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웨어, 그리고 G 워치
구글이 얼마 전 발표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OS인 안드로이드 웨어,
다양한 제품에 적용이 될 예정이지만,
현재 가장 많이 알려진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이자 차세대 스마트 트렌드의 핵심 중 하나인 스마트 워치를 통해 첫 선을 보였습니다.
첫 안드로이드 웨어 탑재 제품인 스마트워치 2종 - G워치와 기어 라이브 - 중 제가 선택한 제품은 LG에서 제작한 G 워치입니다.
벌써 2년 전, 지금 생각하면 존재 자체가 민망했던 소니 스마트워치와 그나마 가치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아직은 좀 먼 세상에 있는 느낌의 갤럭시 기어에 이어 세 번째 스마트 워치 구입입니다. 유독 왜 저는 이 '아직 똑똑하지도 않은 시계'에 집착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많은 분들이 이 '네모난 것 뿐인' 디자인에
'전자 발찌 룩'이라던가, '디자인이라고 논할 것 자체가 없다' 혹은 '저런 디자인을 누가 시계로 쓰고 싶겠냐' 등 여러 의견(이라기 보단 악평)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계산기 기능이 당연히 될 것 같은 다분히 Geek 스러운 디자인과 시계로서는 다소 눈에 띄는 큰 크기를 제외하면
기존 구글 넥서스 시리즈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이어받은 외형입니다.
전면 베젤과 측/후면 재질 등이 넥서스 7 2세대, 넥서스 5로 이어져오는 최근 넥서스 제품들의 그것과 매우 유사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시계가 왜 G 워치일까, 차라리 넥서스 워치로 발매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의 LG G 시리즈의 곡선형 디자인과는 그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구성품은 시계와 충전기, 케이블, 그리고 본체 충전을 위한 거치대입니다.
사진 상에는 거치대가 빠졌네요 :(
너한테 못생겼단 말을 들을 정도는 아냐..
네모난 검정색 덩어리에 1.65인치 정사각형 컬러 LCD가 적용되어 있고, 우레탄 재질의 멋대가리 없는 밴드가 보기 좋지 않게 매여있는 이 시계가
그냥 '시계'였다면 아마 땅에 떨어져 있어도 주워갈 사람이 많지 않을겁니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왠지 더 못생겨보이네요. 아직 이렇게밖에 만들 수 없는건지, 2년 전 소니 스마트 워치와 작년 갤럭시 기어를 보며 든 생각이 다시 떠오릅니다.
함께 발표된 삼성 기어 라이브와는 비슷한 성능과 같은 안드로이드 웨어 적용으로 비교가 많이 됩니다.
물론 시계로서 둘 다 '예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대체 어느 옷에 어울릴지 가늠할 수 없는 삼성 기어 시리즈보다는 G 워치의 디자인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비교 우위'지 시계로서 G 워치의 디자인에 만족한다는 뜻은 아니죠.
LG G Watch 사양
운영체제 : 구글 Android Wear
디스플레이 : 1.65인치 280 x 280 해상도 IPS LCD
프로세서 : 퀄컴 스냅드래곤 400, 1.2GHz
메모리 : 512 MB
저장공간 : 4GB
무선통신 : 블루투스 4.0
배터리 : 400 mAh / 24시간 사용
크기 : 37.9 x 46.5 x 9.95 (mm)
무게 : 63g
보급형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스냅드래곤 400 프로세서가 손목 위 시계에 탑재되는 세상이 왔다는 것에 놀랍습니다.
G 워치의 전체 스펙 역시 메모리와 저장공간 등 보급형 스마트폰 수준을 갖췄으며
24시간 사용이 가능한 400mAh 배터리가 탑재됐습니다.
크기 중에는 웬만한 스마트폰보다 두꺼운 9.95mm의 풍만한 두께가 눈에 띄네요.
G 워치의 특징 중 하나는 제품 외부에 하드웨어 버튼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100% 조작하게 되며, 전원 On/Off는 불가능합니다. 그냥 배터리가 있으면 On, 없으면 Off가 되겠죠.
이게 간편한 사용과 디자인 완성도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점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G 워치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스마트폰에 우선 안드로이드 웨어(Android Wear) 앱을 까는 것이 시작이며
앱 실행 후 과정에 따라 두 기기를 연결하게 됩니다.
연결 과정에서 G 워치의 화면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연결이 완료되면 화면에 완료 메시지가 표시되며 이 때부터는 안드로이드 웨어의 모든 것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알림 설정을 통해 스마트폰의 모든 알림을 G 워치를 통해 동시에 수신할 수 있습니다.
가방 혹은 주머니에 스마트폰이 있어도 전화 수신과 메시지, 이메일,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댓글 알림까지 휴대 전화의 모든 알림을 받을 수 있죠.
