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람이 찾지 않는 놀이공원 용마랜드에 이어
멈춰버린 시간을 찾아 떠난 두 번째 장소는 화랑대역 폐역입니다.
벌써 3년 전, 2010년 가을에 운행이 중단된 화랑대역은 경춘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졌는데요,
옛 역사는 아직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옛 기차역이 주는 묘한 감정과 서울에선 쉽게 느낄 수 있는 여유.
그런 이유로 이 빈 기차역을 몇몇 분들이 찾아 산책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6호선 화랑대역에서 내려 육군 사관학교 쪽으로 걷다보면 화랑대 폐역을 찾을 수 있습니다.
3년이 지났다지만 잡초가 무성할 뿐, 기찻길은 아직 그대로네요.
하지만 오랫동안 사람이 찾지 않은 흔적들은
아마도 예전엔 어딘가로 떠나는 이들로 가득했던 승강장을 사람대신 채운 잡초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마 이 꽃들도 기차가 다녔다면 이렇게 예쁘게 피지 못했겠죠.
저는 기찻길을 걷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감정과 여유로움이 느껴지기 때문인데요,
화랑대역은 다른 곳보다 인적이 더 드물어 이런 여유를 어떤 곳보다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화랑대 폐역의 건물은 좀 낡긴 했지만 아직도 시골 기차역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옛 기차역 모습입니다.
아쉽게도 문이 굳게 닫혀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또 하나, 역 건물 옆에 세워진 화랑대 역을 그린 그림 역시 이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의 핵심입니다.
마치 두 개의 기차역이 나란히 서 있는 듯한 연출은, 잔잔하고 흐뭇한 감동을 선사하네요.
게다가 곳곳에 핀 이 시간의 흔적들은
매일 수천, 수만명이 지나가는 땅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들이죠.
이런 세월의 조각들을 살펴보다, 역 구석 아무데나 앉아 다리를 쭉 뻗고 여유를 즐기다보면
누구라도 옛 기차역의 매력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요? :)
이제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는 기차역.
그 특별함은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하기만 한 저에게도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여유가 필요한 날, 빈 기차역을 거닐며 마음이라도 떠나는 설렘을 즐기고, 미련같은 감정들을 배웅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을이니까요 :)
@ 화랑대 폐역
LEICA M9 & SONY RX1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