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2011. 4
여의도, 서울.
꽃비가 내리던 봄의 절정에서.
벚꽃이 피는 계절이면 본능적으로 생각나는 곳.
20대의 마지막 봄에,
봄마다 꽃축제가 열리는 윤중로를
처음으로 찾다.
흰 꽃이 가득 채운 길에, 꼭 그만큼의 사람.
고개를 들어 나무 가득 쌓인 꽃눈을 바라보며
이제서야 가슴 한가득 느끼는
봄.
봄.
꽃들을 보느라 놓칠 뻔 했던 꽃잎 하나하나의 이야기, 그리고 표정들.
어제싸운 연인도, 요즘 부쩍 권태기인 부부도
짝사랑에 지친 여드름 소년과 책만 보면 졸린 봄의 아이들까지
모두 다 나와 같은 종류의 즐거움을 걷는 걸음.
그리고 순간순간 만드는
올해 마지막 오늘의 일초, 일초의 추억들.
적어도 이 길을 걷는 순간만큼은 그동안 하던 나쁜 생각들을 잠시 잊고 있지 않을까.
엄마가 선물하고 싶은 건 하늘가득한 벚꽃의 아름다움보다
봄날을 즐기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일지도.
엄마가 선물하고 싶은 건 하늘가득한 벚꽃의 아름다움보다
봄날을 즐기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일지도.
어디까지 뻗은지 알 수 없는 끝없는 봄눈나무길을 보고 또 감탄하며
봄눈 한송이 한송이의 표정에 눈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도
봄눈 한송이 한송이의 표정에 눈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도
이내 우리들 표정에, 이야기에 더욱 더 즐겁고 행복해하며
그렇게 가슴위로 봄눈이 내린다.
이런 좋은 봄날, 하루쯤 머리아플정도로 피곤해도 좋다.
이런 좋은 봄날, 하루쯤 머리아플정도로 피곤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