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매년 점점 짧아지는 듯한 가을. 아쉬움 때문인지 가을의 정취와 색은 반대로 점점 짙어지는 것 같습니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인 11월 중순의 정동길에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월요일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는 예보를 보고 가을이 끝나겠다 싶어 카메라를 챙겨 나섰습니다. 출발 전에는 어딜 가야 아름다울까 머리를 굴려 봤는데 집에서 나오니 괜한 고민이었습니다. 맞은편 주택의 감나무, 개천가에 늘어선 나무들만 봐도 좋더라고요. 그래서 가까운 정동길로 향했습니다. 사람이 많을테니 카메라는 작은 것으로. 소니 APS-C 포맷 미러리스 카메라 ZV-E10과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입니다. 가벼운 산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작고 가벼운 조합입니다.

가을이 떠나기 전에 길상사로 가자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가을이 떠나기 전에 길상사로 가자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스개로 '이러다 가을이 없어지겠어.'라고 했는데 이제는 정말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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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 - APS-C의 존재 가치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 - APS-C의 존재 가치
디지털 카메라 시리즈의 주류는 완전히 풀프레임이지만 여전히 APS-C가 유리한 영역이 있습니다. 시스템 전체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것, 저렴하게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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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 건너편부터 덕수궁까지 이어지는 좁고 고즈넉한 길. 걷다보면 정동극장, 성당, 작은 카페와 식당들이 옛 서울의 정취를 느끼게 해 줍니다.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등 볼거리도 충분하고요. 언제 가도 좋지만 특히나 가을에 가장 아름다워요. 사진은 2025년 11월 16일에 찍은 것으로 다음주인 23일 언저리까지는 황금빛 은행나무길을 감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가을 나들이가 필요하지만 너무 멀리 가기는 부담스러운 서울 시민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황금빛 가을 정취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지나가다 걸음을 돌릴 정도로 노란 은행잎이 절정이었습니다. 길이 워낙에 좁고 멈춰 서서 사진 찍는 사람들은 많으니 복작복작 시끌시끌하지만 이런 것도 가을의 정취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한결 나았습니다. 차도 한복판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안전 지도하는 경찰들은 이 풍경도 그리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겠지만요.

바람이 한바탕 부니 금가루처럼 반짝이는 노란 잎들이 우수수 쏟아집니다. 강한 오후의 빛을 받으니 정말로 금빛으로 보이더군요. 이럴 때면 어김없이 우와- 하는 환호성 또는 꺄- 하는 즐거운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남 눈치고 뭐고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도로로 뛰어드는 사람들도 많고요. 정동길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가을에 온 건 처음인데 사진으로 봤던 모습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아름다웠어요.



이날은 특히 창문에 비친 단풍이 눈에 들어와서 많은 사진들을 찍었습니다. 사람들의 카메라가 향하는 쪽과 반대 방향이라 촬영이 편하기도 했고요.

평소엔 단렌즈를 주로 사용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풍경을 찍어야 할 때 그리고 가볍게 산책하고 싶을 때는 표준줌 렌즈를 사용합니다. 줌렌즈가 단렌즈보다 더 큰데도 표준줌을 선택하는 이유는 렌즈를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에요. 가을 풍경은 광각, 망원을 두루 사용해야 하기에 줌렌즈를 쓰는 것이 결과물에 후회가 없거든요. 이날 정동길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렸던 카페의 외관은 광각으로 촬영한 뒤 수직 보정-크롭을 거쳤습니다. 이런 것이 줌렌즈의 장점이죠.



꽃과 자전거, 이국적인 분위기의 카페 입구 등은 망원 촬영하면 좋고요.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그래도 기다리면 잠깐의 짬이 나기에 70mm 망원으로 프레임을 설정해 두고 기다립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정동제일교회 앞 스케치 팀. 나란히 앉아 고풍스러운 건축과 주변의 가을 풍경을 그리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외국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인데 서울에서 보니 반가웠달까요. 까치발 들고 그림도 엿봤는데 실물보다 더 근사하더군요. 주인공이 분명한 이런 장면은 낮은 조리개 값으로 배경 흐림을 연출합니다.


이날 가장 인기 있었던 이화여고 앞 아름드리 나무. 노란 빛 흠뻑 머금은 커다란 나무도 볼거리고 바로 옆 기와에 노란 잎이 내려 앉은 모습이며 주변에 모여들어 사진 찍는 인파까지 가을 정취 물씬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가을 나들이 인증 사진을 찍으신다면 이곳을 추천합니다. 정동길보다 사람도 적은 편이고요.

가을 분위기의 색 보정

대부분 RAW 촬영 후 라이트룸을 통해 보정하고 있습니다. 명/암부 손실이 적고 색보정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때 다수 사진의 색편집이 용이하도록 화이트밸런스(WB)는 K값으로 고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주로 4600-5000K로 설정합니다. 이날처럼 가을의 따뜻한 빛과 노란 은행나무길이 주인공일 때는 5600K 내외로 설정하면 그 매력이 더 강조될 거예요. 저는 라이트룸을 통해 색온도/틴트 값을 조절했습니다. 아래는 보정 전/후 비교입니다. 자연스러운 것은 원본이지만 분위기는 보정본이 낫죠?






광각과 망원 그리고 아웃 포커스

앞서도 언급했지만 축제, 출사, 여행에서 줌렌즈의 장점은 같은 장면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사용 중인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는 일반적인 표준줌의 3배 줌보다 넓은 4.1배 줌을 지원합니다. 풀프레임 포맷의 24-105mm와 유사한 구성으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초점거리를 대부분 포함하고 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멋진 거리의 음악가를 발견했을 때를 예로 들면 광각은 덕수궁 돌담길의 정취가 은은하게, 망원은 주인공의 아우라가 강하게 남습니다.


이날 찍은 사진들 중 가장 맘에 드는 장면입니다. 정동길의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찍은 것입니다. 시시각각 그림자의 모습들이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어서 여러 장을 찍었어요.


반영 사진처럼 뒤집어보니 더 재미있습니다.


70mm 망원은 이 렌즈에서 제가 가장 즐겨 쓰는 구간입니다. 4.1배 줌을 고려하면 F2.8 최대 개방 화질도 준수한 편이고 괜찮은 아웃 포커스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풍경 촬영할 때는 조리개 값을 F4로 한 스톱만 높이면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날은 특히 오후의 강한 빛을 받은 노란 은행 나무들이 눈에 띄어서 70mm 망원 촬영이 많았습니다.

프라자 호텔 앞의 이 나무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정동길이 길 가득 물든 색으로 눈을 사로잡는다면 이 나무는 차가운 도심의 건물, 자동차들과 대비되며 마음을 홀렸습니다. 근처 지나가시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잠깐 서서 감상해 보세요.





강한 광원를 직접 촬영할 때 생기는 플레어와 고스트 그리고 해상력 저하까지. 평소엔 이것을 광학계의 단점 또는 한계로 꼽지만 이런 장면에서는 감성을 더해주는 렌즈의 개성으로 치켜세웁니다. 개방 촬영에서 이 효과가 극대화되니 한 번 시도해 보셔도 좋겠어요. 대부분의 렌즈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스마트폰 카메라에서도 유사한 연출이 가능합니다.


사진 찍기 좋은 계절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곳이라도 꼭 나들이 다녀오시는 게 좋겠어요. 오랜만에 카메라 챙겨도 좋고 스마트폰도 충분합니다. 다음주면 겨울이 돼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런 풍경을 또 보려면 일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