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에 가신다면 가능한 한 많은 하몽을 먹는 게 이익입니다. 하루 두 끼를 하몽 먹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 외에도 맛있는 것들이 넘쳐나는 곳이지만 하몽은 한국에서 먹는 것과 품질, 가격 차이가 유독 크거든요. 선물로 사 올 수도 없는 음식이고요. 이번에 소개하는 집은 등급별 하몽을 판매하는 바르셀로나의 하몽 전문점입니다. 좋은 품질의 하몽을 식당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에요.
https://maps.app.goo.gl/CNt479RUhenXdRCTA
Reserva Ibèrica Pernil Ibèric · Rambla de Catalunya, 61, Eixample, 08007 Barcelona, 스페인
★★★★★ · 햄 판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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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명은 레세르바 이베리카 페르닐 이베릭(Reserva Ibèrica Pernil Ibèric). 이베리코 돼지 고기로 만든 하몽, 소시지 등의 가공육을 취급하는 곳입니다. 하몽과 어울리는 치즈, 올리브, 와인도 함께 판매하고 있고요. 같은 이름으로 두 집이 나란히 있는데 한 곳은 포장된 식품을 파는 상점, 다른 한 곳은 식당으로 운영 중인 레세르바 이베리카 더 키친(Reserva Iberica The Kitchen)입니다.

하몽만 먹기에도 짧아 - 바르셀로나 레스토랑 레세르바 이베리카 더 키친(Reserva Iberica The Kitchen)
하몽만 먹기에도 짧아 - 바르셀로나 레스토랑 레세르바 이베리카 더 키친(Reserva Iberica The Kitchen)
바르셀로나에선 매일 하몽을 먹어야 합니다. 한국에 사 올 수 없으니 돌아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거든요. 그래서 괜찮다는 하몽 식당을 찾아 다녔습니다. 이곳은 그 중에서 제법 고급스러운 곳
mistyfriday.kr
주문 즉시 돼지 다리에서 고기를 저며 내놓는 식당입니다. 현지가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분위기, 경험이고 신선한 식자재를 사용했다는 인상을 받기도 해서 추천 맛집 리스트에 넣어 뒀습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포장된 하몽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예전엔 하몽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음식도 팔았다고 해요. 제가 방문했을 때는 '하몽 샌드위치는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너무 바빴나 봐요.


그야말로 하몽 천국. 오픈과 동시에 각국의 관광객들이 모여듭니다. 주로 아시아권 그 중에서도 중국인이 많았습니다. 한국은 현재 하몽을 포함한 육류 반입이 금지돼 있죠. 선물용으로는 부적합하고 현지에서 즐길 용도로 좋습니다. 마트에서 취급하는 하몽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최상급에 속하는 하몽 이베리코 데 베요타를 취급합니다.

맘 같아선 양손에 하나씩 들고 귀국하고 싶은 통다리.


구매 전 하몽들을 맛 볼 수 있습니다. 지역, 돼지의 품종, 숙성 기간이 모두 다른데 최상급은 도토리를 먹고 자란 이베리코 흑돼지로 만든 '하몽 이베리코 데 베요타(Jamón Ibérico de Bellota)'입니다. 그 중에서도 좋은 걸 먹고 싶다면 숙성 기간이 4,5년 이상인 것을 고르시면 되고요. 이 집에서 그것들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맛을 보고 싶다고 하면 바로 얇게 한 점 저며서 건네 줍니다.

5년 숙성한 하몽 이베리코 데 베요타의 가격이 100g 기준으로 30유로 내외. 포장된 것들 중에서 골라도 되고 맛을 본 하몽이 마음에 들었다면 바로 포장해 달라고 해도 됩니다. 식당에서는 이 등급의 하몽을 먹으려면 적어도 배는 지불해야 합니다. 편하게 먹는 비용을 아끼고 최상급 하몽을 좀 더 먹고 싶다면 이쪽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가격대의 하몽들이 있습니다. 도토리는 먹이지 않았지만 100% 이베리코 품종의 돼지로 만든 것부터 백돼지 피가 섞인 교배종으로 만든 것까지. 듣기로는 백돼지는 누린내가 좀 난다고 하더군요. 국내 어지간한 식당에서 판매하는 하몽은 교배종으로 만든 것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격 차이가 꽤 나거든요. 현지에서는 이베리코 하몽의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라 싼 건 먹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햄과 올리브, 치즈 등이 있습니다. 저는 포르투갈로 이동하기 직전에 하몽을 구매한 것이라 하몽 이베리코 데 베요타만 한 팩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포르투의 숙소에서 만찬을 즐겼습니다. 대부분의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만 저는 스페인 하몽, 포르투갈 그린 와인을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진에서도 기름이 반질반질한 것이 보이죠? 그간 먹었던 하몽보다 기름이 풍부했습니다. 비닐 포장팩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포장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하몽의 품질 자체가 좋았던 것으로 평합니다.


게다가 고기를 얇게 잘 썰었어요. 뒤가 비칠 정도로 얇게 써는 것이 기술이라고 합니다. 이래야 식감이 질기지 않거든요. 첫 점은 곁들임 없이 하몽만 먹었습니다. 혀에 고기가 닿는 순간 손가락 끝 그리고 항문까지 짜릿했어요. 하몽의 염분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짠맛이 곧 향긋함과 고소함으로 바뀝니다. 짠맛의 쾌락. 이것을 제게 알려준 음식이 하몽이에요. 얇은 하몽은 몇 번 씹지 않아도 혀 위에서 녹아 사라지고 입 안에는 지방의 풍미가 가득했습니다. 다른 것과 비교할 것도 없이 좋은 하몽은 몸이 반응합니다.


그렇게 그린 와인과 포트 와인을 번갈아 곁들이며 하몽을 즐겼습니다. AVELEDA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린 와인입니다.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최상급 하몽을 먹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현지의 낭만을 즐겨도 좋지만 한 끼 정도는 이렇게 장을 봐서 하몽 이베리코 데 베요타의 풍미를 오롯이 느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나란히 있는 레세르바 이베리카 두 집을 한 번씩 가 보는 것도 추천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