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살 더 먹는 서운함보다 당장 눈 앞에 있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신이 나는 것을 보니 다행히 아직 어른이 다 되지 못했나 봅니다. 2년 전 뉴욕 출장 이후로 12월만 되면 맨해튼 곳곳을 다니며 봤던 크리스마스 장식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떠오르고 또 그립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름다운 도시는 많지만 뉴욕은 이날만 기다렸다는 듯 온 땅이 들썩이는 곳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던 순간들을 추억해 봅니다.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뉴욕, 크리스마스 하면 많은 분들이 떠올릴 록펠러 센터의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미국 각지에서 기증 받은 나무들 중 가장 크고 아름다운 것을 공수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과 수만개의 전구로 장식한 것이 벌써 백 년 가까이 됐습니다. 12월 첫번째 금요일에 열리는 점등식을 홀리데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됐죠. 영화 '나 홀로 집에 2'의 엔딩에 나온 그 곳이기도 합니다.

https://maps.app.goo.gl/1NYE5vCJwjV2BKJS8
록펠러 센터 · 45 Rockefeller Plaza, New York, NY 10111 미국
★★★★★ · 역사적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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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뉴욕 일정이 잡힐 때부터 이 트리를 볼 생각에 설렜습니다. 가능하다면 점등식도 보고 싶었어요. 운 좋게도 당일에 맨해튼 6번가를 서성이다 인파에 휩쓸려 광장 안에 들어서게 됐고 멀리서나마 트리에 불이 켜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행운이었어요.


5,4,3,2,1....메리 크리스마스!!!

이후로 불이 꺼질 때까지 약 50여일간 매일같이 이 앞을 지나갔습니다. 몇 번은 오롯이 감상하고 싶어서 새벽에 불쑥 찾아 가기도 했어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더군요. 작년과 올해 트리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 봤는데 그때보다 영 작고 부실하단 생각이 드는 것은 직접 보며 느낀 환희와 감동 때문이겠죠. 앞으로도 제가 본 크리스마스 트리들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삭스 피프스 애비뉴(Saks 5th Ave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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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ks Fifth Avenue · 611 5th Ave, New York, NY 10022 미국
★★★★☆ ·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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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바로 맞은 편에 있는 백화점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이 시즌 가장 인기있는 스팟입니다. 무엇보다 트리 맞은편에 있으니 함께 즐기기 좋고, 벽면을 가득 채운 장식이 기념 촬영하기에도 그만이죠. 제가 있었던 2023년 겨울은 크리스찬 디올과의 협업으로 장식 됐는데 어지간한 트리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앞이 늘 북적댔습니다. 몇 분 간격으로 로테이션 되는 점등 쇼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작년에는 장식을 하지 않아 아쉬웠는데 올해는 전보다 더 화려하게 꾸며 놓았더라고요.


롯데 팰리스 호텔 그리고 맨해튼 곳곳의 크리스마스 트리들


록펠러 센터의 크리스마스 트리 외에도 맨해튼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고 날짜에 맞춰 점등 행사도 갖습니다. 이것들을 보러 다니는 것만 해도 뉴욕 여행 일정이 빠듯할 정도로요. 워싱턴 스퀘어 가든, 유니온 스퀘어 등 주요 광장과 정원에는 빠짐없이 트리 장식들이 있고 월 스트리트 중심가에도 커다란 트리가 세워집니다. 그 중에서 저는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의 트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후문 앞 작은 정원을 활용해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꾸며 놓았고 호텔 내부도 화려하게 장식했어요. 가 보고 싶던 더 플라자 호텔은 투숙객만 입장할 수 있어 아쉬웠는데 롯데 팰리스 호텔은 누구나 로비 장식을 감상하고 사진 찍을 수 있게 공개해 놓았습니다. 12월 맨해튼에 가신다면 여기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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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뉴욕 팰리스 · 455 Madison Ave, New York, NY 10022 미국
★★★★☆ ·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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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시티 뮤직 홀

홀리데이 시즌에 뉴욕에 간다면 라디오 시티 뮤직 홀의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 공연을 꼭 보시길 권해요. 일 년 내내 놀 궁리뿐인 것처럼 보이는 뉴요커들이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즐기는지 잘 보여주는 공연입니다. 별다른 내용 없이 그저 화려한 무대에서 신나게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이 전부인데 보고 있으면 어딘가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잊고있던 동심이 떠올랐던 건지.

