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보이그랜더의 대구경 단렌즈 녹턴 35mm F1.2 렌즈에 관한 두 번째 포스팅입니다. 2021년에 출시된 렌즈지만 새롭게 실버 컬러의 렌즈와 전용 후드가 출시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후지필름 X 카메라에 마운트하면 클래식 디자인의 매력이 더해지고 조리개 링, 초점 링을 돌리며 촬영하는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렌즈입니다. 약 한 달간 이 렌즈를 사용하며 오랜만에 찍는 즐거움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후지필름 X 마운트용으로 발매된 보이그랜더의 수동 렌즈 녹턴 35mm F1.2의 사양, 디자인 등의 기본 정보는 아래 링크된 포스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새롭게 출시된 LHX-1에 관한 정보도 있어요.

보이그랜더 녹턴 35mm F1.2 실버 - 구형 카메라와 수동 렌즈가 빚어내는 감성
보이그랜더 녹턴 35mm F1.2 실버 - 구형 카메라와 수동 렌즈가 빚어내는 감성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일부러 오래된 카메라를 찾을 때가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그 카메라가 출시됐던 당시의 추억 때문이기도 하고 갖고 싶
mistyfriday.kr
가장 익숙한 프레임, 35mm.

이 렌즈는 APS-C 포맷 카메라인 후지필름 X 시리즈에서 약 52.5mm의 환산 초점거리를 갖습니다. 풀프레임 카메라 + 50mm 렌즈와 비슷하죠. 취미 사진가들이라면 누구나 반길 만한 프레임이며 별다른 적응 없이 바로 촬영을 즐길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그대로를 담기에 가장 좋은 프레임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으니까요.

한 가지 허들이라면 아무래도 수동 조작의 번거로움입니다. 특히 초점. AF 렌즈가 기본인 현대에 수동 렌즈를 쓰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비효율을 즐기는 것이 취미 생활 아니겠습니까. 처음엔 초점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몇몇 장면을 놓칠 수도 있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촬영이 무척 즐겁게 느껴질 것입니다. 쉽게 툭툭 찍는 카메라와 달리 내가 직접 사진을 찍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 이 렌즈를 쓰는 동안 촬영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제가 발견한 장면을 그 자리에서 바로 기록할 수 있었고 결과물에 제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어요. 저는 무작정 걸으며 발견한 풍경들을 담기 좋아하는데 이런 목적에 35mm 렌즈가 적합했습니다. 해가 충분한 날엔 조리개 값을 F8로 설정하고 초점 거리를 무한대로 고정해 두면 초점 나갈 걱정이 덜합니다. 리코 GR 시리즈에 있는 스냅 모드를 떠올리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AF로 촬영하는 것보다 훨씬 빨라요.










이 렌즈와 같은 환산 35-50mm 렌즈를 쓸 때마다 생각합니다. 처음 사진 취미를 갖는 사람들에게는 이 정도의 단렌즈가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각자가 가진 고유의 시선을 사진에 담기 가장 좋은 프레임라고 생각합니다. 줌렌즈를 물린 미러리스 카메라를 함께 가지고 다녔는데, 결과물에 대한 애착은 이쪽이 훨씬 큽니다. 한 장 한 장 초점을 직접 맞춰가며 정성스럽게 찍은 탓도 있겠죠. 거기에 밝은 조리개 값을 활용해 심도까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요.
모두가 바라는 숫자, F1.2.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F1.2 매우 밝습니다. 후지필름에서 나온 XF 렌즈들 중에서도 XF50mm F1 R WR 렌즈를 제외하면 이보다 밝은 렌즈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크기, 무게를 함께 고려하면 이 렌즈가 대중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어요.

밝은 조리개 값이 갖는 장점은 크게 두 가지. 자유로운 심도 연출, 저조도 대응 능력입니다. APS-C 포맷 카메라는 풀 프레임 카메라 대비 심도 조절에 제약이 있어 밝은 조리개 값의 장점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아래는 조리개 값에 따른 심도 차이를 비교한 것입니다. F1.2 최대 개방에서는 풀 프레임 카메라 못지 않은 연출이 가능합니다.
[조리개 값에 따른 심도 차이(F1.2-5.6)]






피사체, 배경과의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F2까지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구경 줌렌즈가 F2.8의 고정 조리개 값을 가지니 단렌즈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려면 F1.2-2 구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겠죠. 다만 이 구간에서 해상력 편차가 있으니 이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해상력 저하가 있긴 하지만 이 렌즈의 F1.2 최대 개방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전체적으로 흐려진 이미지, 곳곳에 보이는 색수차, 주변부 비네팅 등의 요소들이 필름 카메라 또는 올드 렌즈로 촬영한 듯한 느낌을 자아내거든요. 최신 카메라, 렌즈의 매끈한 사진과는 다른 감성이 있습니다.





야간/실내 촬영에서도 조리개 값을 F1.2로 설정하면 셔터 속도와 ISO 감도를 여유롭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노이즈, 흔들림 걱정 없이 촬영을 할 수 있고요. 해상력 저하 등의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F1.2 촬영이 가능하다는 건 대단한 강점입니다.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큰 차이잖아요.


노이즈에 대한 걱정 때문에 APS-C 포맷 카메라로는 가급적 야간 촬영을 하지 않지만 이 렌즈로는 야경도 제법 찍었습니다. 결과물에는 장단점이 있지만 이마저도 개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꽤 만족스러운 렌즈가 될 것입니다.
장단점이 뚜렷한 해상력


이 렌즈의 화질 특성은 간단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F1.2-2 구간에서는 현행 렌즈에서 보기 어려울 만큼의 해상력 저하가 있고 F4부터는 어지간한 렌즈 부럽지 않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렌즈를 혹자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마치 두 개의 렌즈를 쓰는 것 같다'고. 올드 렌즈와 현행 렌즈의 얼굴을 모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한 사진들에서도 이런 양면성이 보입니다.


