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태어난 사람은 유난히 더위를 탄다는 말이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님 말씀으로는 초여름같지 않던 뜨거운 날에 태어난 나는 여름이 공포스러울만큼 더위를 많이 탄다. 그렇게 싫어하는 여름이, 유난히 추운 이변 겨울 때문인지 잠시 그리워지는 밤. 젖은 옷을 벗어던지고 분수로 뛰어드는 동심이, 그 여름 풍경이 주머니 속 휴대폰 생각에, 젖은 옷 말릴 생각에 뛰어들지 못하는 못난 어른에게는 더욱 그립다. 이번 여름에는 나도 철없이 저렇게 뛰어들 수 있기를.
어린이날, 이 아이들이 부러운 건 더운 날씨 때문이 아니라 옷 젖을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는 몸과 마음의 '가벼움'이 아닐까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꿈은 이미 깨진 지가 오래, 이제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몸짓을 보며 아직 남아있는 조금이라도 잡아두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이 시절의 표정을 다시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