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 용으로 사용 중인 소니 ZV-E10과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 조합. 가을이 절정인 11월은 풍경도 좋지만 어느때보다 입맛 도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카메라 속에는 여기 저기 다니며 먹은 식도락 기록들이 많습니다. 여러 카메라가 있지만 맛집 갈 때는 ZV-E10,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조합을 최우선으로 챙기게 됩니다. 일단 전체 부피가 작아 편하게 챙길 수 있고 식당에서도 타인의 시선에서 비교적 자유롭거든요. 특히 렌즈가 광각-망원을 아우르는 프레임, 심도 표현/저조도 촬영에 유리한 F2.8 개방 조리개 값, 근접 촬영 능력 등 장점이 많아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요즘 촬영한 음식 사진들과 식당 소개 그리고 제가 느낀 이 조합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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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겐 스위치 ]
연남동에 있는 일본라멘집. 서울에서 이에케라멘(돼지 골수와 간장 국물, 두껍고 곧은 면을 특징으로 하는 라멘)으로는 이만큼 하는 집이 없대서 전부터 한 번 방문해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평일에도 식사 시간엔 줄이 꽤 있다던데 시간대를 잘 맞춰 간 덕인지 웨이팅 없이 바로 다녀왔습니다. 저같은 사람들의 고민은 없애기 위해 메인 메뉴 중 '풀 토핑 라멘'이 있더라고요.
풀 토핑 라멘의 가격은 11000원. 요즘 물가 생각하면 저렴한 편입니다. 대표 메뉴인 이에케라멘에 시금치, 차슈 두 장, 김 세 장, 달걀, 멘마가 올라간 메뉴입니다. 가격 차가 1500원이니 이에케 라면을 먹으러 왔다면 풀 토핑 라멘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죠. 이 라멘집처럼 실내, 테이블이 좁은 가게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때 지금 사용하고 있는 ZV-E10 + 탐론 17-70mm F2.8 렌즈 조합이 유용합니다. 앉은 자리에서 가게 내부부터 음식, 조리 과정 등 다양한 사진을 찍기 좋거든요. 부피가 적어서 무릎 위에 올려 놓거나 목에 걸고 음식 먹으면서 촬영하기에도 낫습니다.
이집 라면에서 가장 마음에 든 건 면이었는데 곡향 풍부한 중면에 삶기도 조절할 수 있어서 제 취향에 딱 맞았습니다. 녹진하고 기름진 국물에 얇은 면보다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고요. 삶아지길 기다리는 면들을 바 테이블에 앉아 망원으로 촬영해 보았는데 이럴 때 17-70mm 줌 렌즈의 매력을 한 번 더 느낍니다. 최대 망원에 가까운 65mm에 F2.8 최대 개방 조리개 값으로 촬영했는데 배경 흐림 효과도 적절하고요. 풀 프레임이 대중화 된 요즘에야 APS-C가 무시 당하지만 이 렌즈를 사용하면서 F2.8의 심도 연출에는 큰 불만이 없습니다.
[ 조리개 값에 따른 심도 차이 (70mm) ]
망원 촬영을 잘 활용하면 배경 흐림, 클로즈 업 효과를 연출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음식점에선 내부 인테리어나 소품, 음식을 근접 촬영할 때 유용하겠죠. 배경이 흐려지면서 주 피사체가 확실히 부각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 그래서 무겐스위치 라멘이 어땠냐면 진한 돼지 고기 향과 입술이 쩍쩍 붙을 정도의 기름진 돈코츠 라멘을 좋아한다면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 될 겁니다. 다만 제 입맛에는 돈사골 + 간장 조합이 너무 강-강이라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면은 참 맛있게 먹었지만 국물은 별로 손을 못 댔으니 제 취향이라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돈코츠 라멘 좋아하는 지인들에겐 추천할 생각입니다.
[ 스키당 대흥점 ]
대흥역에 있는 스키야키, 샤브샤브 전문점. 일반적인 집들과 다른 점이라면 메뉴를 1인 기준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백화점 푸드 코트에 있는 샤브집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방식인데 그보단 더 좋은 재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로 처음 알게 됐는데 이미 꽤 이름이 알려진 곳이더라고요. 캐치테이블로 예약을 미리 하지 않으면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실내 인테리어와 브랜딩이 인상적이었던 곳입니다. 대강 보면 여느 샤브샤브집처럼 보이다가도 하나 하나 뜯어보면 곳곳에 신경을 쓴 게 보입니다. 예를 들면 조명들은 북유럽에 직접 공수한 빈티지라고 합니다. 매장 한 편에 적힌 설명을 보고 다시 둘러 보니 조명의 모양이 각자 다르더라고요. 전체적인 공간 인테리어 역시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고 하고요.