스마트폰과 연결된 직후의 G 워치 화면입니다.
구글 나우 카드들이 화면을 통해 표시되는 것이 대표적인 기능입니다.
뜬금 없는 런던의 날씨 표시! 물론, 표시되는 정보는 스마트폰에 실행 중인 구글 나우의 설정을 따릅니다.
시작하자마자 시스템 업데이트가 있네요,
업데이트 과정은 설치 파일을 스마트폰을 통해 다운로드 한 후 설치하는 방식입니다.
재미와 못생김, 그 사이에서의 선택
G 워치의 대기 상태입니다.
앞서 발매된 스마트 워치가 대기 시에는 화면이 꺼져 있고 버튼 조작이나 움직임 감지를 통해 점등되는 방식이었던 데 반해
안드로이드 웨어는 화면이 언제나 켜져 있는 방식입니다. Always on이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어두운 실내나 공연, 회의 중에 생각보다 밝은 이 화면 때문에 당황한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대기 상태에서는 백라이트 밝기를 낮춰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활성화 상태,
시계를 찬 팔을 들어올리거나 화면을 터치하게 되면, 백라이트가 밝게 점등되면서 안드로이드 웨어의 동작이 활성화됩니다.
시계 상단의 "OK, Google" 메시지는 '오케이, 구글'이라는 음성을 통해 G 워치 및 안드로이드 웨어를 조작할 수 있는 음성 인식 기능이 활성화 되었다는 표시이며
아랫쪽에는 가장 최근의 구글 나우 카드 혹은 스마트폰 알림이 표시됩니다.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면 최근 카드, 알림을 전체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진에 표시되는 카드는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교통편을 알려주는 구글 나우 기능이네요. 이 외에도 메시지 확인이나 날씨 확인이 가능합니다.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스크롤 할 때마다 지난 카드와 알림들을 차례차례 볼 수 있습니다.
작은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G 워치의 조작 역시 간단합니다.
윗쪽 스크롤로는 카드와 알림 확인, 그리고 표시된 카드에서 화면을 왼쪽으로 스크롤하면 음성을 이용한 답장, 스마트폰으로 표시 등의 부가 메뉴가 표시되며
화면을 아래로 스크롤 하게 되면 날짜와 배터리 표시, 그리고 진동 on/off 설정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화면을 길게 누르면 시계 테마를 바꿀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꽤 많은 종류의 테마가 있지만, 어째 제 마음에 드는 건 거의 없더군요.
다들 화려하고 다소 촌스러운 디자인.
이런 구글 센스 같으니!
네 문자는 이런 식으로 표시 및 확인이 가능합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왓츠앱 같은 메신저 서비스 역시 이렇게 바로 표시됩니다. 발신자의 프로필 사진이 배경에 표시되는 것이 재미있네요.
기존 스마트 워치와 차별화되는 안드로이드 웨어의 장점은,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을 시계에 설치해서 스마트폰과 시계 사이의 통신 혹은 알림을 동기화하는 방식이었던 기존 방식에 비해
안드로이드 웨어는 별도의 어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스마트폰의 모든 동작과 알림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어플 설치 방식은 말 그대로 제조사 혹은 어플리케이션 회사에서 전용 어플을 개발해주지 않으면 '멍청이'가 되니까요.
- 역시 구글이 직접 나서야...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G 워치, 그리고 스마트 워치의 한계들은 명확하고
과거의 단점들을 크게 개선하지도 못했습니다.
대놓고 '나 신기하지? 내가 뭐하는 기계인지 궁금하지 않니?'라고 어필하는 투박하고 신기한 디자인은 차치하고서라도
매일 충전해야 하는 시계라는 명확한 한계는 스마트워치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왔고, 아직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구글 나우의 편리함과 휴대전화를 계속 주시하지 않아도 알림을 받을 수 있는 간편함과 달리, 실제로 이 기기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냥 조금 더 편하고, 혹은 처음 보는 것들이 재미있고 신기하고. 아직은 그 정도이죠.
맞아요, 아직은 이 정도입니다.
매번 '이번만은, 이번만은' 하고 구매하고 있는 스마트워치,
구글이 직접 나서서 안드로이드 웨어라는 전용 OS까지 만들어 그 활용과 저변을 넓히려 했습니다만,
아직은 소수의 Geek을 제외하면 20만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할만한 매력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어쩌면, 어쩌면
이것이 결국 스마트워치 자체의 한계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썩 좋지는 않지만 재미있고, 신기한
그리고 경험해볼만한 새로운 시대의 스마트 디바이스
2014년의 스마트 워치는 이 정도로 평가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