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저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진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회사,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최고의 카메라에 한걸음 한걸음 정직하게 다가가고 있는 회사.
리코의 대표 시리즈 GR이 2013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발매되었습니다.
기존 GRD 시리즈가 1/1.7인치 이미지 센서의 하이엔드 카메라로 '똑딱이'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던 데 반해,
DSLR 카메라와 같은 APS-C 규격의 대형 이미지 센서와 28mm 단렌즈를 탑재한 NEW GR은 네이밍이 보여주듯 완전히 새로운 라인업이면서
단숨에 리코의 최상위 카메라로 등장했습니다.
최근 현장 판매에서 단숨에 완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있죠.
RICOH GR
1600만 화소 APS-C 규격 CMOS 이미지 센서
35mm 환산 28mm / F2.8의 리코 GR 렌즈
ISO 100-25600
Full HD 동영상 촬영
셔터 속도 1/4000 - 300 초
10 cm 접사
3인치 123만 화소 디스플레이
후지필름 X100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프리미엄 컴팩트 카메라 시장에 내놓은 첫 제품으로서
경쟁 제품에 뒤지지 않는 높은 촬영 성능입니다.
특히나 대형 이미지 센서의 채용으로 대폭 향상된 이미지 품질 덕분에 ISO 25600 촬영을 지원해
예전 '똑딱이 GRD'로는 불가능했던 야간/실내 사진이 가능하게 되었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28mm F2.8의 리코 GR 렌즈의 존재입니다.
X100과 RX1 등 저를 열광시켰던 컴팩트 카메라는 공통적으로 단렌즈를 사용하여 렌즈 교환 카메라보다 작은 크기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화질 역시 최적화가 가능합니다. GR 역시 28mm의 단렌즈로 뛰어난 화질이 기대됩니다.
GRD 시리즈를 거치면서 다져진 높은 효율과 접근성의 버튼 인터페이스가 GR에도 적용되었습니다.
버튼과 다이얼, 레버를 적절히 조합하고, Fn 버튼을 적절히 사용하여 원하는 기능을 빠르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잠깐 GR을 만져보면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을 세 가지 꼽을 수 있는데요,
신뢰감을 주고 촉감을 자극하는 까슬한 외부 재질,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선명하고 또렷한 LCD,
그리고 사용자의 촬영 습관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터페이스였습니다.
특히 버튼을 누르고 다이얼을 돌려가며 접한 GR의 인터페이스는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기능을 외부 버튼을 이용해 어떤 카메라보다 빠르게 사용할 수 있고,
자주 변경하는 설정에 대한 배려가 대단했습니다.
가령 초점을 변경하기 위해 AF 포인터 위치를 옮기던 중 셔터를 눌러 촬영을 하면 촬영 후에 바로 AF 포인터 이동이 이어지는 식이죠.
초점 변경과 노출 보정, 필터 효과 적용 등 때로 매 컷마다 변경하게 되는 설정을 이렇게 잘 이해하고 있는 카메라는 처음이었습니다.
작은 크기에도 모드 다이얼과 전/후 다이얼 등 웬만한 DSLR 카메라보다 치밀한 조작계가 이 작은 카메라에 빈 틈 없이 배치되어 있죠.
때문에 버튼과 다이얼 크기는 다소 작은 편이라 제 손에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특히 그립에 있는 다이얼이 손이 잘 가지 않더군요
조리개/셔터속도 등을 조작하는 중요한 다이얼인데 말이죠.
APS-C 이미지 센서를 사용했음에도 이전 GRD 시리즈와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크기는 매우 작습니다.
5인치 화면의 스마트폰보다 훨씬 작은 크기에 돌출부 역시 렌즈부분과 경통 부분의 최대 돌출을 맞춰 휴대성에 신경을 썼습니다.
전원을 켰을때 돌출되는 렌즈 역시 생각보다 크지 않구요.
그동안 리코에 가졌던 저의 선입견들 -구식 카메라 같은 답답함, 재미 없는 조작, 개성 없는 이미지- 은 GR을 손에 쥔지 채 5분이 되지 않아 모두 사라집니다.
무엇보다 다른 회사의 카메라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메뉴 구성과 생각보다 빠른 AF, 외부 버튼 조작의 효율성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생긴 건 여전히 구식 카메라지만, 몇 컷 눌러보고 든 생각은 '이건 사야겠다.'
RICOH GR Sample
스튜디오와 사무실 근처를 돌며 A모드로 찍은 샘플 사진에서 APS-C 카메라의 풍부한 묘사가 잘 느껴집니다. 기존 GRD 에선 기대하기 어려웠었죠.
매우 사실적인 밸런스와 차분하면서도 어딘가 특별한 컬러에서 다른 카메라와 다른 GR만의 개성이 느껴집니다.
노출 차가 제법 심한 환경에서도 암부 표현력 역시 은은하지만 확실하게, 특별히 보정을 하지 않아도 좋은 이미지를 보여줬습니다.
1600만 화소
1600만 화소의 APS-C 센서는 최신 카메라에 뒤지지 않는 고화소와 풍부한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또한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하여 이미지를 확대해도 그 샤프니스가 대단하구요.
