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서촌에서 라이카 코리아가 개최한 전시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행사 발표 당시에는 단순히 라이카 카메라 100주년을 기념한 행사인 줄 알았으나 며칠 뒤 신제품 M-EV1이 발표되며 본래 목적(?)이 밝혀졌죠. 라이카 카메라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것인지 신제품에 대한 관심인지 행사장 앞에는 긴 줄이 있었습니다. 사전 예약한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는 행사였는데도 말입니다.

라이카 M-EV1


사실상 이번 행사의 초점은 신제품 M-EV1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1925년부터 시작된 라이카 카메라의 역사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고 그 때 맞춰 발매된 M-EV1이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로 구성한 것 같더라고요. RF 카메라의 정체성과도 같은 레인지 파인더를 없앤 카메라에 M이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이 의외긴 합니다.




라이카 M-EV1은 최신 M 시리즈인 M11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이미지 센서를 채용했고 전체적인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역시 같습니다. 큰 차이라면 앞서 이야기했든 광학식 뷰파인더를 제거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들과 같은 전자식 뷰파인더(EVF)를 넣었습니다. 전면 디자인에서 뷰파인더의 부재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잃고 나니 새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됐습니다. 잠시 만져 본 M-EV1에 대한 소감은 말미에 다시 이어가 보겠습니다.

다시 M 커넥트 행사 이야기로 돌아와, 첫걸음은 라이카 100년 역사를 설명하는 구간입니다. 옥상까지 5개 층을 모두 활용하는 생각보다 큰 규모의 전시였는데 역설적으로 볼거리는 1층이 가장 많았습니다.


빼곡하게 적힌 100년의 역사 그리고 주요 인물과 사건들. 관람 시간이 짧고 30분 단위로 다음 관람객들이 들어오는 구조라 이 장황한(?) 역사를 다 읽을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3년 전 직접 다녀 온 베츨라의 라이카 캠퍼스를 발견해서 반가웠습니다.


라이카의 기념비적인 제품도 몇 점 전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100주년이라는 타이틀에 비해 그 의미와 화제성이 다소 떨어지는 카메라들이라 아쉽더군요. 숫자도 턱없이 적었고요. 연혁 소개를 줄이더라도 실제 제품을 조금 더 보여주는 것이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음 코너에서는 브랜드 숍이 있었습니다. 전시 현장 할인이 따로 없기도 했고 대부분 평소 스토어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라 실물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아,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라이카 그립은 여기서 처음 실물을 본 터라 크게 관심이 가더군요.


2층부터 본격적인 신제품 홍보 존이 있습니다. 사실 이 행사가 M-EV1의 런칭 행사격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 참여 신청을 했었어요. 만약 그 정보를 알았다면 방문을 안 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라이카가 M-EV1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는 것으로 주말에 집회 인파를 뚫고 서촌까지 간 보람은 있었습니다.



라이카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린 미국 추린 스트릿 포토그래퍼 조엘 메이어로위츠가 M-EV1으로 촬영한 사진들이 현장에 걸려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M 시리즈 유저들 중 상당수가 노안으로 인해 레인지 파인더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적절한 모델 선택인 것 같아요.


신제품 홍보 행사임에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제품이 두,세대라 체험을 위해서는 긴 줄을 서야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대로 된 비교나 체험은 포기해야 했어요. 그래도 행사장을 나가기 전 운 좋게 M-EV1을 잠시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궁금했던 것은 역시 전자식 뷰파인더의 성능과 편의성. 하지만 그 전에 카메라 전원을 넣는 순간부터 저는 실망해야 했습니다. 카메라의 전원을 켠 뒤 EVF가 켜질 때까지 딜레이가 꽤 있었거든요. 지금 사용하는 M10의 전원을 넣고 LV 버튼을 눌러 라이브 뷰로 전환하는 것과 비슷한 답답함이었습니다. 사실 여기서 M-EV1에 대한 제 관심은 뚝 떨어졌어요.
EVF 자체의 품질은 꽤 괜찮은 편입니다. 검색해보니 Q3 시리즈와 비슷하고 SL3보다는 크기가 조금 작다고 하더군요. 체급을 생각하면 적당한 품질 하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아쉬운 선택입니다. EVF 활용도 다소 아쉬웠어요. 기존 디지털 M 시리즈에 비조플렉스를 사용하는 것보다 인터페이스나 편의성이 개선되길 기대했습니다만 잠시 만져본 바로는 동일합니다. 피킹 기능으로 초점을 맞추고 셔터 옆 버튼을 눌러 화면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화면 확대는 렌즈의 초점 링 조작에 맞춰 자동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할 수 있겠죠. 제 M10에서도 지원되는 기능이니까요. 물론 제가 충분히 카메라를 체험하지 못해서 EVF 관련 추가 기능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여러 매체의 리뷰를 보았을 때 없거나 미미한 것 같습니다. 후지필름 카메라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이중합치 같은 특별한 장치를 내심 기대했는데 말입니다. 저는 M 시리즈 못지 않게 Q 시리즈를 좋아하는 터라 RF 빠진 M을 사느니 AF 되고 동영상 촬영까지 가능한 그리고 렌즈까지 기본으로 주는 Q3, Q3 43을 구매하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보는 것 그리고 서촌 감성 물씬 느껴지는 골목에서 라이카 카메라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볼거리 많은 행사가 열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