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여름,
긴 장마가 걷힌 날
새로운 기분에 설레는 혼자 떠나는 길.
떠나는 사람이 많다
떠나는 이유 역시 많을테고
오늘 나처럼 막상 떠나면 무언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분명 이 곳 어느 한 사람에게 있지 않을까
아주 멀리 왔지만
서울을 조금 벗어난 것처럼 정겹기도, 나 혼자 남겨진 것처럼 낯설기도 한 순천.
때마침 활짝 갠 날씨에
하늘과 구름, 그리고 먼 길 끝에 만난 순천만이 참 보기 좋았던 오후
이제 막 펼쳐진 순천만의 습지가 펼쳐지고
사람들은 즐겁다
파란 하늘을 따라 걷다보면
하나 둘,
기다렸던 풍경들이 펼쳐진다
파란 하늘은 특별할 것 없는 여름 갈대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함께 걷는 길은 여름 햇살을 받아 더욱 빛난다
이 길을 당신과 함께 걸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활짝 핀 여름 햇살에
쉴 사람을, 혹은 그 사람들의 삶을 기다리는 저 벤치는
종일 혼자였다.
순천만 전망대로 향하는 길에 본 풍경
고개만 돌리면 시시각각 펼쳐지는 순천만의 풍경은
자꾸 가던 길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전망대에서
오늘 처음 맞는 바람보다 더 반가웠던
순천만의 풍경
얼굴도 옷과 표정도, 사는 곳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두 같은 표정으로 즐거워하고
다시 안 올 순천만의 하루를 간직한다.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세시간을 한 곳만 바라보며 보냈지만
지루하지 않았던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모두 회복됐던
서른 한 살의 여름 여행.
해 질 무렵 자욱한 구름에
그토록 기다리던 순천만의 일몰은 아쉽게도 상상만 했지만
홀로 떠난 길은 회복이고 행복이었다.
그리고 다시 떠날 날이 기다려진다
@ 순천만 자연 생태 공원
LEICA M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