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다녀온 도쿄 여행의 주 목적은 '사진'이었습니다. 먹고 걷고 찍는 것 외에는 한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모처럼 큰 카메라에 렌즈도 세 개나 챙겼고 여기 저기서 추천 받은 촬영 스팟들도 빠짐 없이 챙겼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곳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시부야 스크램블이나 도쿄 타워, 스카이트리 같은 이미 유명한 곳들은 빼고 제 관점에서 사진 잘 나오는 곳들로 골랐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이곳들 모두 무료입니다.

인증샷 찍기 좋은 곳들은 아닙니다. 도쿄 여행을 앞두고 멋진 사진 스팟들을 찾는 분들께 추천해요.
1.국립신미술관(国立新美術館)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대규모 미술관입니다. 일본 및 세계 각국의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단기 전시회를 개최하는데 건축 자체가 아름다워서 많은 사진가들이 찾고 있어요. 저도 시간 관계상 전시 감상은 하지 않고 건축물 구경만 하고 왔습니다. 도쿄 여행 관련 SNS 게시물에도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https://maps.app.goo.gl/JDBdFCTpwhrDDCvN9
국립신미술관 · 7 Chome-22-2 Roppongi, Minato City, Tokyo 106-8558 일본
★★★★☆ ·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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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부터 눈길을 끕니다. 구불구불한 형태는 파도를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해요.

가장 인기 있는 스팟은 맨 윗층에 있습니다. 난간 아래로 내려다 보는 건물 내부 풍경이 꽤 근사하죠. 건축물의 곡선과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카페 테이블들이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거기에 오후의 빛이 더해지면 누구든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제가 구경하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갔습니다. 카메라를 챙겨 온 분들이 대다수였고요. 다만 난간 밖으로 손이나 카메라를 내미는 것이 금지돼 있으니 촬영에 유의해야겠습니다.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고층부에 있는 레스토랑이 보입니다. 이것 역시 독특한 구조로 만들어졌기에 1층 카페와 함께 담으면 좋은 대비를 연출할 수 있죠.

레스토랑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도 멋진가 봅니다. 저는 혼자라 그냥 지나쳤는데 가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실 걸 그랬어요.


각 층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1층에선 창문을 통해 들어 온 빛과 그림자가 만든 파도를 볼 수 있었어요. 건축 사진 촬영에 관심이 많다면 일부러라도 찾아가 볼 만한 곳입니다. 굳이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구경하기 좋고요.
2.킷테 마루노우치(KITTE丸の内)

도쿄 역 근처에 있는 무료 전망대 중 한 곳입니다. 종합 쇼핑몰인 킷테 6층에 있고 꽤 넓은 각도의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규모가 꽤 큰 도쿄역과 광장을 한 장에 담기 좋더군요.
https://maps.app.goo.gl/HnujZthfcq74qvXX9
킷테 마루노우치 · 2 Chome-7-2 Marunouchi, Chiyoda City, Tokyo 100-0005 일본
★★★★☆ ·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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킷테 외에도 도쿄역을 마주 보는 쇼핑몰에 무료 전망대가 운영 중입니다. 빔즈 매장이 있는 건물 전망대에서는 도쿄역을 정면으로 찍을 수 있어요. 그럼에도 제가 이곳을 꼽은 것은 건물 내부가 조금 더 볼만했기 때문입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니 여행하는 기분이 물씬 들더군요. 저만 한가하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도시 풍경은 도쿄나 서울이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만 이렇게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는 여행이 아니면 갖기 힘든 것 같아요. 돌아가면 서울도 여행하듯 돌아봐야지, 하고 다짐하면서도 정작 일상 속에선 그게 쉽지 않습니다.