특히나 주변부까지 선명한 GR의 이미지는 붙박이 렌즈 구조의 최적화를 느낄 수 있죠.
렌즈 교환 카메라보다 렌즈 고정 카메라를 더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APS-C / F2.8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에 사용되는 APS-C 규격 이미지 센서는 GRD 시리즈와 new GR을 구분 짓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라인업이 된 것이죠.
큰 센서는 풍부한 화질과 함께 자유로운 심도 표현의 이점을 갖습니다. 컴팩트 카메라에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배경 흐림을 GR로는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죠.
렌즈 역시 F2.8의 비교적 밝은 렌즈라 근접 촬영을 잘 이용하면 멋진 배경 흐림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10 cm 접사
근접 촬영 역시 10cm로 단렌즈의 컴팩트 카메라로서는 뛰어납니다. 1600만 고화소 덕분에 결과물 역시 매우 좋구요.
단 GR에 채용된 단렌즈가 28mm의 광각 렌즈다보니 흔히 생각하는 접사 촬영 이미지보다는 극적인 효과가 다소 떨어집니다.
고감도 촬영
- RICOH GR, ISO 6400 -
대형 이미지 센서로 가장 향상된 것이 고감도 촬영 성능입니다.
컴팩트 카메라로는 상상할 수 없던 최대 ISO 25600의 촬영이 가능해, 어두운 실내와 야간에도 깨끗한 사진을 얻을 수 있죠.
ISO 6400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첨부해 보았습니다. 노이즈 입자가 다소 거칠지만 웹용으로 리사이즈하니 약간의 저채도 현상 외에는 괜찮은 품질을 보입니다.
물론 ISO 12800, 25600은 아주 열악한 환경이 아니면 참아야 할 정도로 심합니다만,
GRD 시리즈를 생각하면 역시나 장족의 발전이죠. 개인적으로 리코 카메라의 ISO 25600을 보게 될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으니까요.
35mm 모드
28mm / 35mm 모드 화질 비교
GR의 28mm 광각 렌즈는 가벼운 여행에 함께할 카메라로서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로 최고이지만, 일상을 기록할 때는 종종 어려움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꽤 넓은 화각이라 구도 잡기도 쉽지 않고, 특히나 주변 피사체에 더욱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GR에는 35mm의 초점거리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됩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준 초점거리를 지원해 한 카메라로 2 카메라를 사용하는 기분과 결과물을 즐길 수 있는데요,
이미지 중 35mm 에 '상당하는' 부분을 잘라내어 이미지로 저장하는 방식으로 이미지 크기는 다소 작아지지만 화질 저하가 없는 것이 장점입니다.
여행에서는 28mm로, 보통 때는 35mm로.
단렌즈의 한계를 극복하는 좋은 기능이 아닐까요?
필터 효과
- RICOH GR, 레트로 효과 -
가볍게 들고 다니며 촬영하는 컴팩트 카메라인만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필터 효과가 적용됐습니다.
각각의 효과가 재미도 있고 개성도 뚜렷한데다, 카메라 왼쪽에 필터 효과를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전용 버튼이 있어
다른 카메라보다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결과물 역시 매력적이구요.
- RICOH GR, 고 컨트라스트 흑백 효과 -
- RICOH GR, 블리치 바이패스 효과 -
- RICOH GR, 레트로 효과 -
- RICOH GR, 포지티브 필름 효과 -
- RICOH GR, 레트로 효과 -
- RICOH GR, 흑백 효과 -
사진에 감성을 더하는 레트로 효과와 인물 사진에 어울릴 것 같은 깔끔한 흑백,
반면에 거리 스냅과 강렬한 주제 사진에 어울릴 높은 대비의 흑백 효과가 인상적이고,
마니아들이 좋아한다는 포지티브 필름 효과 역시 원색의 피사체를 더욱 매력있게 표현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본 이미지 퀄리티도 좋지만, 필터 효과가 다양하면서 매력적이라 서브 카메라로 더욱 끌렸어요.
RICOH GR Sample
All new GR, 올 해 최고의 컴팩트 카메라의 탄생
리코 카메라와는 유독 인연이 없어 잠시나마 제대로 셔터를 눌러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친한 친구 중 리코 마니아가 있어 이전부터 워낙 칭송(?)을 많이 들은데다, 똑딱이 GRD와는 전혀 다른 고품격 카메라 GR에 그 감흥이 몇 배가 된 탓도 있겠지만,
주저 없이 제가 2013년 최고의 컴팩트 카메라로 꼽는 소니 RX1 못지 않게 이번 리코 GR 역시 최고의 컴팩트 카메라로 손색이 없습니다.
아마 RX1이 아니었으면 M8의 부족함을 메꿔줄 서브 카메라로 주저 없이 선택했을 정도로
이미지 품질과 성능, 무엇보다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개성 넘치는 사진 효과의 매력은 대단합니다.
리코의 완전히 새로운 GR,
주목해야 할 멋진 카메라가 탄생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