그 위에 놓인 것들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 합니다. 꽤나 신경 써서 모은 듯한 그래서 취향이 묻어나는 소품들이 가게 입구에 놓여 있더군요. 빈티지 카메라들이나 캐릭터 인형들, 낡은 나이키 운동화같은 것들. 맛집 방문하게 되면 전체 전경과 클로즈업 촬영을 모두 하게 되는데 이럴 때 줌 배율이 높은 렌즈가 당연히 유리합니다. 광학 3배 줌 내외가 일반적이지만 이 렌즈는 그보다 넓은 4.1배 줌을 지원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프레임을 제공한다는 뜻이죠. 이날도 전체 인테리어와 음식/소품을 이 렌즈 하나로 다 찍었습니다.
[ 광학 4.1배 줌 비교 ]
같은 환경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니 17mm와 70mm의 프레임 차이가 상상 이상이죠. 17mm는 35mm 환산 약 25mm의 광각, 70mm는 105mm의 망원이니 풀 프레임에 24-105mm 렌즈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환경입니다. 물론 APS-C 포맷이니 풀프레임보다 작고 가볍게 운용할 수 있고요.
줌만 잘 활용해도 테이블 위 전체 플레이팅부터 각각의 요리/식자재 근접까지 대부분의 촬영이 가능합니다. 17mm 최대 광각을 활용하면 프레임이 시원하게 넓어지니 항공샷 찍을 때 일어서지 않아도 되고요.
근접 촬영에서는 망원 초점거리를 사용합니다. 클로즈 업 효과와 배경 흐림이 더해지면서 주제가 부각되는 효과가 있죠. 이 때 조리개 값을 F2.8로 설정해 입체감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자칫 심도가 너무 얕아질 수 있어 주로 F4-5.6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침 찬바람이 불어서인지 스키당에서의 식사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당일 공수한다는 채소들이 신선해서 메인인 고기보다 더 맛있게 먹었고 채수를 잘 우려내서 국물/채소만으로도 좋은 식사가 됐습니다. 최고는 샤브샤브를 마무리하는 영양죽이었는데 푹 끓인 죽에 트러플 오일을 살짝 올리니 고기보다 훨씬 더 맛있더군요. 근처 모임, 데이트 있는 분들은 이 집 추천합니다.
[ 기대육 서촌점 / 칠돈가 광화문점 ]
날이 쌀쌀할 때 국물 못지 않게 생각나는 것이 뜨거운 숯불에 구운 고기. 두 곳의 고기집에 갔는데 상반된 매력이 있었습니다. 서촌에 있는 기대육은 목살 특수부위를 맛볼 수 있는 그리고 사이드 메뉴 된장찌개가 맛있었던 곳입니다. 최근에 오픈해서인지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었어요.
워낙에 바쁜 시간대라 서빙된 고기가 구경 할 새도 없이 바로 불판에 구워졌습니다. 강한 불에 연기 자욱하게 내며 구워지는 고기를 부지런히 사진으로 담아 봤는데 이때는 아무래도 빛깔이며 구워진 고기의 질감을 상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망원, 근접 촬영을 많이 이용합니다. 거의 50mm 이상의 초점거리를 사용해요. 원본이 2400만 화소니 적당히 찍고 크롭해도 된다지만 찍는 순간의 감흥이란 것이 있으니까요.
[ 근접 촬영 사진 ]
탐론 17-70mm F2.8 렌즈의 최단 촬영 거리는 광각에서 19cm, 망원에서 39cm입니다. 음식 게다가 기름 튀는 고기 촬영이라면 아무래도 망원 촬영을 주로 하게 되는데 39cm 근접 촬영도 그 효과가 꽤나 괜찮습니다. 얕은 심도 연출도 가능하고요.
겉바속촉으로 잘 구워지고 있는 고기. 개인적으로 고기 굽는 것도 좋아하고 자신도 있지만 아무래도 숙련된 기술자들이 구워주는 것을 먹는 편이 낫긴 합니다. 이집은 캐주얼하게 가기 좋은 곳이었어요. 실내가 좀 복닥대긴 해도 신규 오픈한 집이라 깔끔하고요. 어머니께서도 만족하셨으니까요.
두 번째 방문한 집은 광화문에 있는 칠돈가. 제주도에 본점이 있는 제주 흑돼지 전문점이라고 합니다. 서울 그것도 시내 한복판에서 흑돼지 오겹살과 목살을 먹을 수 있는 것은 꽤나 큰 장점이 아닐까 싶고요. 물론 요즘 제주 돼지 취급하는 곳이 많긴 합니다만 제가 가 본 집 중 고기 품질은 확실히 상위에 속했습니다.
