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스퀘어 근처에 있는 모카 버거입니다. 보기엔 그저 모던한 분위기의 비싼 버거집처럼 보이지만 다른 버거집들과 차별화되는 키워드가 있어요. 유대인의 종교적 음식법을 따르는 코셔 푸드(Kosher food)가 그것입니다. 돼지 고기 대신 양고기로 만든 베이컨을 사용하는 것,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빵을 사용하는 것, 치즈를 넣지 않는 것 등. 생각보다 제약이 많죠? 모양은 비슷하지만 먹어보면 기존 햄버거와는 제법 차이가 있습니다.
주소 : 4 E 46th St, New York, NY 10017, United States | https://maps.app.goo.gl/LdJHjzPbxGLYHmKv9
메뉴 : $26 (MB 클래식) | $32 (MB 클래식 BLT)
홈페이지 : https://mochaburgerlux.com | https://www.instagram.com/mochaburgernyc
두 개의 점포 중 제가 방문한 곳은 맨해튼 5번가에 있는 타임스퀘어 지점입니다. 주변으로 브라이언트 파크, 그랑 센트럴 터미널, 록펠러 센터가 있는 황금 상권에 위치해 있어요. 오픈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도 예약이 가능하기에 온라인 예약을 하고 방문했습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식당에 저 혼자뿐이었으니 평일에는 굳이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럭스(LUX)라는 이름만큼 실내는 꽤나 크고 화려합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유명한 카우스(KAWS)의 조형물이 서 있고 웬만한 버거집 크기만한 바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긴 바를 지나 홀에 입성하면 모던 레스토랑으로 분위기가 또 한 번 바뀝니다. 어둑어둑한 조명, 벨벳 느낌의 빨간 의자, 흰색 식탁보 그리고 금속 벽 장식. 벽쪽에는 가죽으로 된 소파 좌석도 있습니다.
버거 메뉴만 17종에 달할 정도로 다양한 버거들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기본이 되는 클래식 버거부터 버섯, 파인애플, 초리조, 과카몰레, 트러플 등 각각의 개성이 뚜렷합니다. 특히 이 집의 스페셜 버거 스모카 엠버거(S'MOCHA MBURGER)는 여러 매체와 SNS에 뉴욕 최고의 몬스터 버거로 소개된 바 있습니다. 12온스 쇼트 립, 파스트라미, 풀드 비프, 양고기 베이컨 등 온갖 고기들로 탑을 쌓아 만든 버거를 스모크 쇼와 함께 서빙하는 호화로운 음식입니다. 도전해볼까 했다가 혼자 먹기엔 양도 너무 많고 가격도 69달러나 해서 포기했어요.
가 주문한 버거는 MB 클래식 BLT 버거입니다. 기본 MB 클래식 버거(26달러)에 달걀과 양고기 베이컨이 추가된 것입니다. 가격은 32달러로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이 외에도 이집 버거들의 가격은 대부분 30달러를 넘습니다. 채소와 고기, 달걀 순으로 재료들을 쌓아 올린 뒤 무너지지 않게 나무 꼬챙이를 꽂아 놓았습니다. 캐주얼 레스토랑에서는 나무 대신 나이프를 버거에 꽂아 내 놓곤 하죠. 그보단 이쪽이 좀 더 점잖아보이는 것은 분명합니다. 거기에 접시에 소스를 바른 모양새까지. 고급 레스토랑 답게 담음새에 신경을 꽤 썼습니다.
구성은 클래식 햄버거와 유사합니다. 6-7온스 내외의 소고기 패티, 상추와 생 양파, 생 토마토, 피클 그리고 MB 소스. 번은 브리오슈 빵을 썼습니다. BLT 버거는 여기이 달걀 후라이와 양고기 베이컨이 추가된 것입니다. 그간 먹어왔던 뉴욕 버거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치즈의 부재입니다. 육류와 유제품을 함께 먹지 않는 유대인의 음식법에 따른 것이죠. 번은 표면을 살짝 구웠지만 이때도 버터는 사용하지 않았고 베이컨은 돼지고기 대신 양고기로 만들었습니다. 고기의 굽기가 웰던인 것도 다른 곳과 달랐어요.
잘라진 재료들을 고루 모아 한 입에 털어 넣었는데 곧장 아, 하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이건 실수다, 내가 실수를 했구나. 이 버거는 코셔 푸드라는 제약 안에서나 고급 버거지 유대인의 음식법과 상관 없이 살아 온 제 입에는 그 단점들이 바로 느껴지더군요. 버거는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퍽퍽합니다. 패티를 미디움 웰던으로 구웠고 달걀도 노른자가 다 익어서 나왔어요. 기름기를 바짝 뺀 양고기 베이컨은 바삭하다 못해 딱딱하고 날카로워서 씹다가 잇몸이 찔려 아프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조리 방식 역시 ‘피를 먹지 않는다’는 항목에 따른 것이라고 하죠. 하다못해 치즈만 한 장 있었어도 퍽퍽한 고기의 식감이 한결 나았을텐데. 그간 부드러운 패티, 서니 사이드 업으로 구운 달걀에 익숙한 제 입에는 영 맞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치즈 버거를 먹을 수 없는 유대인들에게 이 버거는 사막 속 오아시스같은 존재일 수도 있지만 유대인이 아니라면 그냥 특이하고 낯선 버거일 거예요.
https://brunch.co.kr/brunchbook/nycburgers
[연재 브런치북] 뉴욕버거 57선
80일간 57개의 버거를 먹었습니다. 이왕 먹는 거 가장 좋아하는 걸 제대로 먹기로 했습니다. 푸드 트럭과 고급 스테이크하우스, 프렌치 레스토랑, 백 년 넘은 노포까지. 다양한 식당을 배경으로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