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일부러 오래된 카메라를 찾을 때가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그 카메라가 출시됐던 당시의 추억 때문이기도 하고 갖고 싶던 열망을 뒤늦게 해소하고 싶어서 구매하기도 합니다. 어떤 카메라는 특유의 색감, 손맛 때문에 잊지 못하고 몇 번이나 사고 팔기를 반복하고요. X-T30은 제가 후지필름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메라입니다. 디자인의 밸런스가 좋고 손맛도 상위 제품에 크게 뒤쳐지지 않아요. 무엇보다 휴대성이 좋습니다. 그래서인지 벌써 3세대까지 리뉴얼됐지만 이번엔 굳이 2019년 출시한 1세대를 구했습니다. 보이그랜더의 새 렌즈를 보면서 이건 최대한 구형 카메라와 써 보고 싶었어요. 수동 렌즈의 손맛이 현행보다 투박한 구형 카메라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질 것이란 믿음으로.
보이그랜더의 X 마운트 렌즈 35mm F1.2의 실버 버전

사실 녹턴 35mm F1.2 렌즈도 오래됐습니다. 2021년에 출시됐으니 X-T30 못지 않은 노장인데요 2026년에 다시 이 렌즈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다렸던 실버 모델이 이번에 새롭게 출시됩니다. 광학 구성과 결과물은 기존 블랙 렌즈와 동일하지만 렌즈 색상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슴 뛰는 분들이 많은 겁니다. 저도 실버 바디+렌즈 조합을 떠올리며 설렜던 걸 보면요. 취미라는 것이 어차피 효율성 따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마음 가는대로 움직이는 거지.
제품 사양



구성 : 6군8매 (이상부분분산 글래스 1매)
초점거리 : 35mm
조리개 값 : F1.2-16
최단 촬영거리 : 30cm
조리개 날 수 : 12매
필터 구경 : 46mm
크기 : 59.6x39.8mm
무게 : 196g
사용자 선호도가 높은 35mm 풀프레임 환산 약 50mm의 초점 거리와 F1.2 개방 촬영을 지원하는 대구경 단렌즈입니다. F1.2 개방 촬영을 통해 풀프레임 카메라 못지 않은 심도를 연출할 수 있어 오랫동안 후지필름 X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후지필름의 레트로 디자인과 맞아 떨어지는 디자인, 조리개 링, 초점 링을 조작하는 수동 렌즈의 재미도 매력입니다. 출시한 지 5년이 됐지만 현재도 X 시리즈 카메라에 이보다 더 좋은 렌즈는 흔치 않을 거예요. 수동 렌즈에 대한 어려움만 해결한다면.

이번에 출시된 실버 버전의 녹턴 35mm F1.2는 색상을 제외한 사양이 블랙 버전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 외형의 매력이 대단합니다. 특히 실버 컬러의 X 카메라를 가지고 계신다면 실버-실버 조합을 맞추고 싶은 마음이 생길 거예요. 블랙 카메라 사용자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블랙 바디에 실버 렌즈 조합을 좋아하거든요.

메인 카메라인 라이카 M10에도 실버 컬러의 보이그랜더 녹턴 빈티지 라인 35mm F1.5 렌즈를 물려 놓았습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환한 실버 컬러의 렌즈가 '예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거예요. 보이그랜더 렌즈답게 경통과 조리개 링, 초점 링 모두 메탈 소재를 써서 단단해 보입니다. 조작감 역시 매끄럽고요.

컬러는 쿨톤의 밝은 실버로 후지필름 X-T30의 실버보다 밝습니다. X-T30의 상판이 실버 페인트라 색깔 차이가 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죠. 톤이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아요. 렌즈와 카메라의 크기, 무게 균형도 매우 좋습니다. 카메라, 렌즈 조합의 전체 무게가 약 580g으로 가벼운 것도 장점이에요. 생수 한 병보다 조금 무거운 수준이죠.
새로운 후드 LHX-1B

실버 렌즈의 출시에 맞춰 녹턴 35mm F1.2 렌즈에 쓸 수 있는 후드도 새롭게 발매됐습니다. 기존에도 원형 스트레이트 후드가 기본 제공됐지만 외형적으로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이번에 출시된 후드는 올드 렌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

경통보다 지름이 넓어 존재감이 확실하고 본체와 동일한 메탈 소재로 만들어져 일체감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체결했을 때 외형이 멋집니다. 새롭게 출시된 후드는 기본 제공되지 않고 따로 판매됩니다. 후지필름 카메라의 클래식 룩을 좋아하신다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겠습니다.

후드 역시 실버, 블랙 두.컬러로 발매됐습니다. 렌즈의 색깔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기본이지만 실버 렌즈-블랙 후드, 블랙 렌즈-실버 후드 조합으로 포인트를 줄 수도 있겠죠. 아래는 실버 렌즈에 실버/블랙 후드를 체결한 모습입니다. 저는 라이카 렌즈를 사용하며 실버-블랙 매치에 익숙해진 터라 오히려 오른쪽이 멋져 보이네요.






보고, 만지고, 찍는 즐거움

첫 번째 X100 카메라 이후 오랫동안 후지필름 카메라를 좋아해 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클래식한 디자인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필름 시뮬레이션의 매력적인 색감을 첫 손에 꼽지만 저는 단순히 카메라가 예뻐서 좋았습니다. 이후 렌즈 교환식 카메라로 X 시리즈가 확장되면서 자연스레 X 마운트 렌즈들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아쉽게도 후지필름의 렌즈들은 외형이 너무 매끈한 현행 스타일입니다. 이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보이그랜더 렌즈들을 즐겨 쓰고 있어요.

녹턴 35mm F1.2 렌즈의 외형은 라이카의 1세대 즈미크론 35mm 이른바 6군 8매를 연상시킵니다. 그와 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인기가 있는 M 마운트 컬러 스코파 50mm F2.5 렌즈와도 유사하고요. 이번 실버 버전 렌즈에 후드까지 체결하고 나니 제가 바라던 클래식 디자인이 완성됐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 촬영을 해 봤습니다. 구형 카메라지만 화면 확대, 컬러 피킹 등 MF 어시스트 기능이 잘 마련돼 있고 조리개 값 연동도 문제없이 됩니다. 수동 초점 조작을 빼면 후지필름 렌즈를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보이그랜더 녹턴 35mm F1.2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후지필름 X-T30)]


F1.2 최대 개방 촬영에서는 해상력 저하가 있습니다. 조리개 값이 매우 밝은 렌즈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다만 이것이 인물 촬영 등에서 독특한 연출 또는 감성적인 표현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에게는 해상력 저하보다 F1.2 촬영을 지원하는 것이 더 큰 장점으로 여겨질 거예요. 조리개 값을 F2.8 이상으로 설정하면 충분히 또렷해지거든요. F4 이상부터는 주변부까지 매우 선명합니다.







렌즈를 마운트 해 보니 실버 바디와 실버 렌즈의 조합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잘 어울려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더군요. 렌즈의 조리개 링을 돌릴 때 나는 경쾌한 소리, 초점 링을 돌릴 때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느끼며 어디론가 촬영을 떠나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가벼운 카메라면 종일 걸어다니면서 촬영을 해도 힘들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수동 렌즈는 매끈한 신형보다 투박한 구형 카메라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어요. 현행 카메라보다 뒤쳐지는 기능, 화질도 오히려 개성과 매력으로 느껴지고요. 이 조합은 가벼운 나들이에 들고 다닐 생각입니다. 그래야 찍는 즐거움을 제대로 맛 볼 수 있으니.
[보이그랜더 녹턴 35mm F1.2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후지필름 X-T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