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늦은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두 곳, 바르셀로나와 포르투입니다. 열흘의 짧은 일정에 바르셀로나-포르투 왕복 비행까지 있어서 분주하게 다녔어요. 그래도 어느 때보다 잘 먹고 다닌 휴가였습니다. 그 중 마음에 들었던 식당인 카사 알폰소를 소개합니다. 국내에도 제법 알려져있지만 그래도 현지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맛집이자 노포였습니다.

https://maps.app.goo.gl/aBcopWitUMTCwWRy6
Casa Alfonso · Carrer de Roger de Llúria, 6, L'Eixample, 08010 Barcelona, 스페인
★★★★☆ · 음식점
www.google.com
1934년 오픈했다니 곧 백년입니다. 메뉴도 다분히 이동네 스타일이고 카탈루냐 광장과 가까운 것도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닷새 중 두 번이나 방문했어요. 바르셀로나에서의 첫 번째 저녁 식사, 그리고 귀국 전 마지막 저녁 식사로. 그만큼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가격도 합리적이었어요.


저녁 시간에는 웨이팅이 꽤 깁니다. 첫 방문때는 밤 열시쯤 도착해서 대기가 한,두팀 정도였지만 아홉시쯤 방문하니 한 시간쯤 기다려야 한다더군요. 자정까지 영업하니 아예 열시 이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오래된 식당 답게 안에는 식당의 역사와 창립자로 보이는 초상이 여럿 걸려 있습니다. 밖에서 보기엔 구멍가게만하지만 안쪽으로 꽤 넓은 홀이 있습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압도하는 하몽. 그렇죠, 스페인에 왔으니 하몽부터 먹어야 합니다. 주문 즉시 썰어서 내놓는 하몽은 기계로 써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얇아서 식감이 좋습니다. 하몽 자체의 기름기나 풍미도 나무랄 데 없고요.



안내를 기다리며 준비를 마친 하몽과 빵을 군침 흘리며 구경했습니다. 메뉴판을 볼 것도 없이 정했죠. 오늘 저녁은 저거다.

안쪽 홀로 자리를 안내 받았습니다. 바깥쪽보다는 아늑한 분위기였어요. 역시 벽에 액자들이 가득 걸려 있었고요. 메뉴판을 휘 둘러본 뒤 미리 정해놓은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하몽 이베리코와 판 콘 토마테, 구운 빵에 토마토를 바른 것으로 어느 식당에나 있는 빵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배도 든든히 채울 수 있어서 좋아해요. 하몽과 빵 모두 하프 사이즈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혼밥이나 여러 메뉴를 골고루 먹고 싶은 분들에게 좋겠어요. 하몽은 한 접시 100g 기준으로 두 명이 먹기에 적당합니다.


한 상 차려진 하몽과 빵. 갓 썬 하몽은 윤기가 좔좔 흐릅니다.

일조량이 풍부한 도시들은 토마토가 맛있습니다. 판 콘 토마테에서는 신선한 토마토의 향과 풍미가 충분히 느껴졌어요. 빵 자체도 바삭하고 맛있어서 이것만 먹어도 충분하겠다 싶었습니다. 추가로 이동네 주식 중 하나인 파타타스 브라바스도 주문했습니다. 깍둑 썬 감자 튀김에 매콤한 소스를 올린 것입니다. 이 정도면 둘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요.



이 집 하몽은 입에 넣는 순간 녹아버립니다. 몇몇 집에서 하몽을 먹어봤지만 이 가격에 이만큼 부드럽고 기름진 하몽 먹기도 쉽지 않아요. 물론 이베리코 베요타 급의 고급 하몽과 비교하면 풍미도 고소함도 조금씩 부족하지만 캐주얼하게 즐기기엔 딱 좋은 정도입니다. 짠맛도 강하지 않아 하몽 입문으로도 추천할 만한 집이에요. 와인은 물론 맥주랑 먹어도 좋습니다.

최상급의 하몽은 단독으로 먹어야겠지만 이 집의 하몽은 이것저것 곁들여 먹으며 하몽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역시 판 콘 토마테에 올려 먹는 것. 이 둘이면 삼시 세끼도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도 하몽 100g 한 접시에 24유로 정도로 바르셀로나 물가 생각하면 꽤나 괜찮은 편이거든요. 이후 60개월 숙성한 하몽 이베리코 베요타를 맛봐서 두 번째 방문에선 하몽에 대한 감흥은 좀 떨어졌지만 분위기나 가격에선 여전히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두 번째 방문때는 줄을 꽤 길게 섰습니다. 한 시간쯤 기다려서 열 시쯤 입장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열 시쯤 갈 것을. 마지막 저녁 식사라 혹시 못 먹을까 걱정한 탓입니다.


이날은 입구에 있는 바에 앉았습니다. 앞선 자리보단 좀 불편하지만 식당 분위기를 오롯이 즐길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어요.

생애 최고의 목넘김을 느끼게 해 준 이 집 맥주의 비밀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고요. 막판에 따로 얹는 거품이 그야말로 생크림같습니다. 이집 방문하시면 와인도 좋지만 맥주도 꼭 한 잔 드셔 보세요.


두 번째 메뉴 역시 같습니다. 하몽과 판 콘 토마테. 다른 메뉴가 궁금하지 않을만큼 이 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어요. 포르투에 가 있는 동안에도 바르셀로나에 돌아가면 카사 알폰소에 다시 가자 결심했고요. 식도락 즐기기 좋은 바르셀로나에서도 분위기, 가격, 음식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습니다. 저는 여길 추천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