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M10을 쓰고 있습니다. 그 사이엔 Q2를 사용했고요. 여행용 올인원이라면 역시 Q 시리즈 쪽에 손을 들어 주겠지만 마음이 가는 건 역시 M입니다. M10-D를 방출한 과거의 저를 원망하며 다시 렌즈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어요.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건 역시 35mm. 제게 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가장 큰 즐거움은 다양한 렌즈를 사용하는 것보다 내게 맞는 하나의 렌즈를 찾는 과정이거든요. 아직 접해보지 못한 렌즈가 많아 어떤 렌즈를 콕 찝을 수는 없습니다만 초점거리는 확고합니다. 35mm 하나면 된다. 십년 전 쯤 M Type240과 5세대 35mm Summicron asph 렌즈를 사용하며 내린 결론입니다.
녹턴 빈티지 라인 35mm F1.5
M 마운트 렌즈들 중 아마 35mm 렌즈 수가 가장 많지 않을까요. 50mm와 비등비등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고민하기 싫다면 현행 35mm 크론 또는 아포크론을 선택하면 되겠지만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기에 요즘 보이그랜더 렌즈들이 참 잘 나오고 있어서요. 요즘은 보이그랜더 빈티지 라인 렌즈들을 최우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중 최근에 출시된 35mm F1.5 asph 렌즈를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VM 렌즈들을 국내 총판인 썬포토를 통해 리뷰하고 있습니다만 메인은 역시 내돈내산이죠.
6군 9매
초점 거리 35mm
조리개 값 F1.5-16
화각 61.7°
최단 촬영 거리 50cm
필터 규격 39mm
53 x 36mm
188g (Type I) / 284g (Type II)
라이카 35mm Summilux 시리즈에 대응하는 최신 VM 렌즈입니다. F1.5의 밝은 조리개 값에 최단 촬영 거리를 50cm로 줄인 것이 가장 큰 특징. 35mm F2 울트론 빈티지 렌즈보다 크고 무거워지긴 했지만 사양을 고려하면 휴대성 역시 충분히 경쟁력 있습니다. Type I,II 두 종류로 발매됐습니다.
기존 빈티지 렌즈들을 Type I,II의 디자인이 달랐는데 이 렌즈는 소재와 마감이 다릅니다. Type I은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져 무게가 상당히 가볍습니다. 188g인데 이는 울트론 빈티지 라인 35mm F2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황동 소재의 Type II 렌즈의 무게가 284g인 것과 비교하면 100g 가량, 30% 정도 가벼운 것입니다. 휴대성에 분명히 이점이 있겠죠. Type I은 무광 마감, Type II는 블랙 페인트, 실버 두 종류로 마감했습니다. 외형의 아름다움과 선택권 그리고 내구성까지 무게를 제외하면 Type II 쪽에 끌리는 요소들이 많아요. 그만큼 가격도 비싸고요.
3년 전 M10, M10-D를 사용할 때 주력은 울트론 빈티지 라인 35mm F2 apsh 였습니다. 작고 가벼운데다 클래식한 디자인까지 제 취향에 꼭 맞아서 몇몇 아쉬움에도 메인으로 사용했죠. 후드 결합한 디자인은 지금 쓰는 녹턴 빈티지보다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이번엔 F1.5 개방 촬영을 선택했어요. 그만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할테고 여행 중 F2가 아쉬운 야간/실내 환경이 종종 있었거든요. 하지만 외형과 휴대성, 가성비 면에서는 울트론의 장점도 분명합니다.
보이그랜더 울트론 빈티지 라인 35mm F2 - 대 복각 시대의 VM 렌즈 (ULTRON Vintage Line 35mm F2 Aspherical)
묵직하다, 깔끔하다.
첫 번째는 손에 쥐었을 때의 소감, 두 번째는 결과물에서 받은 인상. 저는 Type II 실버 렌즈를 사용 중입니다. 비선호 조합이지만 블랙 바디-실버 렌즈를 선호하거든요. 묵직한 무게는 울트론과 Q2를 사용했던 터라 여전히 적응 중입니다. F1.5가 좋다지만 이 무게를 감수하며 쓸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여전히. 조금 더 사용해보고 기동성을 높이는 것이 낫겠다 판단된다면 울트론을 다시 영입할 수도 있고요.
35mm 렌즈 셋의 비교 사진을 보면 F1.4 Summilux 렌즈보다는 작고 녹턴 클래식보다는 큽니다. 타만 무게는 현행 Summilux 35mm F1.4 apsh보다 50g 가량 더 무겁습니다. 황동 소재 때문이겠죠. 녹턴 클래식은 더 작고 가볍고 조리개 값도 F1.4로 밝지만 개방 촬영 화질 저하가 다소 있으니 염두 해야겠습니다.
녹턴 빈티지 라인 35mm F1.5 asph로 촬영한 렌즈 (라이카 M10)
아직 몇 장 촬영해 보지 않았지만 현행 렌즈답게 샤프하고 깔끔합니다. 컬러 역시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이고요. F1.5 개방 촬영을 주로 해 봤는데 울트론의 F2보다 더 맑습니다. Summicron과 Summilux에서 느꼈던 차이와 비슷해요. 주변부 광량 저하가 좀 있지만 이건 울트론 F2가 조금 더 심했던 것 같고 요즘엔 라이트룸 프로파일이 있으니 상당부분 보완 가능합니다. 왜곡은 조금 더 테스트 해 보려고요.
좋게 말하면 현행 렌즈답게 세련됐고 나쁘게 말하면 개성 없이 심심합니다. 렌즈 자체의 개성을 즐기기보다는 보정을 고려한 뉴트럴한 촬영 거기에 퀄리티를 최대한 높인 렌즈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단은요. 현행 렌즈에 맞춰진 제 눈에는 울트론의 결과물보다 만족스러워서 당분간은 이 렌즈를 원탑으로 사용해 보려고 해요. 거기에 최단 거리가 50cm로 짧은 게 무척 마음에 듭니다. 블로깅용으로 A7C를 따로 챙길 필요가 없어졌거든요.
'녹턴'은 개방 화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 그간의 인식이었지만 '빈티지 라인' 렌즈들은 확실히 현행 렌즈의 샤프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렌즈는 35mm Summicron apsh 렌즈만큼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크고 무겁다고 방출한 Summilux 35mm F1.4 FLE보다 이 렌즈가 더 무거운데 말입니다.
요즘은 50mm 렌즈를 찾고 있습니다. 후보는 VM 아포-란타, 녹턴 빈티지 라인 그리고 즈미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