한 시간 넘게 진행되는 공연과 레이저 쇼를 보고 있으면 세상 근심걱정 다 잊고 아이처럼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어요. 안 그래도 흥겨운 연말 뉴욕 여행이 몇 배는 더 즐거워질 것입니다. 뉴욕 물가를 생각하면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요.

https://maps.app.goo.gl/F2VfzjQjPWq9BEpC6
라디오 시티 뮤직 홀 · 1260 6th Ave, New York, NY 10020 미국
★★★★★ ·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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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커 하이츠의 크리스마스 마을

브루클린 남쪽의 작은 마을. 평소엔 여유로운 동네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세계의 눈이 집중되는 곳입니다. 집집마다 경쟁하듯 벽과 마당을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꾸미고 사람들은 이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어요. 저도 하루 시간 내서 다녀왔는데 거리는 멀지만 가볼만 한 가치가 있습니다. 쇼핑몰과 놀이공원의 크리스마스 장식보다 투박하지만 사람들의 마음 하나 하나가 담겨 있어서인지 감흥은 비할 수가 없어요.
https://maps.app.goo.gl/QGiLHy2HCpYwsx886
Dyker Heights · 미국 뉴욕 브루클린
미국 뉴욕 브루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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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 야드의 조명 장식

그 해 겨울 제가 가장 좋아했던 곳입니다. 뻔한 크리스마스 트리도 아닌 데다 쇼핑몰 전체를 전구로 가득 채운 것이 '과연 미국놈들'이란 감탄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여기 사용된 전구의 수가 30만 개가 넘는다고 하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요. 본래 쇼핑몰로 운영되는 곳인데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모입입니다. 사진 아랫쪽에도 사람이 빼곡하게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특히 반짝반짝 빛나는 열기구 조형물이 마음에 들었어요.
https://maps.app.goo.gl/xwUUzrwMG7F5Byg56
Hudson Yards · 20 Hudson Yards, New York, NY 10001 미국
★★★★★ ·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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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덤보의 스케이트장

그저 그런 스케이트장과 뭐가 다르냐 싶다면 사진을 자세히 보세요. 브루클린 브리지에 맨해튼 야경이 선명하게 비치는 것을. 겨울에 운영되는 아이스링크인데 12월부터 1월 초까지는 다리 기둥에 프로젝터로 맨해튼 야경을 그려 넣습니다. 실제로 보면 꽤나 환상적입니다. 연인, 가족끼리 함께 스케이트 타기에도 좋고 2층에는 멋진 바도 운영 중이라 적극 추천하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일년 중 이때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니까요. 근처에 있는 회전 목마도 낭만적이고요.
https://maps.app.goo.gl/Ac7nQH1QeZbguQZt5
Roebling Rink at Brooklyn Bridge Park · Emily Warren Roebling Plaza, Brooklyn Bridge Park, Brooklyn, NY 11201 미국
★★★★☆ · 아이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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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의 산타콘(SANTACON)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을 나서는데 눈 앞으로 산타 넷이 지나갑니다. 무슨 영문인가 싶어 찾아보니 오늘이 바로 그 날. 매년 12월 두 번째 토요일에 열리는 산타콘은 사람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나와 홀리데이 시즌을 즐기는 행사입니다. 1994년부터 시작돼 현재는 뉴욕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고 해요. 이름만 들으면 동심 가득한 순수한 행사같지만 실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먹고 죽자'식 이벤트에 가깝습니다. 저는 의상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타임스퀘어와 맨해튼 중심가에 수천 명의 산타들이 다니는 모습을 구경하는 게 매우 즐거웠어요. 올해 산타콘은 이번주 토요일인 12월 13일에 열린다고 합니다. 그때 맨해튼에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겠죠.



타임스퀘어에서는 매일이 크리스마스

뉴욕 맨해튼의 중심이자 뉴요커들에겐 세계의 중심인 타임스퀘어. 따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거나 광장에 전구를 두르진 않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옷과 소품 그리고 목소리로 홀리데이 시즌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늘 그렇지만 특히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사람 구경이 특별히 재미있어요. 저는 숙소가 근처라 매일 타임스퀘어에 갔는데 언제 가도 즐거움과 볼거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절정은 역시 크리스마스 이브죠. 크리스마스 이브의 마무리는 타임스퀘어에서 하길 권합니다. 전세계 괴짜들을 만날 수 있어요.



https://maps.app.goo.gl/UNA127NRRnjpCRgUA
타임즈 스퀘어 · 미국 10036 New York, Manhattan
★★★★★ · 대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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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그리운 순간들입니다. 언젠가 다시 뉴욕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지금 뉴욕에 있는 행운아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일분 일초 아껴서 맨해튼의 홀리데이 시즌을 만끽하시길. 부러운 마음 가득 담아 권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