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이 카메라의 꿈, SONY DSC-RX1
350만원짜리 컴팩트 카메라, 혹은 디지털 카메라의 미래.
1인치 대형 센서를 사용한 컴팩트 카메라 RX100의 화제와 성공에도
'풀 프레임 센서를 넣은 컴팩트 카메라가 RX1이란 이름으로 발표된다.'라는 루머는 그저 상상에 가깝다고 여겨졌습니다.
언젠가는 나오겠지만, 아직은 꿈이었던 카메라
필름 사이즈와 같은 2400만 화소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와 칼 자이스 35mm F2 Sonna 렌즈, 이름만으로 가슴이 뛰는 거짓말같은 카메라가
2012년의 끝자락, 언제나 시대를 앞서가는 소니에서 발표되었습니다.
감히 디지털 카메라의 역사를 바꿀 카메라라고 평가해 보는
RX1의 탄생을 누구보다 기다린 사용자로서 간단한 첫 소감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
Unpack & Design
NEX-7에서부터로 기억합니다만, 소니의 패키징은 철저하게 제품 가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급형-중급형 제품에는 제품 사진과 제품 소개 문구가 가득한 평범하고 친숙한 기존의 패키징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지만
고급형으로 분류한 카메라는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풀 프레임 센서와 칼 자이즈 렌즈 사용으로 웬만한 고급 DSLR도 훌쩍 넘는 가격이지만
렌즈 교환이 되지 않는 이유로 RX1은 소니의 컴팩트 카메라 브랜드인 Cyber-shot 이름을 달고 태어났습니다.
어쩐지 조금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만,
'똑딱이의 끝'이라는 시선으로 보면 적절하고 재미있는 분류입니다.
귀하신 몸이라 비닐 뾱뾱이 대신 부드러운 검정 천으로 안전한 방(?)에 칩거중이셨습니다.
패키징에서 아쉬운 점을 꼽자면, 제품의 가격과 주 사용자 층을 위한 포장재의 질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검정색으로 단정해 보이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할 약한 종이 포장이 못내 아쉽습니다.
굳이 라이카 M8의 포장과 비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오랫동안 기다려 온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첫눈에도 정말 이 안에 풀 프레임 센서가 있을까 싶은 작은 크기, 요즘 나오는 미러리스 카메라 정도입니다.
풀 프레임 센서를 위한 커다란 35mm 렌즈를 보니 RX1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무광의 매끄러운 금속 느낌이 매우 좋은 RX1의 첫 촉감, 렌즈 캡까지 금속 재질로 제작할 정도로 나름 공을 들였습니다.
그 동안 우리 모두의 '풀 프레임 카메라'에 대한 인식을 박살내는 작은 크기는 정말 놀랍습니다.
네모 반듯한 디자인과 그립부 인조가죽 등 클래식과 모던 사이에서 고민한 디자인, 빨간색 T* 마크가 눈길을 사로잡는 Carl Zeiss Sonna 렌즈까지.
보고만 있어도 즐겁네요, 눈 앞에 있는 이 앙상블이 상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
대형 센서에 골고루 빛을 전달하기 위해 RX1은 바디보다 렌즈가 더 두껍습니다.
팝 업 플래시와 AF/MF 다이얼 등 단순히 작게만 만든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촬영 편의성과 효율을 고려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후면이 조금 실망인데,
이름만큼 후면 인터페이스는 정말 Cyber-shot의 느낌입니다.
3인치 LCD는 소니 카메라의 전통을 따라 최고의 표현을 보여주며, 두 개의 다이얼과 Fn 버튼을 포함, 좌우,하단 버튼 셋을 Fn 버튼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저 친화 인터페이스가 장점이네요.
조작에 있어서 만큼은 기존 소니 카메라를 사용해보신 분이라면 350만원짜리 풀 프레임 카메라라고 특별히 다를 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View & Feel
5D 시리즈를 통해 풀 프레임 카메라의 이미지를 처음 접하고 매료되어 언제나 풀 프레임 센서는 최고의 카메라의 첫째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작고 가벼운 풀 프레임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참지 못하고 나가서 셔터를 누르고 싶어지는, 또 어디로든 떠나고픈 감동이지요.