다만 테스트는 주로 해상력이 향상된 F4 이후의 결과물이 많습니다. 해가 강한 날에는 노출 과다 때문에 개방 조리개 값을 사용할 수 없었거든요.














아래는 조리개 값에 따른 중심부/주변부의 해상력 변화를 비교한 것입니다. 개방 촬영에서는 해상력 저하와 색수차 발생이 도드라집니다. F4 이후로는 해상력이 크게 향상돼 중심부와 주변부 모두 선명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차이(F1.2-8)]























해상력 테스트에서 발견한 이 렌즈의 장점은 주변부 해상력입니다. 개방 촬영에서 해상력 저하가 있지만 이미지 전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며 실제 중심부-주변부 해상력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극주변부에 해당하는 모서리 영역도 중심부와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요. 두 영역의 해상력은 조리개 값에 따라 함께 개선되며 F4 이상의 값에서는 중심부와 주변부가 거의 동등한 결과를 보입니다. 렌즈의 이미지 서클이 APS-C 포맷을 충분히 커버하게끔 설계됐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해상력은 F5.6-8 구간에서 가장 좋고 이후로는 회절 현상으로 인해 다시 떨어집니다.
[F1.2-1.4 구간에서의 해상력 저하]



[F1.2 최대 개방 촬영에서의 색수차 발생]

개방 촬영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색수차입니다. 특수 렌즈가 한 장 포함된 전통적인 렌즈 구성을 갖고 있고 결과물의 특성 역시 현행보다는 올드 렌즈에 가깝습니다. F2 이하의 조리개 값에서는 광원, 금속 피사체 주변으로 보라색 수차가 쉽게 발생합니다.




[조리개 값에 따른 주변부 광량 저하 비교(F1.2-5.6)]







주변부 해상력뿐 아니라 광량 저하 억제도 뛰어난 편입니다. 개방 촬영에서 주변부 비네팅이 있지만 F1.2의 밝은 조리개 값을 고려하면 양호한 수준이며 F2-2.8 구간부터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F1.2 결과물도 소프트웨어로 간단히 보정할 수 있어서 비네팅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고 촬영했습니다.
30cm 근접 촬영

최단 촬영 거리는 30cm입니다. 절대적으로 가까운 편은 아닙니다만 실제 촬영에선 생각보다 꽤 가까이 갈 수 있고, 클로즈업 효과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표준 줌렌즈가 16-18mm 내외에서 근접 촬영 성능이 가장 좋지만 이 렌즈는 그보다 좁은 35mm 초점 거리라 체감상 더 가까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간이 매크로 급은 되지 않지만 일상 촬영에서는 쓰임새가 괜찮았어요.




손떨림 보정 장치의 부재
수동 렌즈에서 이런 것을 논하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 있습니다만 구매 전에 고려해야 할 내용입니다. 당연히 손떨림 보정 장치가 내장돼 있지 않아서 일반적인 XF 렌즈를 사용할 때 보다 셔터 속도를 여유있게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동영상 촬영에서도 잔떨림, 흔들림이 생기는 것을 고려해야 하고요. 위 영상은 X-T30 + 35mm F1.2 조합으로 촬영한 동영상입니다. 핸드 헬드 촬영이라 원본에서는 흔들림이 꽤 있지만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어요.
빛망울 / 빛갈라짐 표현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F1.2로 매우 밝은 이 렌즈는 보케 연출이 탁월합니다. F1.2에서 완벽한 원형의 보케가 표현되며 크기도 매우 커요. 다만 F1.4로 조리개 값을 조이면 모양이 12각형으로 바뀝니다. 이후 이 형태가 쭉 유지되므로 원형 보케가 목적이라면 F1.2 최대 개방을 유지해야 합니다. 아래는 조리개 값에 따른 보케의 크기, 모양을 비교한 것입니다.
[조리개 값에 따른 보케 표현 차이(F1.4-16)]









오히려 보케의 크기가 작아지는 F4 이후 구간에서 원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표현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야간 인물 촬영에서는 이런 특징을 숙지하고 F1.2 또는 F4-5.6 구간으로 원형 보케를 표현하는 쪽이 좋겠어요. 해상력의 차이로 인해 달라지는 분위기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고요.
[조리개 값에 따른 빛갈림 형태 차이(F1.4-16)]










빛갈림은 F1.4부터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해 점점 크고 선명해집니다. 단렌즈답게 매우 크로 날카로워서 야간 장노출 사진의 재미가 있어요. F8-11 구간에서 가장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수동 렌즈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렌즈입니다. 35mm의 프레임도, F1.2의 조리개 값도 모두 마음에 들었어요. 개방 촬영에서의 해상력 저하가 마음이 쓰이긴 했지만 그것을 뛰어 넘는 촬영 자체의 즐거움이 대단했습니다. 조리개 링이 딱딱 끊어질 때의 손맛, 파인더에 눈을 대고 초점 링을 돌릴 때의 설렘, 그 과정을 거쳐 셔터를 누를 때의 쾌감. 후지필름 렌즈보다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외형까지. 후지 카메라에 단 하나의 렌즈만 써야 한다면 저는 XF 렌즈는 아예 고려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들이 시작부터 내세웠던 보고, 찍는 즐거움을 보이그랜더의 수동 렌즈가 더 충실히 재현하고 있으니.
[보이그랜더 녹턴 35mm F1.2로 촬영한 이미지 (후지필름 X-T30)]
















보이그랜더 NOKTON 35mm F1.2 for Fujifilm X-Mount Silver - 썬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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