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혹은 되겠다고 그렇게 약속한 적이 있었지. 아니 많았지. 언제건 다시 돌아왔을 때 마지막 봤던 그 자리에서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서 있겠다고. 그 때 몰랐던 게, 벤치도 늙더라. 시간이 지나면 이도 빠지고 팔도 부러지고 낡고 추해지고 힘 없어지고, 그러다가 기다리던 사람이 돌아와도 그 한 사람 쉴 공간도 못되겠어. 추해진 내 모습에 놀라고 실망해서 그냥 돌아가면 어쩌니.
이상할 정도로 '벤치'를 좋아하는 내가 '이런 벤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만 했었던 벤치가 용산 가족공원 구석에 다소곳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누가 이렇게 예쁘게 칠 해 놨는지,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덕분에 벌써 내가 2년째 이 벤치만 떠올리면 웃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