름 모를 수 많은 발자국들.
비록 기대보단 사람이 많았지만, 다행히 광안리 바닷가는 이 날 왠지 더 넓어진 것 같아 바다를 보기에도, 따라 걷기에도 좋았어요. 그리고 이 날 바닷물은 유난히 맑고 파란색이어서 더 좋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늘 부산 갈매기는 광안리보단 해운대에 훨씬 더 많아 보였는데 이 날은 여기도 엄청 모여들었네요?
첫 봄 바다 여행에 사진이 빠질 수 없습니다. 친구, 연인 모두 아마도 첫 봄 바다일듯한 이 날 풍경을 배경으로 다들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옷차림은 아직 봄이 왔음을 다 믿지 못하지만, 눈도 손도 마음도 모두 알고 있죠, 봄이 왔다는 것을 :) 게다가 이렇게 해 질 때쯤 오면 오후부터 저녁, 밤까지 다양한 바다 풍경을 볼 수 있으니 미리 감천마을에 다녀와 이 때쯤 도착한 것이 잘했구나 싶습니다.
봄이 오면서 길어지는 해 때문에 여섯시가 넘어서 노을이 지기 시작합니다. 고요한 풍경에 반복되는 파도소리, 금세 이 점잖은 바다 풍경에 지루해진 사람들도 이 때쯤 다시 한 번 신이 나 다시 다가갑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은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이 됩니다. 주변의 색색깔 재미없고 어지러운 색의 '사람의 건물들'도 이 땐 그냥 검은 그림자로만 남아 그런대로 자연과 어울려집니다.
그렇게 광안리에 도착한 지 한시간만에 오후의 파랑색부터 해질녘 붉은색, 깊은 밤의 검정색까지 저는 봄 바다의 세가지 색을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지루할 틈 없이 매 분마다 새롭고 특별한 광경을 만들어 준 이 날 봄바다에서의 한 시간을 눈과 사진기에 담느라 막상 기대했던 여유는 즐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런 분주함이라면 얼마든지 좋습니다. 저 갈매기들은 멀리 날아가려다 자꾸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 꼭 누군가의 미련들 같네요. :)
따뜻해진 날씨 때문에 밤이 되어도 바닷가의 사람들은 줄지 않았습니다. 미리 봄소식을 들었는지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온 분들도 다들 춥지 않다며 바닷가를 걷고, 기분 탓에 어제와 완전히 달라 보이는 광안리 봄바다를 보며 걸으며, 그렇게 시간을 보냅니다. 그냥 걷는 것 뿐인데, 그게 여기라면 참 즐겁죠. 그리고 이제 추위 걱정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언제든 이 곳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모두의 가슴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늘과 바다, 땅이 모두 한 색이 되는 시간엔 사람들이 그 빈 칸을 화려한 색으로 채워갑니다. 광안리 밤바다엔 늘 빠지지 않는다는 불꽃과, 자꾸만 늘어나는 형형색색의 '사람의 건물들'이 저에겐 바다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눈은 아무래도 매료당했나 봅니다.
그리고 광안리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회센터, 저도 여기서 광어회와 오징어 회를 사다 먹었습니다.
이렇게 서울을 시작으로 감천 문화 마을, 광안리 바닷가로 이어지는 봄 여행 첫 날이 마무리되었어요.
생각해 보면 같은 땅 위에 있는 '옆 동네'인데도, 서울에선 볼 수 없고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 일부러 이렇게 '여행'이란 이름으로 이 곳을 찾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아마 저처럼 '부산' 하면 뭔가 특별한 느낌을 가진 분이 많겠죠?
봄이 늦지 않아 다행히다, 천천히지만 차근차근 올라오고 있구나.
그런 생각에 괜히 더 감격스러웠던 2년 만의 광안리 산책이었습니다.
이 날을 계기로 부산이 저에겐 조금 더 특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