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돈카츠. 저는 돈카츠를 즐기진 않지만 일본에 온 김에 최고의 돈카츠를 먹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런저런 식당을 찾던 중 닌교초에 있는 카츠요시 니혼바시를 찾았고요. 평도 좋았지만 숙소에서 가깝고 웨이팅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도쿄 내 수많은 돈카츠 가게 중 미쉐린 빕 구르망에 선정된 몇 안되는 집입니다.
https://guide.michelin.com/en/tokyo-region/tokyo/restaurant/katsuyoshi
https://guide.michelin.com/en/tokyo-region/tokyo/restaurant/katsuyo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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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요시는 닌교초의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통 가옥을 개조한 가게 내부는 재활용 목재를 사용하여 레트로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주방에는 구리 냄비 두 개가 놓여 있는데, 주인 겸 셰프는 돈까스를 튀길 때 요리에 따라 뜨거운 기름과 차가운 기름을 번갈아 사용합니다. 가리비와 왕새우 같은 해산물 튀김도 인기 메뉴입니다. 카운터석에 앉으면 고기 손질부터 시작되는 셰프의 조리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닌교초 역에서 가까이에 있습니다. 여행 중 찾는 맛집 중 여럿이 니혼바시에 있을만큼 맛집 많은 동네입니다. 도쿄 숙소 찾으시는 분들은 이쪽을 고려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저는 늘 아사쿠사 주변으로 숙소를 골라요.
https://maps.app.goo.gl/aEdTUQTCPCbYuMVb7
Katsuyoshi Nihonbashi Ningyōchō · 3 Chome-4-11 Nihonbashiningyocho, Chuo City, Tokyo 103-0013 일본
★★★★☆ · 돈까스 전문식당
www.google.com
미쉐린 식당이라 대기가 어마어마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한 시간 기다리느니 한 시간 일찍 가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열 시 반에 식당 앞에 도착했어요. 미리 예약을 안 하기도 했고요. 예상과 달리 식당 앞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문까지 굳게 닫혀 있어서 서 있기가 뻘쭘하더군요. 좁은 골목, 가정집 사이에 있는 식당이라 더 썰렁했어요. 바로 옆 집에 사는 아저씨께서 뭐하러 그렇게 일찍 왔어,라고 하시며 웃으시더군요. 이윽고 오픈 시간인 열한 시 반이 가까워오자 하나 둘 사람들이 제 뒤로 붙었습니다. 그렇게 일등으로 식당에 입장.


식당은 2층으로 돼 있습니다. 1층은 주방을 볼 수 있는 대, 여섯 석의 바로 이뤄져 있어요. 2층에 단체 손님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더군요. 혼자 방문한 저는 바 좌석에 앉았습니다. 도쿄 내 유명 식당들 중 상당 수가 식당 내부 촬영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곳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1층 좌석에서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돈카츠는 안심과 등심 그리고 무게를 선택해서 주문합니다. 물어보니 둘의 인기는 비슷한데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면 지방이 붙어있는 등심을 선택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살코기를 좋아해서 안심을 주문했습니다. 후기를 보니 지방의 양이 너무 많았단 얘기도 있더라고요. 무게별로 가격이 다른데 성인 남성은 150g 정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시간 기다린 것이 아까워 200g을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3245엔, 3만원이 조금 넘습니다. 돈카츠 하나 가격으로는 꽤 높은 가격이죠. 괜찮은 라멘을 풀 토핑으로 두 그릇 먹을 수 있는 돈이니까요. 게다가 이집은 밥도 따로 주문해야 합니다. 가격도 330엔 정도로 비싸요. 공기밥이 3천원이라니, 한국인으로서는 쉽게 납득할 수 없습니다.

주문한 음식을 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주문 순서대로 음식을 조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고기를 꺼내 망치로 치고 달걀물과 빵가루를 입히는 작업을 주인 한 사람이 하거든요. 게다가 절도 있고 세심한 동작들은 주문이 밀렸다고 빨라지지 않습니다. 이집을 방문한다면 가급적 메뉴를 미리 정해 두세요. 저도 꽤 빨리 주문한 편인데 30분 가까이 기다렸습니다.

그래도 즐겁게 음식을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주방의 풍경이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주방장의 동작은 기계처럼 정확하고 일정하게 반복됐고 표정에선 음식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쿄에서 돈카츠로 이 정도 지위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한 노력이 있었단 거겠죠. 기름솥은 두 개가 있는데 둘의 온도가 다르다고 합니다. 속과 겉을 골고루 익히기 위해 둘을 함께 사용한다고 하네요.



잠시 후 차려진 한 상. 200g짜리 돈카츠는 보기엔 양이 적어 보이지만 먹다 보니 대식가인 제 배가 부를 정도였어요. 돈카츠 마니아가 아닌 이상에야 150g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등심/안심을 110g씩 주문하는 것도 좋겠고요. 물론 그럼 가격이 배로 뛰지만. 저는 미소시루는 주문하지 않고 밥만 한 그릇 추가했습니다. 고슬고슬하니 다른 식당보다 확실히 좋은 쌀로 신경 써서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만 330엔치고는 양이 너무 적었어요. 그 외에는 절임 반찬과 돈카츠 소스, 소금, 와사비가 함께 나옵니다. 접시에는 양배추 샐러드와 겨자가 있고요.

미쉐린 가이드의 선택을 받은 도쿄 최고의 돈카츠. 깨끗한 기름으로 튀겨 겉이 황금빛이고 눈으로만 봐도 바삭해 보입니다. 식당의 명성에 비해 담음새나 접시 선택은 아쉽습니다만 원래 돈카츠가 이런 음식이잖아요.

단면을 보니 잘 튀긴 돈카츠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쪽으로 선홍빛이 보일 듯 말 듯 익은 것이 이집의 기술이겠죠. 젓가락으로 누르지 않아도 고기에 육즙이 밴 게 보이고요. 튀김옷의 두께는 완벽합니다. 식감이 바삭하면서 고기의 맛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얇아요.

한 점 먹어보니 최고의 돈카츠 맞습니다. 적어도 제가 먹어 본 것들 중에서는요. 돈카츠를 평가하는 요소들을 몇 꼽아볼 때 원육의 품질, 튀김옷의 두께, 고기의 익힘 정도, 튀김옷의 식감 정도가 생각 나는데 모든 것에서 흠 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지방이 없는 안심인데도 입 안에서 녹아내릴 듯 부드러웠어요. 한 점 먹자마자 등심이 궁금해지더군요. 육즙이 충분해서 식사를 마칠 때까지 술이나 음료수 생각이 나지 않았고요. 일본에선 어지간한 돈카츠 집만 가도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집 돈카츠는 몇 수 위에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곁들이는 소스가 평이했다는 것. 소금과 와사비도 완벽한 돈카츠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격도 비싸다고 평가하지만 돈카츠 마니아라면 줄을 서더라도 꼭 가 보세요. 한 점 씹는 순간 모든 수고와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