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제품은 아니지만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 케이스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라이카 유저들 사이에선 비교적 많이 알려져있는 루이지(Luigi) 케이스로 이태리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홈페이지(http://leicatime.com/)을 통해 개인 주문을 받아 약 2-3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국제 배송으로 받아보게 되는데요,
품질 좋은 가죽에 한땀한땀 손으로 바느질한 마감과 재단 그리고 매우 비싼 가격이 특징이죠.
한화 기준 50만원이 넘는 고가의 케이스지만, 평소 다니던 샵에서 상태 좋은 중고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제가 사용하고 있는 M8은 물론 크기가 같은 라이카 M 디지털 카메라 M9, M9-p, M-E에 모두 사용이 가능합니다.
색상은 짙은 브라운으로 실버, 블랙 등 어떤 카메라와도 잘 어울리는 색상입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다른 케이스와 달리 스티치에서 손바느질 느낌이 잘 느껴지는 편이며 수제작의 느낌이 곳곳에 물씬 풍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죽 표면은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죽 케이스보다 매끈함은 덜하지만 표면이 부드러우며 손 터치에 따라 태닝과 주름이 잘 생기는 재질입니다.
세월만큼의 멋을 보여주기 좋은, 아마 그래서 사랑을 받는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공예품이다보니 바디와 꼭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생각보다 유격이 컸습니다.
특히 뒷쪽이 벌어져서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고 촬영할 때도 종종 불편한 적이 있었습니다.
앞쪽에는 별도의 그립이 제작, 돌출되어 있어 굴곡 없는 라이카 M 바디의 그립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나무같이 단단한 재질을 가죽으로 감싸 그립부에 고정시킨 형태의 그립은 카메라를 손에 쥐는 느낌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사실 그 전에는 케이스 없이 카메라를 쥐는 것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케이스를 사용하다 빼보니 금방 미끄러지고 촬영 자세도 불안정한 것이 느껴지더군요.
라이카에서도 별도의 그립을 판매중이고, 업지그립까지 함께 구매해서 사용하시는 분이 있는 만큼,
이런 장치들이 사진 촬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립부 바느질 역시 촘촘해서 내용물(?)이 분리될 염려는 없습니다.
더불어 돌출된 그립부는 이 케이스에서 가장 많이 손때가 묻는 부분입니다.
수 없이 손으로 문지르고 땀도 나고, 손톱에도 긁히면서 가죽의 멋이 더해지는 모습, 곧 볼 수 있겠죠?
루이지 케이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이 뒷면 덮개입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인 후면 LCD와 버튼을 과감히 덮어버리면서 마치 필름 카메라를 조작하는 기분이 드는 루이지 아저씨의 센스!
덮개는 따로 분리가 되지 않고 양 쪽 똑딱이 단추를 이용해 여닫는 방식입니다.
사진을 확인하거나 설정 등을 바꿀 때 열어서 사용하면 되겠습니다.
라이카 M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화면을 통한 라이브뷰를 지원하지 않는데다
뷰파인더로 하는 촬영이 100%를 차지하기 때문에 후면 덮개가 촬영에 큰 불편함을 주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덮개를 열어 화면을 확인하고 각종 조작을 하게 됩니다.
촬영 중 자주 설정을 바꾸거나 다이얼을 통해 노출 보정 등을 이용하게 된다면
저 덮개가 큰 방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수제작의 실수(?)로 인한 이 케이스만의 문제겠지만 파인더와 디스플레이 사이의 저 부분 가죽이 두꺼워 저 사이로 꼭 맞춰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본체와 케이스 사이의 틈이 커진 거였네요. 수제작의 매력이라고 웃어 넘겨야 할까요? :(
하단에는 홈페이지 이름과 Hand Made in ITALY 로고가 음각표기되어 있습니다.
카메라를 바닥에 놓을 때의 충격과 바닥면에 의한 흠집을 방지하기 위해 케이스의 바닥부분 역시 그립과 같이 단단한 재질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안정감이 좋아 큰 렌즈를 사용할 때도 카메라가 앞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똑바로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해 몇 가지 단점은 웃으며 넘길 수 있었지만
라이카 M 카메라 사용자들의 큰 호응이 그렇듯, 그리고 전세계에서 밀려드는 주문량이 말해주듯
루이지 케이스는 현재 많은 회사들이 만드는 카메라 케이스에서는 찾을 수 없는 '미완성의 멋', '불편함과 거친 매력'이 있습니다.
카메라 케이스가 카메라에 꼭 맞지도 않으면서, 가격도 무척 비싸지만 손에 닿는 가죽의 감촉과 핸드메이드의 신뢰감, 세월을 보내며 드러나는 가죽 수제품의 진가 등
오랫동안 사용해 보고 싶은 제품입니다. 아마 저도 카메라를 바꾸게 되겠지만, 이 케이스만은 다음 카메라도, 그 다음 카메라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