제주 흑돼지를 근고기로 판매하는데 600g이니 2,3인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부위는 목살과 오겹살이 나오고요. 구워지는 목살의 두께가 어마어마합니다. 다른 집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두꺼운 고기. 굽기는 까다롭지만 잘 구우면 육즙이며 식감 살아있는 맛이 일품이라 상등품 고기를 위해 이 방식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도 역시 구워지는 고기를 찰칵찰칵. 역시 망원 촬영이 주가 되었습니다. 고기집 사진은 대부분 F2.8 최대 개방으로 촬영이 됐는데 어두운 실내에서 셔터 속도를 확보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개방 촬영의 해상력에 만족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내 촬영에선 개방 조리개 값 위주로 촬영하고 있어요. 이렇게 생생한 음식 사진이 촬영됐을 때 아이폰 대신 카메라를 챙겨 가서 촬영한 보람을 느낍니다. ZV-E10을 사용한 지 꽤 오래 됐는데 다른 렌즈 욕심이 생기지 않는 걸 보면 17-70mm F2.8의 만족도가 그만큼 높단 거겠죠.
[ 라헬의 부엌 연남점 ]
마무리는 디저트. 여기는 연남에 있는 수플레 팬케이크 집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 메뉴들 중 하나고요. 갓 구운 수플레 팬케이크의 퐁실퐁실 보드라운 식감에 달콤한 과일과 크림,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면 포크가 멈추질 않습니다. 정신없이 먹으면 나중에 속이 좀 쓰리지만요. 이집은 연남동 한복판에서 예전 홍대/연남 감성을 잘 유지하고 있는 실내 풍경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기자기한 소품, 포근한 분위기.
컵부터 받침, 젓개까지 하나하나 예쁜 것으로 갖춰 놓았습니다. 메뉴도 메뉴인지라 손님들 대부분 여성이었어요. 시즌이 시즌이라 내부에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해 놓았는데 디저트 기다리는 동안 이리저리 구경했습니다.
근접 + F2.8 개방 촬영의 결과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아서 실내 전경보단 소품 위주로 촬영을 했습니다. 이럴 땐 역시 망원+F2.8 촬영이 대부분이고요. 이 정도 심도 표현이면 APS-C 포맷도 배경 흐림에 대한 아쉬움 없이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F1.4-2 단렌즈를 쓰면 효과가 배가 되겠지만 일상 기록용으로는 조리개 값보다는 넓은 줌 배율이 유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케이크 굽는 냄새가 진동하더니 주문한 메뉴가 나왔습니다. 철은 지났지만 워낙에 좋아해서 무화과 올린 팬케이크를 골랐습니다. 보존 잘 된 과일을 썼는지 크기는 좀 작아도 향은 충분히 좋더군요. 단맛이야 과일보단 크림과 아이스크림, 시럽이 채워줄 테니까요. 오픈 키친에서 주문 직후 굽는 곳이라 의심의 여지 없이 갓 구운 팬케이크를 맛 볼 수 있습니다.
연남동에 꽤 많은 수플레 팬 케이크 집이 있으니 좋아하시는 분들은 찾아보고 방문하셔도 좋겠습니다. 저도 서너 곳 가 봤는데 각각의 장점이 있어요. 이집은 메뉴가 다양하고 함께 나오는 아이스크림이 맛있더군요.
카메라에 담기는 일상의 기록이란 게 여러 장르지만 제 경우엔 맛있는 음식 먹는 즐거움이 빠지지 않습니다. 아니 아마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좋아해요. 그럴 때 수동+단렌즈인 메인 카메라는 영 귀찮고 촬영도 힘든데, 그러자고 아이폰으로 촬영하면 두고두고 아쉽기 마련인데 이럴 때 APS-C 포맷 미러리스 카메라와 올인원 렌즈가 최고입니다. 제 경우에는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에 만족하면서 정착 중이고요. 무조건 더 큰 포맷, 고사양/고가 렌즈를 고집하는 것보다 용도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게 좋겠죠. 앞으로도 이런 소소한 일상의 기록은 이 조합으로 남기게 될 것 같습니다. 12월엔 연말 풍경들을 담게 될 것 같아 기대됩니다. 삼 년만에 한국에서 보내는 12월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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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영상도 '이것'이 꼭 있어야 한다 -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의 VC 테스트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로 담은 가을 풍경 - 서울식물원에서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