다소 똑딱이스러운(똑딱이 맞긴 합니다만) 뒷부분 버튼과 달리 상단 다이얼과 셔터버튼은 클래식 카메라의 그것을 충실하게 추억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출 보정 다이얼과 셔터 버튼의 디자인이 라이카 M8과 후지필름 X100에서 느꼈던 감동을 비슷하게 전하고 있으며
모드 다이얼 역시 최신 카메라에 맞게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지만 조작감만큼은 옛 손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니 풀 프레임 카메라의 상징은 저 오렌지색 띠가 되었습니다.
풀 프레임 DSLT A99와 RX1의 렌즈 마운트 부분에 씌워진 색상과 표기로 소니 풀 프레임 기술에 대한 자랑을 잊지 않습니다.
RX1에 들어간 풀 프레임 센서는 2400만 화소, 최대 감도 ISO 25600을 지원합니다.
풀 프레임 센서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Carl Zeiss Sonna 35mm F2 렌즈의 채용입니다.
사진가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35mm 렌즈는 교체는 불가능하지만 그만큼 이 카메라를 위해 최적화되었으니 화질에선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죠?
고스트와 플레어 억제가 탁월한 T* 코팅 역시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 동안의 소니 DSLR/T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소니의 최신 디지털 기술과 칼 자이즈의 전통적인 광학 성능의 조화는 정말 현대 사진가들에게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시너지가 아직까진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풀 프레임 카메라, 35mm에서 F2의 조리개는 전신 배경 흐림이 가능할 정도의 심도 표현이 가능한 렌즈입니다.
모든 환경과 촬영에서 최고의 활용을 보이는 렌즈, 해상력이 극대화 된 Sonnar 설계는 더욱 더 반가운 소식이죠.
풀 프레임 DSLR/DRF 카메라와 35mm F2 렌즈 혹은 필름 카메라에 35mm F2렌즈로만 사진 생활을 즐기는 분들도 많은 만큼
RX1의 렌즈 선택은 정말 탁월합니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게 기계식 조리개 링이죠.
렌즈의 조리개 링을 통해 직접 조리개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매우 빠르고, 편한 방법이면서 사진을 찍는 즐거움 또한 향상되죠.
1/3스톱으로 조절되는 점과, 딱딱 느낌 좋게 끊어지는 조작감 역시 매우 좋습니다.
최대 25cm의 접사는 조리개 링 앞쪽의 접사 변환 링을 통해 전환할 수 있습니다.
렌즈 가장 앞에는 수동 초점링이 있구요.
RF 카메라에 익숙한 유저들은 수동 초점 촬영이 더 익숙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좀 더 섬세한 표현을 위해 상대적으로 AF/MF 전환이 많은 고급 카메라로서 RX1은 외부에 AF/MF전환 다이얼을 배치했습니다.
거리 스냅에선 조리개를 8-11로 조이고 초점은 무한대!
저는 개인적으로 Carl Zeiss 렌즈를 매우 좋아합니다.
앞선 광학 기술로 평가받는 전통의 광학 회사 중 디지털 이미지에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RX1에서 풀 프레임 센서보다 Sonnar 렌즈를 더 반가웠습니다.
Compact
같은 135포맷의 풀 프레임 센서를 사용하는 캐논 EOS-5D markIII와의 비교입니다.
같은 센서를 사용한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크죠?
정면으로만 봐도 느껴지는 큰 차이는
돌려보면 그 차이가 훨씬 큽니다.
캐논 EF 렌즈 중 가장 작은 렌즈인 40mm 렌즈를 마운트 했음에도 절반 이하의 바디 체구가 압도적입니다.
미러와 뷰 파인더가 없는 구조의 장점이지요.
근데 이쯤 되면 정말 이 작은 카메라가 저 커다란 풀 프레임 카메라와 같은 수준의 이미지를 보여줄 것인지가 궁금해집니다.