킷테 내부 건축물도 볼만합니다. 성냥갑처럼 반듯반듯하게 늘어선 상점들이나 천장을 통해 들어온 빛이 만드는 착시 같은 것들. 쇼핑할 것들도 많으니 겸사겸사 방문해 보세요. 게다가 여기에 있는 프렌치토스트 가게가 그렇게 맛있대요. 줄이 길어서 저는 가 보지 못했습니다만.
3.신주쿠 육교 뷰포인트

한국 관광객에게는 '신주쿠 육교'로 알려진 이곳. 신주쿠 밤거리의 상징적 장면을 한 장에 담을 수 있어 인기가 있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쉴 새 없이 오가는 기차 그리고 그 아래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드라마 심야식당의 오프닝으로도 익숙한 풍경이죠.
https://maps.app.goo.gl/Bc9Txy2kTPCVmopf6
35°41'36.6"N 139°41'50.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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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번화가와 적당히 떨어져 있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육교입니다. 바쁜 사람들의 이동 수단일 뿐이죠. 근데 요즘들어 여기 사진 찍으러 오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저는 해가 질 때쯤 방문했는데 이미 몇 분이 난간에 카메라를 기대 두고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나누는 대화를 들어 보니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여행 마지막 날 밤을 여기서 맞았습니다. 대도시의 풍경을 좋아하는 제게는 도쿄 그리고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거든요. 해가 짧은 겨울이라 가기 전에 이미 주변이 어둑어둑해져서 마지막 2,3분은 뛰어 갔습니다. 주변에 특별한 랜드마크가 있거나 육교가 따로 이름이 붙어있지 않기 때문에 위에 표시해 둔 구글맵 좌표를 찍고 이동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제게는 시부야 스크램블보다 역동적이고 근사한 대도시 도쿄의 풍경입니다. 찍으려는 장면과 거리가 제법 있기 때문에 100mm 내외의 적당한 망원 렌즈를 챙기시는 게 좋겠어요. 야경이 목표라면 렌즈에 조리개 값도 신경 쓰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삼각대. 사실 삼각대를 챙기는 것이 가장 좋죠. 육교 위라 행인들에게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4.오다이바 해변 공원 전망대(お台場海浜公園の展望デッキ)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도쿄에 가면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한 번은 꼭 가는 곳입니다. 실물 크기의 건담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오다이바 해변 공원. 거기에 멋진 전망대가 있어요. 저는 주로 신바시 역에서 유리카모메 선을 타고 갑니다. 해가 질때쯤 가서 야경까지 찍고 오는 것을 추천해요. 연인과 함께 여행 갔다면 노을 맞이 코스로도 좋아요.
https://maps.app.goo.gl/vcE5S2gM1oVhUUSq8
Observation deck at Odaiba Seaside Park · 일본 〒135-0091 Tokyo, Minato City, Daiba, 1 Chome−4 お台場海浜公園
★★★★★ ·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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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바 시티 주변으로 난 산책길을 걷다보면 넓게 조성된 전망대가 있습니다. 다른 스팟도 많지만 여기가 제일 넓고 벤치도 있어서 관람하기 편해요. 이날은 운 좋게도 아주 멋진 노을을 봤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레인보우브리지. 보고 있으니 어쩐지 광안리, 광안대교 생각도 나고요.

굳이 사진을 찍으러 오지 않더라도 벤치에 앉아 야경 감상하기 좋아 보이죠. 일몰 시간이 가까워 오면 하나 둘 건물들이 불을 켜고 마지막으로 다리에도 불이 켜 집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시간이 잘 가요. 다만 바닷 바람이 꽤 세니 외투나 스카프를 챙겨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삼각대도 가벼운 건 흔들리거나 쓰러져 버려요.

오다이바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자유의 여신상. 여기에 서 있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을 찍고 갑니다. 저는 비교적 최근에 원본을 봐서 그런가 큰 감흥은 없었어요. 역시나 오다이바는 건담이죠.


