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 가서 뭘 해야 가장 즐거울까, 라고 생각했을 때 역시나 식도락이 떠올랐습니다. 평소에 라멘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마일리지 소멸되기 직전에 부랴부랴 끊은 티켓인데 맛있는 것 먹을 생각하니 두근두근 설레는 여행이 됐습니다. 그리고 틈틈히 열심히 먹으러 다녔던 도쿄 14박 15일간의 기록을 정리해 봅니다.










친근한 분위기, 소박한 메뉴

오후 네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밤이 돼서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늘 그렇듯 제 짐은 꼴찌로 나왔고요. 아사쿠사바시 역 근처에 있는 호텔에 체크아웃을 하니 밤 아홉시가 다 됐습니다. 이대로 여행 첫날이 끝났다 생각하니 아쉬워서 주변 밥집을 찾았어요. 그 중 눈에 띈 집이 야끼카레집 스톤입니다. 메뉴도 마음에 들었고 평점도 좋더군요. 무엇보다 그 시간에 문을 연 집이 많지 않았어요.
https://maps.app.goo.gl/nKnLiaPpDPUPSwBYA
스톤 · 일본 〒111-0053 Tokyo, Taito City, Asakusabashi, 1 Chome−10−12 ヒロセビル B1・1F
★★★★☆ · 일본식 카레 전문식당
www.google.com

아사쿠사바시 역에서 매우 가까운 이 카레집은 영화, 드라마에서 본 소박한 일본 동네 식당 모습 그대로입니다. 세월이 느껴지는 공간과 친절한 주인 부부, 오랫동안 일본인들에게 사랑 받는 메뉴까지. 거기에 각 장르별 맛집들을 선정하는 백명점에도 여러 차례 뽑힌 바 있습니다. 어느 한국 여행객의 후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오 년만에 방문했는데 그 때 그대로라 울컥했다.'

7,80년대 가전과 소품들이 놓인 낡은 가게에 들어서니 주인 부부가 친절하게 저를 맞았습니다. 한 것 없이 이동만으로 지친 여행 첫날 밤 이런 친절을 받으면 까짓것 음식 좀 맛 없어도 상관없다 싶습니다. 나마비루만 있으면 되니까요. 실내가 잘 보이는 가게 안쪽에 앉아 휘 둘러보니 옛 정취가 참 좋았습니다. 어릴 때 생각이 나더군요.



구석구석 참 정겨운 풍경이었습니다. 거기에 꽤나 유명한 집인듯 실내에는 유명인들의 사인이 가득 걸려있었어요.


나마비루를 한 잔 주문하고 일본어 메뉴판을 유심히 보고 있으니 사장님이 눈치를 채고 영어 메뉴판을 가져다 줬어요. 옆 테이블 손님들도 외국인인 것을 보아 관광객들에게도 꽤 알려졌나 봅니다. 첫 방문때는 시그니처 메뉴를 주문한다는 철칙에 따라 첫 번째에 있는 야끼 카레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100엔. 저는 1400엔짜리 엑스트라 라지 사이즈를 주문했어요. 맥주까지 해서 2000엔. 깔끔하죠? 많은 분들이 도쿄 물가 비싸다고 하지만 고급 식당에서나 그렇지 제가 먹는 수준에서는 서울보다 저렴합니다.

일본에서 마시는 생맥주는 정말. 한국에서는 왜 이 맛이 안 날까요.

그릇은 물론 음식 담음새도 투박합니다. 그릇이 오래돼 보이는 게 믿음이 가더라고요. 오래 끓인 일본식 카레에 다양한 토핑을 넣고 위에 치즈를 올린 전형적인 야끼카레입니다. 토핑은 달걀, 소시지, 채소고 밥은 커리 아래 깔려 있습니다.

검붉을 정도로 진한 색상의 카레는 감칠맛과 향이 살아 있습니다. 제법 칼칼하게 느껴질 정도로요. 간도 좀 센 편인데 토핑 그리고 밥과 함께 먹으면 적당합니다. 맥주 안주로 생각하면 딱 좋고요. 아마도 밥을 추가할 수 있을 테니 배도 채울 겸 밥으로 간을 맞춰도 좋지 않을지. 그러면 두 사람이 먹어도 좋겠네요. 한 사람은 커리 스파게티나 야끼소바를 주문하면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겠죠.

달걀은 반숙으로 익혀서 노른자를 터뜨려 밥과 비벼먹으니 입 안에 퍼지는 풍미가 대단합니다. 채소들은 많이 익히지 않고 적당히 숨만 죽여 나와서 식감이 좋았어요. 아쉬운 점이라면 토핑의 종류가 다소 적다는 것. 가격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돈카츠나 튀김 등 토핑을 다양하게 추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가게 전경과 사장님 내외를 보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건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에나 어울리는 메뉴지 이 식당은 지금 이 정도가 딱 좋다는 것을 가보면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이 날 마지막 손님으로 가게를 나왔습니다. 계산할 때, 제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 문 밖을 나설 때까지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한 사장님 내외 덕분에 뱃속은 물론 가슴까지 따뜻해졌어요. 여행 첫 번째 식사로 이집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여행때도 꼭 시간 내서 방문할 생각이에요. 일본 카레를 즐기는 편은 아니라 이 집을 치켜 세우거나 어떤 평가를 할 순 없습니다만 제가 느낀 따뜻한 경험만으로도 추천할 만한 집은 충분히 됩니다. 아사쿠사바시쪽에 숙소를 잡으셨다면 다녀와 보세요. 늦은 저녁시간까지 반갑게 맞아주는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