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 시부야에 있는 재즈클럽 바디 앤 소울에서 한바탕 어깨를 흔들고 나오니 열 시.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습니다. 클럽에서 파는 메뉴들이 비싸고 맘에 들지 않아 커피 하이볼과 병맥주로 저녁을 대신했거든요. 이대로는 오시아게에 있는 숙소까지 갈 힘이 나지 않을 것 같아 뭐라도 먹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밤 그리고 시부야를 떠나기가 아무래도 아쉽기도 했고.

도쿄에서의 마지막 한 끼는 뭐가 좋을까 생각하니 역시나 답은 라멘이었습니다. 근처 라멘집을 찾았는데 유명한 집들은 이미 문을 닫았더라고요. 그나마 유명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몇 곳 영업 중이었고요. 익히 알고있는 라멘집들 이름을 넘기다가 카모 토 네기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이집 이름을 우에노에서 본 적이 있거든요. 늘 줄 선 사람들이 많아서 엄두도 못 냈는데 시부야에도 있었다니.

https://maps.app.goo.gl/xLp5EbVceh9QcVrV8
Ramen Kamo to Negi Shibuya Miyamasuzaka Branch · 일본 〒150-0002 Tokyo, Shibuya, 2 Chome−19−15 宮益坂ビルディン
★★★★★ · 일본라면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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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명 카모토 네기. 오리와 파를 내세운 라멘집입니다. 우에노에 있는 본점은 현지인부터 관광객까지 찾는 사람들이 많은 유명 맛집입니다. 분점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시부야, 신주쿠, 스가모 등에 매장이 있더군요. 제가 방문한 시부야점은 시부야 스크램블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좌석도 제법 많았습니다. 오리 라멘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분들은 굳이 본점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어요. 본점 주소는 아래 첨부했습니다.

https://maps.app.goo.gl/sRVh1ec7zF1r4ce47
라멘 카모토네기 우에노 오카치마치 본점 · 6 Chome-4-15 Ueno, Taito City, Tokyo 110-0005 일본
★★★★★ · 일본라면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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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점은 아침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영업합니다. 일정이 늦게 끝난 날에도, 심지어 2,3차 자리가 파한 뒤에도 라멘을 먹을 수 있다니 존재만으로도 고마운 집입니다. 대표 메뉴는 오리 육수를 베이스로 한 오리 라멘입니다. '우리 육수에는 오직 오리와 파, 물만 들어 있습니다.'라고 말할만큼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거기에 파와 물, 면에 사용되는 밀가루까지 모든 재료들을 일본산으로 엄선해 쓴다고 해요. 이 집 라멘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오리가 고급 식재료로 여겨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메뉴는 두 가지. 국물 요리인 오리 라멘과 소스에 면을 찍어 먹는 오리 츠케멘입니다. 거기에 3,4가지 토핑을 추가한 디럭스, 수퍼 디럭스가 있고 오리 고기를 추가한 콩피 옵션이 있습니다. 첫 방문이라 대표 메뉴인 오리 라멘에 디럭스 옵션을 선택했습니다. 가격은 1480엔. 만원 초중반 정도로 저렴한 편입니다. 토핑을 뺀 기본 라멘의 가격은 1080엔으로 만 원 정도예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매장 내부는 매우 깔끔하고 조도도 밝아 활기찬 인상입니다. 테이블과 바 좌석이 고루 있어서 단체로 방문과 혼밥 모두 좋아요. 완전한 오픈 키친은 아니지만 바 좌석에 앉으면 라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제가 주문한 디럭스 오리라멘. 기본 오리 라멘에 달걀, 오리 고기, 멘마가 따로 나옵니다. 토핑을 라멘에 올리지 않고 따로 내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국물의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함인지. 라멘에도 기본 토핑이 있습니다. 오리 고기와 파 그리고 완탕 정도로 종류가 많진 않지만 호불호 없이 좋아할 것들만 담았습니다.

토핑은 따로 먹어도 좋고 라멘에 넣어 국물의 맛과 온도를 배게 해도 좋습니다. 단독으로 먹으면 안주로 괜찮겠더군요. 오리 고기는 라멘 위에 올리는 편이 촉촉해서 더 좋았습니다.

토핑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반숙 달걀.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노른자가 흘러 내리는 것이 식감과 향이 예술입니다. 흰자는 충분히 잘 익혔고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맛달걀이었습니다. 미슐랭 라멘집도 가 봤지만 저는 이 집 달걀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것 하나로도 토핑을 추가할 가치가 있어요.

라멘에서는 역시 오리 육수가 돋보였습니다. 우려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기름지면서 고소한 맛이 강해요. 파의 단맛과 감칠맛도 잘 느껴지고요. 이 정도면 오리에 대한 호불호 관계 없이 즐길만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리, 파 정도로 재료를 적게 사용했는데 그만큼 재료들간의 조화가 매우 좋습니다. 라멘을 먹으면서 건강한 음식이란 생각이 든 곳은 많지 않았는데 이집은 잘 만든 요리를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완탕도 다른 집들 대비 고기 비율이 높아서 그 존재감이 충분했고요. 면은 일반 중면인데 곡향이 제법 느껴졌습니다. 오리 육수와도 아주 잘 어울려서 가능하다면 배만 안 불렀다면 면을 추가하고 싶었어요. 이번에 도쿄에서 갔던 라멘집들 중에 유일하게 면추가 생각이 났던 집입니다. 국물을 그냥 마셔도 좋지만 라멘으로 좀 더 즐기고 싶은 마음에.

거기에 유즈코쇼까지 구비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후쿠오카에서는 닭요리인 미즈타키에 많이 곁들이는데 오리와도 잘 어울리더군요. 고명인 오리 고기에 올려 먹어도 좋고 국물에 조금 풀어 먹으면 개운하고 얼큰한 맛이 더해집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제가 워낙 좋아하는 향신료라 사심 점수를 더 얹습니다.
어느 도시를 가도 대형 프랜차이즈화 된 식당들은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일본 라멘집만은 점포 수가 많아도 완성도와 맛이 잘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가 본 곳들은요. 카모토 네기 역시 그랬습니다. 유명 미슐랭 라멘집도 다녔지만 맛의 조화 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았어요. 대중성에서는 그들보다 더 높게 평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밤에 어울리는 멋진 한 그릇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