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엔 어머님 교회 집사님 모임때나 먹는 걸로 알고 있던
그닥 좋아하지 않는 '칼국수'란 음식이 나이 먹으니까 왜이렇게 좋은지,
즐겨 다니는 칼국수 집만 두세곳 될 정도로 요즘은 비 오는 날, 술 먹고 속 안좋은 날에 즐겨찾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오랫만에 전주에 놀러가서 여러 음식을 먹었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칼국수 집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주 한옥 마을 내에 있는 평범하고 약간은 허름한 식당인데요,
옛날부터 있었던 가게인 듯, '분식집'이란 이름을 아직 달고 성업중입니다.
이 곳 칼국수가 다른 곳보다 색다르고 맛있고 푸짐하다고 해서 서울 올라오기 전에 잠깐 짬을 내어 들렀답니다~
입구는 예전 제가 살던 동네의 오래된 '대중 목욕탕'을 연상시킬 정도로 고전적인(?) 매력이 풍깁니다.
이 사진만 보면 20년 전에 찍은 사진이라고 해도 고개가 끄덕여질 듯? 주차 된 자동차만 없다면 말이죠.
입구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내공의 기운...? ^^
메뉴는 오늘 먹기로 한 칼국수와 쫄면, 그리고 만두.
요즘 분식점보다 메뉴 수는 확연히 적습니다만, 원래 이런 곳이 맛이 있는거죠, 암.
아랫쪽 세 메뉴는 여름 한정 메뉴라고 하네요.
아~ 두시간 전에 점심만 안 먹었어도 소바 하나 추가하는건데, 소바 마니아 체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ㅠ.ㅠ
이런 실내 인테리어 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나무 테이블과 저 분식집 의자, 그리고 제 또래면 누구나 공감할 저 정겨운 바닥 타일
잠시나마 어렸을 적 제가 살던 동네 분식집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2500원에 냉면그릇에 밀떡볶이를 가득 담아주시던 국민학교 앞 분식점 할머니가 갑자기 떠오르더군요 ^^
메뉴 수만 적은 게 아니라, 기본 반찬도 아~주 심플합니다.
'이거 말고 뭐가 더 필요해? 어묵, 감자조림 그런 거 다 사치야~'
라는 무언의 메시지 같은 소박한 밑반찬?
여기저기 옛 생각 참 많이 나게 하는 정겨운 주전자와 수저통입니다 :-)
자~ 주문한 칼국수가 나왔습니다.
스뎅(?) 냉면그릇에 간신히 국물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 가득 담겨 나오는 칼국수입니다.
식당 분위기도 그렇지만, 나오는 칼국수를 봐도, 시골 할머님이 뚝딱 해주시는 솔직히 모양에는 그리 신경쓰지 않아 보이는
상당히 쿨한(?) 모양새의 칼국수입니다.
아~ 근데 맛있어보이네요
가끔 새벽에 배고프다고 칭얼대면 어머님이 저렇게 푸짐하게 국수 말아 주셨는데..
이곳 칼국수의 특징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먹던 해물 칼국수와 달리 들깨가루가 들어가서 시원한 맛 보다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해장하기에는 해물칼국수보다 좋지 않겠지만, 한 끼 든든하게 채우고 가실 분들에게는 만족스러우실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들깨 향을 좋아해서 감자탕이나 순대국에 들깨가루를 많이 넣어 먹는 편이라,
들깨 칼국수가 처음엔 '어, 오묘한 맛이네?' 했지만, 이내 그 고소한 맛에 반해서 한참을 먹었네요.
취향에 맞게 고춧가루를 뿌리고 대충 휘휘 젓다 보면 저렇게나 많은 면의 양.
가격은 4000원인데, 서울에서는 꿈도 못 꿀 든든함을 느꼈습니다.
면은 일반 칼국수면과는 조금 다른 동그란 국수면이었어요, 저는 식감이 이쪽이 더 좋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자극이 적은 담백한 맛이라 조금 심심하거나 느끼하다고 느끼시는 분도 계실 듯 하지만, 그럴 때 먹으라고 아까 깍두기가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
같이 간 친구가 배가 안 고프다길래 거의 절반을 또 뺏어먹었습니다.
후아후아, 사진 보니까 또 먹고 싶네요 ;ㅁ;
전주 한옥 마을은 드라마 세트장을 걷는 듯 잘 정돈된 거리와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여기저기 맛있는 곳도 많으니 꼭 한 번 다녀와 보세요 ^^
생소한 음식이라 잘 상상이 안되시겠지만,
4000원짜리 들깨칼국수, 정말 든든하고 맛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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