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인 아름다움을 표현", "각종 수차를 의도적으로"
이 렌즈의 소개글에서 기억에 남는 문구입니다.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이다' 라는 말이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으세요?
클래식이란 단어는 종종 찬사와 동경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사진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특히 더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흐릿하고 희뿌연 묘사, 왜곡된 색 표현과 광원에 의한 플레어, 고스트에 열광합니다. 상당 수가 설계의 결함 혹은 기술의 미진함에 기인한 것이지만 표현의 영역에선 그것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겠죠. 더군다나 요즘처럼 '감성'이라는 말이 흔할 때라면. 자신의 나이보다 훨씬 더 오랜 연식의 빈티지를 구매하기 위해 비싼 값을 지불하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현행이지만 클래식
2021년 출시됐으니 뭘로 보나 현역이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클래식을 지향하는 렌즈입니다. 헬리어라는 이름은 1900년 설계된 보이그랜더의 전설적인 렌즈를 계승했고, 클래식이란 단어는 이 렌즈가 추구하는 방향을 의미합니다. 최신 기술의 산물인 선명함, 정확함과 상반된 것들이겠죠. 부족한 해상력, 광원에 취약한 코팅, 부정확한 색 표현 등 빈티지 렌즈들에서 볼 수 있는 이런저런 결핍과 오류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럼에도 이 렌즈가 출시된 것은 그만의 매력이 누군가에겐 매력적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일단 외형부터 다른 VM 렌즈와 달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3군 6매 구성 / 싱글 코팅
초점거리 50mm
조리개 값 F1.5 - 16
조리개 날 수 10매
최단 촬영 거리 50cm (라이브 뷰) / 70cm (거리계 연동)
필터 규격 49mm
56.8 x 41.9 mm
255g
3군 6매의 단촐한 구성. 비구면 렌즈같은 특수 렌즈는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코팅 역시 싱글 코팅. 가장 활용도 높은 50mm 초점거리에 조리개 값이 F1.5로 밝습니다. 같은 VM 렌즈 중 녹턴 빈티지 라인 50mm F1.5 렌즈와 유사한 사양입니다. 물론 결과물은 큰 차이가 나겠죠. 녹턴이 개방 촬영부터 선명한 묘사, 멀티 코팅 옵션 등 현행 렌즈의 특징을 가진다면 헬리어 클래식은 개방 촬영의 수차와 해상력 저하, 플레어 등을 의도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것은 최단 촬영 거리가 50cm로 짧은 것을 꼽을 수 있겠네요. 황동 소재 때문에 무게가 255g로 꽤나 묵직한 편입니다. 그래도 제가 사용 중인 녹턴 빈티지 라인 35mm F1.5 렌즈(284g)보단 가볍네요.
보이그랜더 녹턴 빈티지 50mm F1.5 II 니켈 - 클래식 디자인의 매력 (Nokton Vintage 50mm f/1.5 Aspherical II)
은은한 샴페인 골드와 블랙이 교차하는 투 톤 컬러, 초점링과 조리개 링의 다이아몬드 패턴 가공이 이 렌즈를 고전적 형태로 보이게 합니다. 때문에 매끈한 현행 디지털 M 시리즈에 물렸을 때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해요. 디지털보다 필름 카메라에 좀 더 어울리는 외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통 길이 56.8mm로 긴 편이라 휴대성 역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워요. 물론 F1.5의 밝은 조리개 값을 갖고 있지만 녹턴 빈티지보다도 조금 더 크고 두꺼우니까요. 다만 동봉된 후드가 짧아서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M10과 헬리어 클래식 50mm F1.5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들을 보니 개방 촬영에서의 부드러움-또는 흐릿함-과 독특한 보케가 눈에 띕니다. 싱글 코팅의 영향으로 색 표현 역시 현행 렌즈와는 다른 맛이 있고요. 선명하고 깔끔한 녹턴 빈티지 35mm F1.5을 사용 중이라 그 대비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칼같은 해상력과 사실적인 색 표현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이런 예측할 수 없는 표현이 매우 즐거울 것입니다. 첫 롤의 느낌은 굉장히 좋아요. 이것저것 찍고 싶어졌으니,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하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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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