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 명 남짓 품을 수 있는 작은 공간, 그 동네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요리들, 높은 구글맵 평점 그리고 호텔 매니저의 추천. 이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식당을 만난다면 만사 제쳐두고 가 보는 편입니다. 포르투에서는 이집이 그랬어요. 도오루 강변에 있는 타베르나 도스 메르카도레스. '상인 선술집'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https://maps.app.goo.gl/zdVXJTbuihhQLBxr8
Taberna Dos Mercadores · R. dos Mercadores 36, Porto, 포르투갈
★★★★★ · 포르투갈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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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유명세는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출발 전 맛집 검색을 통해 등록해 둔 레스토랑 중 하나였고 현지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도 추천을 받았어요. 포르투에서 유독 맛있게 먹은 문어 요리가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늘 대기가 길고 예약도 어렵단 말에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오픈 시간을 앞두고 가니 앞에 대략 6,7팀이 있더군요. '이쯤 되면 비벼볼 만 하겠는데?' 싶었죠. 혹 이집에 방문하고 싶다면 오픈런을 추천합니다. 어차피 한시간 기다릴 거 오픈 전 한시간을 기다리는 게 낫겠더군요. 실제로 저보다 먼저 온 팀들 중 대다수가 한국인이었습니다.

테이블이 일곱 개, 가득 채워도 열댓명이 맥시멈인 작은 식당입니다. 오픈 시간이 다가오자 사장이 나와 1차 입장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나머지에게는 오래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설명을 합니다. 술이 곁들여지는 집이니 회전율이 빠르지 않겠죠. 그 결과 일부 팀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순식간에 입구 바로 앞에 서게 됐어요. 이날 식당에는 다섯 테이블이 먼저 채워졌습니다. 어떻게 했는지 두 테이블은 예약석이더군요.

식당 안이 훤히 보이는 가게 밖에서 먼저 입장한 팀의 식사와 이집 특유의 농어 불쇼를 군침 삼키며 구경했습니다. 오픈 시간이 꽤 지나도 채워지지 않는 예약석을 원망하면서.

걱정했던대로 예약 손님들은 끝내 오지 않았고 삼십분쯤 지나 제가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두어 시간은 기다리기 일쑤라는 후기가 많은데 이 정도면 행운이죠.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라 한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든 덕분이 아닐지.


식당 분위기, 옆 테이블이 주문한 메뉴를 살펴보며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해산물이 주가 되는 집이라 그린 와인을 한 병 주문했어요. 어찌나 반가웠던지 사진 찍는 것도 깜빡했어요. 제가 주문한 와인은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AVELEDA. 몇 년 전 처음 포르투에 왔을 때 첫 번째로 마셨던 그린 와인이기도 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사장에게 말했어요. "이거 내 최애예요."



대부분의 테이블이 같은 메뉴를 주문했더군요. 문어밥과 농어 구이. 그래서 따라 시켰습니다. 문어밥은 필수로 주문하라는 후기가 많고 저도 추천합니다. 주문 뒤에는 작은 식당을 휘 둘러봤습니다. 작은 식당이지만 구석구석 구경할 것들이 많습니다. 와인의 나라답게 수많은 와인이 있는데 벽을 셀러로 활용하는 것이 재미있더군요. 돌로 만든 건물이고 해도 잘 들지 않는 좁은 골목이라 저렇게 보관해도 꽤 괜찮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곧 제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소금을 둘러 구운 농어 요리는 서빙 전 팬에 불을 붙이는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에요. 그래서 더 인기가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불이 붙은 채 팬을 가지고 와 손님들을 즐겁게 하고 능숙한 솜씨로 살을 발라 테이블 위에 놓아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부러인지 머리쪽에 소금을 잔뜩 올려 눈을 가려 놓았네요.



먹기 힘든 생선살을 깔끔하게 발라 자리마다 올려 주는 서비스는 해산물을 안 좋아하는 저도 만족시켰습니다. 일일이 발라 먹으면 더 맛있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럼 소금이 함께 씹힐테고 식사 시간도 오래 걸릴테니까요. 다만 그 이상의 특별한 것이 있었냐 물으면 저는 아니오,라고 답하겠습니다. 시각적인 만족감과 이 동네 음식이라는 의미 외에는 일반적인 생선 구이였어요. 제가 해산물을 즐기지 않아서 더 그렇겠습니다만.

농어 요리에는 감자와 브로컬리 구이가 함께 나옵니다. 유럽 대부분 도시가 그렇듯 감자는 아주 맛있었어요. 역시 제 입맛은 물보단 땅인가 봅니다.

하지만 문어밥은 꽤 맛있었습니다. 포르투의 대표 음식 중 해물밥이 있는데 그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듯한 음식이라면 이집 문어밥은 고슬고슬한 볶음밥 스타일입니다. 간도 꽤 짭잘하고 누룽지처럼 눌은밥도 있어서 한국인들 입맛에 아주 잘 맞을 거예요. 해물탕이나 문어 전골을 먹고 나서 남은 국물에 밥을 볶으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친숙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간이 좀 세서 와인이나 사이드 메뉴가 필요할 수도 있어요.


매장에서 직접 굽는 디저트도 평이 좋던데 메인 요리는 둘이나 먹으니 배가 너무 불러서 포기했습니다.

메인 메뉴 둘과 그린 와인 두 잔의 가격은 총 65유로. 포르투답게 가격이 꽤 괜찮습니다. 전반적으로 다 만족한 집입니다. 가게 분위기도 좋고 음식에도 이동네의 냄새가 있습니다. 가게 주인들도 매우 친절하고요. 그리고 가격까지. 그래서 한 시간 줄을 설 만한 가치가 있냐 물으면 제 답은 '예'입니다. 하지만 딱 한시간까지만요. 그 이상 기다려야 한다면 저는 포기하거나 다음날 오픈런에 도전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