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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하늘공원, 서울
가을바람이 가장 먼저 닿는 곳, 하늘공원.
벌써 열번째, 해마다 가을이면 난지지구 하늘공원에서 억새축제가 열립니다.
옛날 커다란 쓰레기산이었던 난지도가 이제는 시민 누구나 올라 산책을 하고 서울에서 가장 멋진 노을을 볼 수 있는 동산으로 사랑받고 있어요.
열번째 서울 억새축제의 간단한 사진 스케치입니다. ^^
주말이라 사람이 무척 많아 매일 오르던 계단은 내려오는 사람들만 이용하도록 했더군요,
계단 왼쪽길로 한참을 돌아 오르막길을 통해 하늘공원까지 오릅니다. 생각보다 높아요.
가는길엔 이렇게 연등이 매달려 있습니다. 밤이 되면 반짝반짝 빛나겠지요. ^^
하늘공원에 오르면 보이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과 파란 가을하늘, 그리고 넓은 동산을 가득 채운 사람들.
요즘같은 가을엔 파란 하늘과 예쁜 구름으로 어느 쪽을 보아도 정말 멋진 가을풍경이 펼쳐져요.
올해 벌써 세번째 찾는 하늘공원인데,
4월에 처음 왔을 때는 아무 것도 없던 허허벌판이 반년만에 이렇게 사람 키보다 큰 억새로 가득 채워졌다는 게 무척 신기했어요.
수많은 억새는 바람에 흩날려 멋진 움직임을 만들어 주고, 파란 가을하늘과 구름은 훌륭한 배경이 되어주죠.
거기에 이렇게 현대식 풍차가 있는 풍경이란,
옛날 만화에서 보던 풍차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운치있는 풍경입니다.
하늘공원의 경우 수십년간 쓰레기가 쌓여 커다란 산이었던 난지 쓰레기 매립지 위에 흙을 덮어 만든 동산이라고 하는데요,
그 때문에 뿌리가 깊은 나무를 심을 수 없어 그 자리를 억새가 가득 채우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어디서도 보기 힘든 이런 멋진 가을 억새 풍경을 만들어 주는 거겠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완연한 가을 정취를 느끼기 위해 하늘공원을 찾았습니다.
어느새 두터워진 옷차림이, 어느틈에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완연하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해줘요.
가을 억새도 좋은 그림이지만, 매일 높은 건물들 사이로 하늘 보기도 힘들었던 현대인들에게
이런 탁 트인 넓은 동산은 정말 맘속까지 시원해지는,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요?
물론 가을바람은 말할 것도 없구요,
억새와 함께 가을바람에 여기저기 흔들리다보면 기본이 너무 좋아집니다.
가만히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억새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 구석이 편안해지면서,
어쩐지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마저 드는 건 왜일까요.
그래서 억새축제를 거니는 사람들은 얼굴에 옅은 미소가 만연했어요.
높은 곳이라 바람이 꽤 심하게 분답니다.
덕분에 억새도 꺾일듯 심하게 흩날리고,
사람들은 예쁘게 흩날릴 때를 기다렸다가 셔터를 누르곤 하구요.
억새만 보느라 잠시 놓쳤던,
보기만 해도 시원한 가을하늘. ^^
정말 많은 분들이 카메라를 들고 가을 억새 풍경을 담고 있었습니다.
가족과 연인들도 서로 추억남기기에 여념없는 모습이었고, 저도 지나가다 많은 커플과 가족들 사진을 찍어준 기억이 나네요. ^^;
봄,여름,가을.
올해는 계절마다 하늘공원을 한 번씩 왔었는데.
역시나 가을이 가장 멋지군요, 이 곳은.
가을 햇살 맞아 빛나는 억새와
가을 바람에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붓처럼 흩날리는 억새
모두가, '이런 가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장관입니다. ^^
오후 일찍 도착했는데도, 억새 구경에 사진촬영에 신내다 보니 금방 해가 저물더군요.
노을 질 때의 가을녘 풍경이라- 기대됩니다.
빛이 떨어질 때의 억새밭 풍경은,
한층 아련하고 화려한 느낌입니다.
멋진 가을 풍경을 만들어주던 가을해가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가을빛을 받아 화려함을 뽐내던 억새들도, 이제 본래의 소박한 모습을 되찾아갑니다.
이윽고 노을 사이로 들어가는 비행기 한 대. ^^
이렇게 마지막 빛을 내리며
빠르게 가을 축제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네요.
공기가 오염될 수록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노을빛은 그동안 눈여겨 보지 않았던 '예쁘지 않은' 것들에 아름다움을 주는 마력이 있죠.
억새축제의 밤은, 이곳저곳에서 쏘아대는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아 빛나는 억새들의, 밤이되어 한층 강해진 바람에 더욱 힘찬 움직임을 보는 재미,
더불어 사방이 깜깜한 억새밭에서 느끼는, 연인간의 다정한 속삭임
그리고 숨막히는 서울의 삶에서 잠시나마 자연에서 혼자 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억새축제의 낮이 '사진을 남기고픈 화려함'이라면,
밤의 억새축제는 '추억을 남기고픈 소박함'이었어요.
열 번째 서울 억새축제가 이번 주말까지라고 하죠?
가을이라 이곳저곳 예쁜 풍경들이 가득한데,
오늘도 상사에게 치이고 마음 한구석이 답답한 분들, 시험에 취업에 스트레스 가득한 청춘과
어둑어둑한 억새밭에서 사랑을 키우고 싶은 눈치없는 커플들. 그리고 멋진 가을추억을 함께 만들고픈 가족들에게.
올 가을 다른 볼거리를 차치하고서라도 꼭 한 번 들러볼만한 멋진 가을 풍경, 가을빛 축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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