RX1 Samples
한 장의 사진을 통해 풀 프레임 센서, 35mm F2 렌즈의 매우 낮은 심도, 그리고 2400만 화소와 Carl Zeiss Sonnar 렌즈의 살벌한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PS-C 규격 센서를 사용하는 일반 DSLR/미러리스 카메라에선 느낄 수 없는 배경 흐림이 매력적이네요.
초점이 맞은 부분을 확대해 보았을 때 조화의 재질까지 상세히 느낄 수 있는 칼같은 샤프니스 역시 대단합니다.
우리가 기대하고, 또 감동하는 풀 프레임 카메라의 이미지를
이 작은 카메라는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색 설정인 '마이 스타일'은 비비드,인물,풍경,뉴트럴,흑백,세피아 등 촬영 환경과 대상에 맞는 컬러 세팅을 제공합니다.
특히 흑백 사진이 만족스러웠는데요, 뛰어난 명,암 표현과 컨트라스트, Sonnar렌즈의 샤프니스 때문에 흑백 촬영에서 매우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보다 더 진한 흑백 사진을 원하시는 분은 사진 효과의 '하이 컨트라스트 모노'를 사용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대형 센서와 낮은 조리개 값을 이용한 매력적인 아웃포커스,
자칫 무미 건조한 피사체에도 감성과 감정을 동시에 부가하며 분위기 있는 사진을 만들어냅니다.
같은 장면을 찍어도 왠지 뭔가 다른 것 같은 풀 프레임 카메라는 이런 이유가 있는 거겠죠.
RX1의 렌즈는 F2 최대 개방에서도 칼같은 샤프니스로 마음껏 개방 사진을 찍어도 좋습니다.
때문에 웬만한 상황 아니면 고감도 촬영을 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최근 소니 카메라의 장점인 뛰어난 실내 WB 역시 RX1에서도 이어집니다.
실내 노란 조명이나 그마저도 부족한 촬영에서 밝은 조리개 값과 뛰어난 고감도 촬영, 그리고 뛰어난 WB로
어떤 상황에서도 현재까진 어떤 카메라보다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카메라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렌즈 셔터를 사용해 촬영시 셔터음이 촬영자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작다는 점도 실내 촬영에 큰 장점이 될 수 있겠네요.
무심코 걷는 길에 나처럼 무심코 걷는 행인을, 그리고 문득 지나칠 뻔했던 건물과 풍경을 한 컷 한 컷
RX1이 가장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자유로운 거리 스냅 사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행인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우연히 발견한 장면에 주저 없이 대응할 수 있는 가벼움으로
RX1으로 처음 나선 거리 스냅 촬영은 커다란 5D MarkIII를 사용할 때 느꼈던 어색함이나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춥지만 즐거운 '동네 한 바퀴'였네요.
이제 욕심을 버려도 되지 않을까, RX1이라면
저의 촬영 성향과 기호에 꼭 맞아서겠지만,
2400만 화소의 풀 프레임 센서와 35mm F2 조나 렌즈, 소니의 다양한 촬영 기능을 갖춘 RX1은 시작부터가 완성에 가까운 첫인상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의 표정과 사건들을 한 컷 한 컷 추억하며 담아내는 도구로서 카메라를 사용한다면, 이 이상이 과연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물론 촬영의 즐거움이 결과물 못지 않게 중요한 이들에겐 손에 쥐기에 불안한 크기와 디자인, 그리고 세상을 보는 즐거움이 없는 파인더의 부재 등이
결국 RX1을 선택하지 않는 장벽이 될 수 있겠지만, 단순히 내 연인을 좀 더 예쁘게 담기 위해,
일상을 좀 더 멋지게 새기고픈 마음에 크고 무거운 풀 프레임 DSLR 카메라를
매일같이 들고 다니지만 종종 한 컷도 찍지 못하고 돌아오는 저와 같은 이들에겐 이 자체로도 아주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그렇게 하고 싶은 카메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장 앞선 기술의 2400만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 이름만으로 신뢰하는 Carl Zeiss렌즈.
이 두 조합만으로 RX1은 앞으로 쏟아질 수 많은 신제품 속에서도 아주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는 카메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당분간 저의 일상들도 충실히 기록해 주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