노을도 좋지만 깊은 밤이 되면 더 아름다운 곳입니다. 저녁 식사 후 짧게 바다 구경하듯 다녀오면 딱인 곳입니다. 저야 늘 장비들 이고 지고 가느라 대단한 낭만은 없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도쿄의 낭만 넘치는 스팟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5.후지카와구치코마치(富士河口湖町)

비행기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후지산.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그들의 자랑입니다. 도쿄에서 머지 않은 곳에 후지산을 볼 수 있는 이른바 '후지산 시티'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 중 비교적 대도시인 시즈오카도 많이 가지만 후지산이 주 목적이라면 가와구치코를 추천합니다. 후지산과 가장 가까운 마을이래요. 도쿄에서 버스로 두 시간이면 갈 수 있고 당일치기 버스 투어도 활발하게 운행되고 있습니다.

https://maps.app.goo.gl/DmMh7fWjM4v6Jpew7
가와구치코 역 · 일본 〒401-0301 야마나시현 Minamitsuru District, 후지카와구치코마치 후나쓰
★★★★★ · 버스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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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손 편의점 뒤로 후지산이 보이는 이 장면이 유명하죠. 후지산 뷰를 촬영한 사진가들의 작품을 보면 유난히 편의점에 대한 낭만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바로 옆길만 가면 한적한 시골 풍경 뒤로 후지산이 늠름하게 서 있는 장면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사진 속 낭만과 달리 로손 편의점 건너편 공간은 매우 열악합니다. 사진으로 볼 때도 큰 감흥이 없었는데 현지의 실상을 보고 나니 더욱 관심이 떨어졌어요.

원데이 투어로 다녀오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사람들이 찍어 온 가와구치코의 촬영 스팟은 가까이 몰려 있습니다. 기찻길과 후지산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이 골목은 편의점 왼쪽 골목에 있어요. 시간 여유가 된다면 골목길 구석구석 다녀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동네가 작아서 한 시간이면 다 돌아요. 그 중에 나만의 후지산 촬영 스팟이 있을 겁니다.

https://maps.app.goo.gl/AKdHYxo884goHGgH6
나가이케 친수공원 · 3222番地先 Hirano, Yamanakako, Minamitsuru District, Yamanashi 401-0502 일본
★★★★☆ ·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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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박 2일로 가와구치코에 다녀왔고 첫날엔 야마나카호수에 갔습니다. 가와구치코 역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 가까이 가야하는 제법 먼 곳인데 호수에 후지산이 비친 반영이 아름다워서 1순위로 찾았어요. 버스 투어로도 들리는 곳입니다.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죠.

호숫가를 빙 둘러가면 이렇게 깨긋한 반영을 볼 수 있어요. 거위들이 유유히 호수 위를 건너는 장면을 후지산과 함께 담을 수도 있고요. 해질 무렵 노을이 멋진 곳이라 원데이 투어로 왔으면 후회했을 것 같습니다. 버스 왕복이 힘들지 않은 동네니 후지산 투어에 1박 2일 정도 시간 내는 것을 추천해요. 새벽 풍경도 멋지거든요. 사진이 목적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깜깜해질 때까지 촬영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시골이라 밤길은 좀 무섭더라고요.

https://maps.app.goo.gl/cuWcx1BpBaWkaD4E7
나가사키 공원 · Oishi, Fujikawaguchiko, Minamitsuru District, Yamanashi 401-0305 일본
★★★★★ ·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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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구치역에서 가장 가까운 가와구치호수에서도 후지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후지산 촬영 스팟이기도 하고요. 저는 근처에 숙소를 잡은 뒤 해 뜨기 전에 촬영 장비를 챙겨 나왔습니다. 추천 스팟인 오이시 공원까지 걸어가려면 한 시간이 넘게 걸려서 그 전에 있는 나가사키 공원에 자리를 잡았어요. 새벽이라 택시를 잡는 것을 추천합니다.

해가 뜨기 직전의 풍경. 바람도 거의 없어서 반영이 선명하게 담겼습니다.

붉은 빛을 받은 후지산 정상. 출국 전부터 목표했던 장면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새벽 풍경을 찍느라 두 시간이 금방 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내내 후지산이 선명하게 보였고요. 다시 이야기하지만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가와구치코는 1박 2일을 추천합니다. 새벽의 후지산이 너무 근사합니다.

시부야 스크램블이나 도쿄타워같은 유명 관광지를 모두 보고 찍어 봤다면 다음으로 눈을 돌려 볼만한 스팟들입니다. 입장료도 없고 촬영할 때 눈치 보이는 곳들도 아니니 원없이 셔터를 누를 수 있을 거예요. 취미 사진가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