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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가을날의 공원
가을을 맞아 서울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드는 생각은,
생각보다 이 삭막한 도시에서도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가을이야기,
이번에 찾은 곳은 주말이면 가족과 연인들의 행복으로 가득차는 서울숲이에요.
얼추 서울의 가운데에 있는 곳,
도심 한가운데서 한가로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
그래서 계절에 상관없이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죠.
가을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마침 모처럼 활짝 갠 날씨에 햇살도 엄청 좋은 날이었거든요-
노란색 가을.
들어서자마자 저를 맞아주던 서울 숲 한 구석의 노랑빛 가득한 은행나무숲.
가을의 절정을 맞아 탐스럽게 물들어 녹색 숲 사이에서 단연 반짝반짝 빛났어요.
크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반듯하게, 촘촘하게 심어진 은행나무숲 사이로 손잡은 연인, 사진찍는 가족들과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시민들까지.
큰 길을 지나다가 일부러라도 들러서 잠시 걷고, 고개를 들어 노랑 가을빛을 느끼고 가시더라구요.
정갈한 은행나무 숲 사이로 난 작은 길,
연인들이 함께 걷고, 서로를 위한 약속을 하기 좋은 곳이겠죠?
모두가 즐거운 은행나무 숲,
노랑빛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도 찍고, 벤치에 앉아 한없이 대화도 나누고-
혼자 찾은 저는 마냥 부러웠어요.
길지는 않지만 노랑 은행나무가 하늘을 모두 가려 계절도, 시간도 잠시 잊게 해 주는 서울 숲 안의 작은 숲.
은행잎에 비춰 노란 빛으로 내리는 가을 햇살이 예쁜 곳입니다. ^^
파란 가을하늘과 너무 잘 어울려요-
산책, 가을.
나무도 많고, 길도 많고, 땅도 넓고..
서울숲은 산책하기 참 좋은 곳입니다.
게다가 가을에는 그 넓은 길에 낙엽까지 하나 둘 씩 쌓일테니까요.
넓은 잔디밭에선 많은 분들이 야구도 하고, 축구도 하고 마냥 뛰어놀기도 하면서
저마다 가을을 만끽하고 계시죠.
또 이런 날 야외에서 하는 식사가 제맛이니까요-.
공놀이 하는 부자의 모습은 언제봐도 흐뭇합니다. ^^
나무그늘 아래서 한가로운 오후시간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모습.
아 부럽다-
어머님들도 오늘만큼은 양갈래머리 소녀시절로 돌아가 낙엽을 방석삼아 수다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
다 셀 수도 없는 서울숲 곳곳의 벤치는 이렇게 화창한 가을날엔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죠.
이곳을 찾은 사랑하는 사람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저마다의 행복을, 가을을 즐기는 모습들을 보면 보는 저도 기분 좋아집니다.
낙엽 쌓인 길을 걷는 기분, 낙엽 밟는 소리를 즐기며
제 자리인 양 비어있는 어딘지 외로워보이는 저 벤치에 위로를 받고
흘러가는 계절에 헐벗은 나무와 더 풍요롭고 아름다워지는 나무들의 묘한 대립 사이를 걷습니다.
여기저기 참 많은 가을의 조각들이 떨어져 있어요.
반영, 가을.
눈부신 햇살이 내리는 날엔,
내가 한 명 더 생긴 듯 또렷한 반영에 연신 물가를 내려다보며 신기해하고, 감탄하게 되죠.
이런 날엔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아도 하늘을 볼 수 있구요,
구름도 두 배로 많아집니다.
물고기들이 하늘 위를 헤엄치는 그림,
재미있지 않아요? ^^
가을햇살은 마치 원래 둘로 쪼개져 있던 조각을 찾아주듯,
선명하고 멋진 반영을 만들어냅니다.
가을엔 서울숲의 중앙호수와, 곳곳의 작은 물가에서 가을햇살이 만들어 내는 멋진 그림들을 '감상'하고 '감탄'하기만 하면 됩니다. ^^
부호, 가을.
노란 은행잎,
빨간 단풍잎,
갈색의 낙엽과 앙상한 나무.
가을의 상징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서울숲에서 찾은 가을의 상징들은?
알록달록 가을빛으로 물든 성격 좋아보이는 나무와
유유히 흘러가는 낙엽
아무렇게나 버려진 낙엽들.
버려지고 밟혀 이제 쓰레기처럼 되어버린 낙엽들까지.
다들 낙엽이 예쁘다고 하지만, 왜 그렇게 빨리 쓸어다 버려버릴까요.
가을에 제일 예쁜 꽃도 있구요,
아무렇게나 자란 덩굴이 멋진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서울숲 구석구석에는 이렇게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조각들이 곳곳에 떨어져 있어요.
평소엔 그냥 스쳐지나갔던 풍경들이 가을에 햇살을 받고 낙엽이 쌓이고 단풍색을 더하면
하나하나 담아내고 싶은 멋진 그림들이 됩니다.
서울숲의 가을은 다른 곳보다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기도 하구요.
뒷모습, 가을.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활짝 웃는 미소, 혹은 살짜기 짓는 미소를 느낄 수 있는
가을날 공원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뒷모습.
가을의 색보다 행복한 사람들의 미소가 더 빛나는 서울숲의 휴일.
행복한 뒷모습들을 담아보았습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듯한 연인들의 어딘지 조심스런 뒷모습과
행복한 주말 나들이 중인 가족의 뒷모습.
호기심 가득한 소녀의 뒷모습은 묻고 싶어집니다.
아마도 새 식구와 첫 나들이를 나온 이 가족의 뒷모습은 저 멀리서도 그 행복이 가득 느껴집니다.
이제 훌쩍 자라 '스트라이크'를 외치는 귀여운 소녀의 앙증맞은 뒷모습도 있구요,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이 커플은 충분히 행복해 보이는군요.
꼭 닮고 싶은 멋진 노년 부부의 뒷모습에선 잔잔한 감동이-
그렇게 서울숲에서 찾은 여러 뒷모습에서 '만추'를 느끼는 시간입니다.
노을, 가을.
부쩍 짧아진 해에 이른 오후부터 숲에 내리는 노을,
이렇게 서울숲의 가을도 하루가 지나갑니다.
휴일을 마무리하며 하나둘씩 자리를 비운 서울숲은
오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가을에 어울리는 쓸쓸함과 운치가 더해집니다.
생태공원으로 가는 억새길에서 서울숲의 가을 노을은 그 절정을 느낄 수 있어요.
아마도 그녀와 함께 걸었던 그 길에 서서, 이제는 그녀만 빠진 배경을 찍어봅니다.
서울숲의 가을은 구석구석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했어요,
많은 시민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간의 휴식을 가을 햇살 속에서 만끽하는 모습들에
보는 사람도 기분 좋아지는 풍경들로 가득했습니다.
서울에도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정말 많습니다,
올 가을 서울숲도 꼭 한 번 가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