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거의 매일 청바지를 입을 정도로 데님 팬츠를 사랑하는 저에게 만약 단 한 벌의 데님 팬츠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답은 주저 없이 APC의 인디고 데님입니다. 적당히 좋은 원단에 마음에 드는 핏 때문인데요,
얼마 전 3년쯤 입은 APC 데님이 원래의 청명한 푸름을 잃고 헌 바지가 되어갈 때, 묘하게 즐거워지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제 새 데님 팬츠를 구매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 때문이죠.
그렇게 구매한 새 APC 데님
국내 가격은 너무 비싸서 이 APC 데님은 항상 해외 구매를 이용합니다.
그 중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한국까지 무료배송으로 '쏴 주는' 컬티즘을 이용하는데요,
무료 배송이라 기간이 3주 가까이 소요되지만, 그 기다림도 새 데님을 위한 즐거움이라 넘기면 -이라고 하지만 2주가 지나면 초초해지기 시작하죠-
세 번째 구매하는 APC 데님, 같은 인디고 색상이라 늘 똑같은 것 같지만 이번에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동안 입던 쁘띠 스탠다드와 다른 '쁘띠 뉴 스탠다드' 진을 구매했다는 것입니다.
쁘띠 스탠다드보단 밑위가 길고 허벅지 통이 넓은 세미 형태의 핏이라 착용감이 조금 더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쁘띠 스탠다드를 입었을 때의 그 '압박감'을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엔 조금 편하게 입고자 새롭게 쁘띠 뉴 스탠다드 핏으로 구매했습니다.
사이즈는 평소 입는 사이즈인 30 사이즈, 한 사이즈 내지 두 사이즈를 작게 구매하라는 추천도 있었지만, 타이트한 것 보다는 편하게 입고 싶어서 30으로 주문했고,
현재까지도 그 동안의 쁘띠 스탠다드의 불편함과 다른 안락함을 느끼며 잘 입고 있습니다.
인디고 청바지는 금방 늘어나서 작게 구매해야 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몸에 맞는 사이즈를 사면 많이 늘어나지 않아서 쭉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역시나 이 팬츠의 첫 인상은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원단의 뻣뻣함,
'이걸 사람이 입으라고 만든 바지인가' 싶을 정도로 단단하고 두꺼운 원단 때문에 처음 입을 때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게다가 추천대로 작은 사이즈를 구매하면 한 동안은 단추도 다 잠그지 못하고, 소화도 잘 안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죠.
물론 그 불편함이 곧 내 몸에 꼭 맞는 편안함으로 바뀐다지만, 굳이 옷을 그렇게 힘들게 입어야 할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밑단에서는 셀비지진의 특징인 붉은 셀비지 라인을 볼 수 있습니다.
셀비지 진은 최근 유니클로 등의 브랜드를 통해 많이 대중화 되었는데요,
전통적인 방직 구조 때문에 워싱이 빠르고 몸에 맞는 '예쁜' 모양으로 진행 된다는 것이 저같은 '셀비지 찬양자'의 평가입니다.
2년간 수고한 APC 쁘띠 스탠다드와의 비교입니다.
이렇게 나란히 두고 보니 워싱에서 적잖은 세월이 느껴집니다.
저 새파란 중청색(?)의 바지 역시 처음엔 오늘 온 새 바지와 같은 색이었을텐데요,
저 쁘띠 스탠다드 역시 처음 입었을 때는 소화가 안 될 정도로 타이트해서 한 동안 아예 입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나마 좀 편해지고, 워싱이 되면서 원단의 뻣뻣함도 이제 없습니다.
이렇게 계속 입다 보면 중청에 연청까지 되겠죠? 물론 그 전에 찢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앞으로 다시 한 2년간 제가 가장 즐겨 입는 바지가 될 이 APC 쁘띠 뉴 스탠다드진은
쁘띠 스탠다드 핏과 다르게 처음 입었을 때부터 불편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사이즈가 크기도 했지만 쁘띠 스탠다드진보다 허리와 허벅지 부분이 큰 편이라
제 체형에 좀 더 잘 맞았습니다. 그리고 밑위가 길어서 활동의 불편함도 덜했구요. -물론 원단의 두꺼움 때문에 다른 바지처럼 편하지는 않습니다.-
그 특유의 편리함 때문에 저는 무려 이 바지를 모스크바 여행에 입고 갔습니다. 원단이 두꺼워서 그나마 추운 도시 여행에서 다른 바지보다 나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는데요
제 생각이 어느정도 적중 했는지 일반 청바지보다는 확실히 따뜻하고, 기존 APC 진에서 감수해야만 했던 불편함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내 눈이 내리고 쌓인 모스크바에서 새 데님을 입는 건 역시 위험한 선택이 맞습니다.
물에 닿으면서 이염도 다소 있었고, 활동량까지 많아 원래의 인디고 색상이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빠져버렸습니다.
뭐 이 이야기는 그만큼 제 몸에 빨리 맞춰졌다는,
그리고 다음 APC 진 구매 시기는 조금 더 당겨졌다는 희소식(?)도 되겠죠?
많은 분들을 통해 청바지의 정석(?)이 되어버린 APC 데님 팬츠, 이번에도 역시 만족입니다.
문득 저는 앞으로 몇 벌의 APC 데님 팬츠를 입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