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영입한 렌즈는 라이카의 대표적인 표준 렌즈 시리즈인 Summilux-M 50mm 시리즈 중 가장 최신 버전인 5세대 asph. 현행입니다.
F2.0의 50mm Summicron 4세대를 사용중이었지만 F2.0 최대 개방의 심도 표현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
그리고 현행 ASPH 렌즈, 그 중에서도 사용자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균형을 가졌다는 50mm 룩스의 느낌을 느껴보고 싶어 저의 2014년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영입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F2.0에서 현행 summicron 50mm의 해상력과 컨트라스트는 전혀 불만이 없었지만, 최고를 한 번 경험해봐야 제 부족함에 카메라를 탓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했구요.
최초의 50mm 룩스가 1954년부터 생산을 시작했으니 이제 정확히 60년이 되었네요. 약 10년에 한번씩 새로운 세대 제품이 출시된 격이군요.
현행 50룩스는 2006년에 발표되었으며 비구면 렌즈를 시리즈 최초로 포함해 화질이 크게 향상됐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라이카 M 시리즈를 대표하는 렌즈 Summilux-M 50mm F1.4 asph. 렌즈의 간단한 소감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LEICA SUMMILUX-M 50mm f/1.4 ASPH
- 초점거리 : 50mm
- 최대 개방 조리개 : F1.4
- 최소 조리개 : F16
- 화각 : 47도
- 렌즈 구성 : 5군 8매 (비구면 렌즈 1매)
- 최단 촬영 거리 : 70cm
- 필터 지름 : 46mm
- 크기 : 54.5 x 46.7 mm
- 무게 : 335g (블랙), 465g (실버)
50mm는 35mm와 함께 전세계 모든 사진가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표준 화각을 제공합니다.
성능보다는 성향에 따라 나뉜다는 35/50mm 촬영 중 저는 보다 나은 클로즈업으로 주제 표현에 유리한 50mm를 조금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50mm 룩스는 무엇보다 F1.4의 최대 조리개를 지원해 F2.0의 Summicron 렌즈보다 적은 빛의 환경에서도 촬영이 가능하고,
더욱 크고 아름다운 보케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렌즈 성향에 있어서 뛰어난 해상력과 컨트라스트를 자랑하는 Summicron 시리즈와 달리 Summilux는 중간 계조의 표현과 부드러운 묘사 등이 특징으로
두 렌즈는 가격을 제외하면 우열을 논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성격의 렌즈'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현행 asph 모델은 F1.4 최대 개방부터 그야말로 쨍쨍한 화질로 앞선 평가와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고 하네요.
밝은 조리개 값을 지원하는 렌즈인만큼 라이카 M 시리즈 렌즈 중에서는 다소 크고 무거운 편입니다.
재질상의 차이로 블랙과 실버 모델의 무게가 약 130g이나 차이나는 점 역시 재미있네요.
제가 사용하는 블랙만 해도 기존 렌즈보다 꽤 묵직한데, 실버 렌즈였다면 아마 큰 DSLR 못지 않은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몇몇 올드 렌즈들이 렌즈의 표현력과 성능 외에도 '외관의 아름다움'으로 사랑을 받고 있고 가격 역시 높게 형성되어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현행 렌즈들의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일단 상대적으로 보관 상태가 좋다보니 렌즈가 반짝반짝 예쁘고, 초점거리 표시와 조리개 링 느낌도 현행이 조금 더 정숙하고 부드러워서 촬영할 때 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현재 사용중인 디지털 M 시리즈에는 아무래도 디자인, 화질 모두 현행 렌즈가 좋은 선택이기 때문이겠죠.
물론 28mm 엘마릿 4세대나 50mm summicron 1세대 RIGID, 미놀타 m-rokko 40mm F2 렌즈 등 오래된 렌즈도
시대의 기억을 담은 외관과 올드 렌즈 특유의 표현 때문에 아주 좋아했습니다만
매일 외식을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기존에 사용하던 렌즈보다 크고 묵직하지만 반듯하고 우직한 외관의 50mm 룩스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렌즈가 길어서 카메라를 내려 놓았을 때 앞쪽으로 쓰러진다는 아쉬움 정도만 빼면요.
아,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사각 후드가 이 렌즈는 없군요. :(
50mm 룩스의 후드는 대물렌즈 경통 바깥쪽에 빌트인으로 포함되어 있어 별도의 후드를 장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후드를 앞쪽으로 당겨 왼쪽으로 살짝 돌리면 고정이 되는 방식인데요,
이게 사실 별도 후드보다 모양도 예쁘지 않고 고정도 잘 되지 않아 자꾸 내려가서 실제 촬영에는 불편한 적이 많았습니다.
