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키친에 묵는 동안 단골집을 갖고 싶었습니다. 훗날 다시 왔을 때 ‘여기 내 단골집이야.’라고 소개할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특별히 예약해 놓은 식당이 없는 날엔 집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다행히 헬스 키친에 괜찮은 버거집이 많았어요. 파이브 냅킨 버거도 이 동네에서 꽤나 유명한 식당입니다. 10온스(283g)의 두툼한 패티는 뉴욕 전체에서도 흔치 않아요.
https://maps.app.goo.gl/H6rZi18ojZ4Jpe1dA
5 냅킨 버거 · 630 9th Ave, New York, NY 10036 미국
★★★★★ · 햄버거 전문점
www.google.com
Home | 5 Napkin Burger
Modern bistro chain serving gourmet meat & veggie burgers. Located in New York, NY.
www.5napkinburger.com
2008년 오픈한 이 식당의 뿌리는 맨해튼 어퍼 웨스트 지역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니스 마탱(Nice Matin)입니다. 전통적인 프랑스 요리들과 함께 프로방스 스타일로 만든 미국 요리들을 내놓았는데 그중 버거가 큰 인기를 끌었고 결국 따로 버거 전문점을 열게 됐습니다. 육즙 넘쳐흐르는 버거를 먹기 위해 손님들이 냅킨을 요구했던 이야기에서 이름을 따 왔고요. 10온스 패티가 들어간 시그니처 버거 외에도 10여 종의 버거가 있습니다.
맨해튼 9번가 웨스트 45길 필름 센터 1층에 있는 파이브 냅킨은 근처에서 가장 큰 규모의 버거집입니다. 타임스퀘어 주변 번화가와 헬스 키친 베드타운 경계에 위치해 있는데 매일 앞을 지나가면서도 버거집인 줄 몰랐어요. 붉은 조명과 칵테일 바가 도드라지는 인테리어가 버거 전문점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별하진 않지만 적당히 낡고 아늑한 것이 이 동네랑 잘 어울리는 식당입니다. 이대로 이삼십 년 더 버티면 미네타 태번이나 J.G. 멜론처럼 노포 소리 들으며 사람이 몰리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해 봅니다.
대표 메뉴는 파이브 냅킨 버거. 니스 마탱의 대표 메뉴이자 마침내 이 식당을 세운 버거입니다. 가격은 2025년 4월 현재 21.5달러로 제가 방문했을 때보다 2달러가 올랐습니다. 세금과 팁을 더하면 사만 원 정도 됩니다. 10 온스 패티가 들어간 고급 버거라는 것을 고려하면 적당한 가격입니다. 항생제, 호르몬제 없이 방목으로 키운 소의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으니까요.
거짓말 좀 보태 버거가 눈앞에 바짝 붙어있나 싶을 만큼 거대한 빵과 패티. ‘그래, 이 정도는 돼야 미국 버거지.’ 10온스 패티의 존재감은 대단합니다. 구성은 간단합니다. 앵거스 소고기로 빚은 10온스 패티, 스위스 산 그뤼에르 치즈, 갈색으로 볶은 양파, 로즈메리 아이올리 소스가 전부입니다. 번은 부드럽고 쫄깃한 감자 빵을 사용했고 오이 피클은 썰지 않고 접시에 함께 내놓았습니다. 간단한 치즈버거 레시피인데 먹어보면 완전히 달라요. 그뤼에르 치즈, 아이올리 소스의 이색적인 풍미 덕분입니다.
10온스의 중량은 웬만한 버거집의 더블 패티보다 많은 양입니다. 그걸 한 덩어리로 뭉쳐 놓았으니 고기만 보일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걸 기가 막히게 구웠습니다. 반으로 갈라 단면을 보니 안쪽에 선홍빛이 선명하고 흘러내린 육즙에 아래에 깔린 빵은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정말로 냅킨이 많이 필요하겠어요. 크기만큼 강한 육향에 혹 거부감이 생기진 않을지, 식감이 퍽퍽하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고기를 잘 구워 만든 패티는 먹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알싸한 마늘향이 느껴지는 아이올리 소스는 무거울 수 있는 맛의 균형을 잡아 줬어요. 거기에 그뤼에르 치즈의 고소한 맛, 양파의 단맛까지. 단조로운 모양새와 상반된 다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버거에서 패티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분들에게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