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디지털 단지로 나들이 했던 날, 자연스레 주변 맛집을 찾다가 평이 좋은 피자집을 발견했습니다. 마침 호텔 근처라 다음날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기로 했어요. 주변 회사원들에게는 꽤 유명한 맛집으로 오랫동안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상호명은 라마노. 정통 이탈리안 피자 메뉴들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레드리본 서울 맛집에도 선정됐다는, 그 중에서도 서울 전체 베스트 500 곳 안에 뽑혔다는 말에 홀렸습니다. 상가 지하에 있는 작은 식당이 제가 도착했을 때 이미 가득 차 있었고 식사를 끝내고 나오니 족히 열 명 넘는 사람들이 앞에서 줄을 서 있었습니다. 주말 점심 때인데 말이죠. 평일 식사 시간때는 아마 더 북적대지 않을지.
피자와 파스타, 라자냐 등 다양한 이탈리아 메뉴가 있지만 이날의 목표는 명확히 피자였습니다. 재료부터 굽는 방식까지 이탈리안 스타일을 고수하는 듯 보여서 그 맛이 궁금했거든요. 1인 1메뉴를 시켜야 하기에 두 판의 피자를 시켰습니다. 첫 번째로 나온 것은 풍피자. 모짜렐라, 토마토 소스, 표고버섯, 양송이, 이탈리안 파슬리를 올린 피자입니다. 보기엔 빛깔이 동네 피자 같지만 먹으니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가장 큰 차이는 도우. 쫄깃하면서도 씹을 때 곡향이 입 안에 풍기는 것이 토핑 없이 이것만 먹어도 좋겠더라고요. 제대로 만든 피자는 도우에서부터 다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한조각만으로도 신뢰가 생겼습니다. 그 외에는 예상 가능한 버섯 피자지만 피자가 적당히 익어 촉촉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토마토는 신선하다는 느낌을 줬고요. 익숙한 맛이지만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던 피자였습니다.
다음은 이날의 메인인 모르따렐라 부라따 피자. 가격은 25000원으로 다른 피자보다 비싼 편입니다. 가운데 올린 부라따 치즈 때문인 것 같아요. 이탈리아에서도 부라따 치즈를 넣은 피자는 다른 피자보다 비쌌습니다. 이 피자는 크림소스 베이스에 모짜렐라 치즈와 피스타치오, 바질을 올렸습니다. 도우와 피스타치오, 크림 소스의 시너지로 고소한 맛이 강한데 위에 올린 생햄과 부라따 치즈가 상큼하고 짭짤한 맛을 더합니다.
아까 칭찬한 도우를 베이스로 이탈리아 재료들을 사용한 이 피자는 다른 집에선 쉽게 맛 볼 수 없습니다. 부라따 치즈의 상큼하고 새콤한 맛과 고소한 피스타치오의 향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어요. 두명 모두 다음에 이 동네 오면 또 오자고 했어요.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