차라리 3세대 렌즈처럼 별도 후드를 사용하는 편이 저는 조금 더 좋을 것 같네요.
내장 후드 방식이라 저게 또 충격을 받거나 깨지면 골치 아파질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화질보다 먼저 만족을 준 건 이 하단 포커싱 탭입니다.
summicron 50mm 렌즈가 경통에 별도의 포커싱 탭이 없어서 초점링 전체를 돌려 조작하는 방법 때문에 촬영에 다소 불편함이 있었는데요,
50mm 룩스 현행은 포커싱 탭을 통해 빠르고 편하게 초점 조작이 가능해졌습니다.
사실 수동 초점 카메라인 라이카 M 시리즈는 이 초점 조작이 촬영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왜 없앴던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외관의 아름다움을 위해서였을까요? 그러기엔 감수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단에는 자신감 넘치는 Made in Germany 로고
라이카 M9과의 조합입니다.
블랙 렌즈는 블랙/실버/스틸그레이 등 대부분의 색상 카메라에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 것이 장점이죠.
35mm Summicron 등 라이카의 대표적인 소형 M 렌즈보다는 존재감 있는 크기가 눈에 띕니다.
무게 역시 묵직해서 M9에 마운트하면 중급 DSLR 셋 정도의 무게감 and 피로감이 느껴지구요.
그래도 모양은 참 예쁩니다 :)
아래는 50mm 룩스와 M9으로 촬영한 사진 몇 장입니다.
F1.4의 심도 표현은 평범한 풍경에 생각지 못한 의미를 담아주기도 합니다.
F2.0에선 아쉬웠던 배경 흐림과 보케 표현이 이 렌즈를 통해 보완되면서
전신 인물 촬영이나 실내의 공간감을 극대화 한 표현 역시 자신있게 시도해 볼 수 있게 되겠네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50mm 룩스 렌즈를 사용하면서 F1.4를 사용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수동 초점의 어려움 때문에 야외 스냅 사진에서는 F8 이상의 조리개 값에서 과초점 촬영을 주로 하게 됐고,
'이러면 가볍고 개방 화질 좋고 저렴한 F2.0 Summicron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끊임 없이 들었으니까요.
이런 점 때문에 Summicron과 Summilux는 성능과 등급의 문제가 아닌 감성과 표현의 문제라고 하나 봅니다.
다소 높은 컨트라스트로 인상적인 연출과 흑백 사진에서의 매력을 주었던 50mm Summicron 렌즈와 달리
50mm 룩스는 그 표현히 한결 수수하고 부드럽습니다.
때문에 이미지 전체의 계조 표현이 풍부해 동일한 풍경을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고 편하게 연출할 수 있죠.
이 점이 50mm 룩스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를 보면서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LUX가 CRON보다 다 좋지는 않다, 하지만 경험해 볼 가치가 있다.
이제 겨우 두 세 차례의 촬영이었지만 그럼에도 50mm Summilux 렌즈에서
최고의 광학 기업 중 하나인 라이카의 정점과 생각보다 개성이 적은 이 렌즈의 표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선과 발전을 거듭해 온 다섯번째 Summilux 50mm 렌즈는 말 그대로 현재 라이카의 광학 기술이 집약된 고성능, 고화질 렌즈입니다.
F1.4 최대 개방에서도 살벌하리만치 또렷한 중심부 표현, 주변부 화질 저하 등은 남 얘기라는 50mm 표준 렌즈의 위력 등을 짧은 촬영에서도 느낄 수 있었고
특히나 디지털 M 카메라인 M9에서는 높은 해상력과 함께 올드 렌즈보다 안정적인 WB를 보였습니다.
F1.4 촬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배경 흐림과 공간감 표현 등도 기대했던 만큼 좋았고, 해상력이 뛰어나 그 효과가 더욱 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난한 렌즈가 과연 M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모두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최신 DSLR 카메라를 연상시키는 매끈하고 선명한 이미지는 그 자체로는 무척 만족스럽지만,
그 동안 사랑받아온 라이카 카메라와 렌즈 특유의 '그 무엇'을 기대했던 사용자들에겐
'라이카라고 별 것 없네, 괜히 불편하기만 하고'라는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거죠.
어쨌거나 현재로서는 가장 완벽한 라이카의 50mm 렌즈인 Summilux-m 50mm F1.4 asph. M9과 함께 최소한 올 한해 동안은 열심히 다녀볼 생각입니다.
렌즈의 능력도, 또 저의 능력도 최대한 발휘해 본 다음에, 그 후에야 이 렌즈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