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m 시리즈는 아마도 가장 오랜 시간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카메라와 렌즈입니다.
수십년의 시간동안 셀 수 없이 판매된 다양한 m 카메라와 렌즈는 뛰어난 성능과 강한 개성으로 초고속 AF와 다양한 기능이 보편화된 최근에도 변함 없는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최근 m8과 함께 사용하기 위해 영입한 오래된 렌즈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LEICA Summicron 35mm F2.0 (4th)
가장 많은 사진가들이 사랑하는 35mm 초점거리를 가진 라이카 m 마운트 렌즈의 대표적인 렌즈 중 하나로
작고 가벼우면서 아름다운 디자인까지 갖춘 매력적인 렌즈입니다. 1990년대에 판매된 렌즈로 4세대로 분류되며,
비구면 렌즈가 채용된 현행 5세대 즈미크론 35mm ASPH. 전에 판매된 제품으로 pre-ASPH로 불리기도 합니다.
'보케의 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렌즈로 F2 부터 완벽한 광학 성능을 보이는 현행 렌즈보다 해상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아름다운 보케와 이 렌즈만의 표현력으로 현행 못지 않게 사랑받고 있는 렌즈죠.
즈미크론 35mm 4세대는 m8과의 조합에서 최고의 맵시를 보여줍니다.
작은 크기와 앙증맞은 사각 후드가 디지털 m 바디와 특히 어울리네요 :)
APS-H 규격 센서의 m8에선 환산 약 45mm의 화각으로 35mm 못지 않게 많은 사랑을 받는 50mm에 근접합니다.
개인적으로 35mm는 너무 넓고, 50mm는 종종 답답할 때가 있어 선택하게 된 렌즈입니다.
작고 가벼운 렌즈는 촬영 가는 걸음까지 가볍게 하는데요,
다음은 라이카 m8과 즈미크론 35mm로 담은 사진 몇 장입니다.
35mm 크론은 라이카 m 렌즈 중 가장 높은 샤프니스를 가진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무시무시한 해상력을 뽐내는 현행 ASPH.가 아니더라도 35mm 즈미크론 렌즈는 구형 렌즈 역시 뛰어난 샤프니스로 강한 주제 표현이 가능해
부드럽고 세련된 묘사가 특징인 35mm F1.4 Summilux 시리즈와는 다른 특성을 보여줍니다.
Pre-ASPH. 버전인 4세대 즈미크론 35mm 역시 깨끗한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대 개방 F2에선 약간의 주변부 수차가 눈에 띄는데, 그것이 종종 보케를 더 환상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즈미크론 4세대는 구형 m 렌즈 중 무난하고 평범한 색감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강한 개성을 가진 다양한 m 렌즈 중 그나마 가장 개성이 덜한 렌즈로 필름과 디지털 어디에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이 렌즈만의 재미'라는 면에서는 확실히 매력이 조금 떨어질 수 있겠죠.
디지털 카메라 m8 과의 조합에선 과거 사용했던 Carl Zeiss의 35mm F2 Biogon 렌즈의 사실주의와 상반되는 낭만적인 컬러를 보여줬습니다.
광학 성능은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지만 최근 디지털 이미지의 '밝고 맑고 사실적인' 느낌을 추구하려는 느낌 때문에 재미가 덜했던 Biogon보다
m8의 코닥 센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차분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좀 더 잘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카 28mm Elmarit 4세대와 비교하면 노란 톤이 덜해 촬영 후 색온도를 보정하는 빈도가 크게 줄었구요.
큰 특징 없이 무난하면서도, 카메라가 뽑아내는 이미지 특성을 잘 살려주고 그 속에 구형 렌즈만의 '옛 느낌'을 거슬리지 않게 녹여내는 재주가 있습니다.
즈미룩스의 F1.4 촬영보다는 못하지만 이전에 사용했던 28mm Elmarit의 F2.8이 실내나 야간 촬영에서 종종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을 생각하면
즈미크론의 F2.0은 이전보다 훨씬 촬영이 수월해진 느낌입니다. 어두운 실내 촬영에서도 목측으로 대략적인 초점을 맞추고 F2.0으로 촬영하면
이전보다 촬영 실패가 많이 줄었고, 해가 모두 진 후 촬영은 어렵지만 (사실 이 점은 고감도가 취약한 m8의 풀리지 않을 숙제입니다) 해질녘 거리 스냅 정도는
어렵지 않게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카메라의 감도와 셔터 속도를 신경 쓰셔야 원치 않은 흔들림을 방지할 수 있겠네요.
오랫만에 손에 쥔 m8과 새로운 눈 즈미크론 35mm는 그 동안 최신 카메라의 AF에 익숙해져 둘 곳 없던 왼손과
신중하지 못했던 촬영 습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였습니다.
물론 요즘 세상에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고, 접사도 동영상도 안되는 천만 화소 카메라를 쓰기란 정말 불편한 일입니다만
오래된 카메라와 렌즈가 담아낸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모습은 색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어떤 렌즈보다 멋지게 담아줄 즈미크론 35mm는 아마 제가 가장 사랑하는 렌즈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