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보니 짐을 꾸릴 때 촬영 장비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지난 겨울 긴 배낭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한정된 부피, 무게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촬영 장비를 챙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와 렌즈 세 개를 컴팩트 카메라 하나로 줄이고 노트북 대신 아이패드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출국날까지 고민한 끝에 카메라와 아이패드보다 무거운 삼각대도 챙겨 나섰습니다. 줄이고 줄인 전체 짐에 비하면 너무나도 크고 무거운 장비였지만 몇몇 순간에서 크게 후회할 거란 확신이 있었거든요.
실제로 삼각대가 만들어 준 장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각 도시의 노을을 타임랩스로 담을 때, 해가 진 후의 야경을 담을 때, 바다와 강 또 골목길을 장노출 촬영으로 담을 때 등등. 이후 여행에서 사진 촬영이 중요하다면 렌즈의 수를 하나 둘 줄이더라도 삼각대를 챙기는 것을 추천할 정도로 그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하지만 여행 때 챙겼던 삼각대에 100% 만족했냐면 사실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배낭과 슬링백에 넣을 수 있는 크기, 여차하면 종일 들고 다닐 수도 있는 1kg 가량의 무게는 괜찮았지만 배낭여행용으로는 부피가 제법 큰 편이었고 구조상 다리가 금방 헐거워져서 불안함을 안고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장기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그 땐 다른 삼각대를 구매할 것 같아요. 여행에 최적화 된 컴팩트 삼각대로.
다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여행용 삼각대는 카메라 시장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작년 출국 전에는 제가 찾는 조건에 맞는 여행용 삼각대가 두,세개 정도뿐이었는데 지금은 유명 제조사부터 신생 브랜드까지 앞다퉈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컴팩트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을 내세우고 있지만 개성이 뚜렷해서 검색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보고 있으면 괜히 또 떠나고 싶어지고요.
오늘 소개할 제품은 신생 브랜드 헤이피(HEIPI)에서 출시한 W28 3in1 여행용 삼각대입니다. 역시나 공격적인 가격에 메이저 브랜드의 제품과 동급 또는 그 이상의 소재/기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존 제품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발한 시스템도 채용했고요. 한 달 가량 사용해 보았는데 기본적인 삼각대의 용도는 물론이고 제게 필요한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어서 다음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이 삼각대를 챙기고 싶을만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품 사양
제품을 상자에서 꺼내자마자 한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슬림함이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여행용 삼각대라면 이래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출시되는 여행용 삼각대처럼 삼각대 다리 사이의 틈을 줄여 전체 부피가 크게 줄었습니다. 잠금 레버부터 볼헤드 디자인까지 돌출부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어요.
여행용 삼각대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컴팩트 디자인. 센터컬럼 구조를 최적화해 전체 직경을 줄인 것이 핵심입니다. 거기에 내장된 미니 삼각대를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는 3 in 1 설계, 카본 파이버 소재의 다리, 빠르게 조작할 수 있는 잠금 레버, 역시 빠르게 카메라를 결합/분리할 수 있는 퀵 릴리즈 볼헤드, 최대 25kg 하중 등 사양이 화려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j-72a-gHvE
컴팩트 디자인 & 3필러형 센터 컬럼
여행용으로 사용 중인 라이카 Q2와 나란히 놓은 모습입니다. 보기엔 제법 크게 느껴지지만 이 삼각대의 높이가 최대 1.5m이고 25kg의 장비를 올릴 수 있는 카본 파이버 소재 삼각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단순히 여행 짐을 최소화 할 작은 삼각대만 찾는다면 이보다 좋은 선택지가 있겠지만 사양, 기능, 소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아주 괜찮은 선택이라는 것에 누구라도 수긍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 번만 촬영을 나가보면 확신으로 바뀌죠.
기본 제공되는 보관 가방은 방수에 신경을 썼습니다. 물이 스며들지 않는 소재는 물론 지퍼까지 방수 지퍼로 되어 있습니다. 삼각대의 휴대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여분없이 타이트하게 제작됐습니다.
현재 사용중인 삼각대는 가방의 부피가 커서 삼각대만 배낭 아래에 까는 식으로 짐을 꾸렸는데 이 삼각대는 그럴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무게도 크게 증가하지 않고요.
돌출부를 포함한 삼각대의 전체 직경이 6.9cm. 7cm가 채 되지 않습니다. 여행짐을 꾸리다보면 삼각대의 경우 무게보다는 부피가 부담되는 경우가 많은데 전체 직경을 줄여 가방을 조금 더 여유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비단 카메라 가방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백팩에도 충분히 세워 넣을 수 있고 작은 사이드 포켓에도 충분히 들어갑니다.
일년만 빨리 출시됐으면 여행짐을 그렇게 고민 안했을텐데요. 직경을 최소화하다보니 접었을 때의 길이는 긴 편입니다. 그래도 빈틈없이 꽉 들어차 있는 디자인을 보면 많은 분들이 마음에 들어하실 거예요. 정말로 여행용 삼각대는 부피가 중요합니다.
전체 직경을 줄이기 위한 이 제품의 기술은 3 필러형 센터 컬럼으로 불립니다. 일반적인 삼각대가 센터 컬럼을 세 개의 다리 사이에 배치해 전체 직경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이 제품은 센터컬럼을 3등분해 바깥쪽으로 펼쳐지는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그래서 확장형 센터컬럼을 채용하고도 센터컬럼이 없는 삼각대와 같은 수준의 부피가 가능해진 것이죠.
한 개의 원통형으로 되어 있는 일반적인 센터 컬럼과 달리 헤이피 W28 삼각대는 원기둥을 3분할한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길이를 조절하거나 잠그는 방식도 차이가 있고요. 여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차후 상세히 설명하겠지만 접촉면이 많아지다보니 길이 조절할 때 좀 뻑뻑하고 잠금 방식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현재 사용중인 타사 삼각대와의 비교입니다. 둘의 구조에 차이가 있는데 왼쪽 삼각대는 접었을 때 길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리를 윗쪽으로 올려 접도록 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전체 직경이 일반적인 접이식보다 더 커집니다. 완전히 밀착해서 접는 게 불가능하다보니 센터컬럼과 세 개의 다리 사이에 공간이 넓습니다. 이건 전체 부피 증가로 이어지고요. 두 삼각대를 접었을 때의 직경을 비교하면 차이가 상당합니다.
기존에 없던 센터컬럼 방식이 낯설고 사용 패턴에 따라 불편하게 느낄 수 있지만 새로운 시도로 부피를 크게 감소시킨 것에는 아낌없이 점수를 줍니다. 게다가 이 독특한 센터컬럼 형태를 이용해 분리/탈착할 수 있는 미니 삼각대로도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센터컬럼의 디자인 대문인지 마치 삼각대 두 개를 겹쳐 세워놓은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형태와 달라서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 사용해 보면 이쪽이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에서는 오히려 자유롭습니다. 위 사진은 센터 컬럼을 최대로 높인 모습으로 이 때 높이는 약 1.5m입니다. 여행용 삼각대들이 크기를 줄이다보니 대체로 최대 높이가 아쉬울 때가 많은데 1.5m라면 일반적인 촬영에서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장비를 지탱하는 세 개의 다리는 카본 파이버 소재로 되어 있습니다.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좋아서 컴팩트 삼각대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체 부피 대비 다리의 직경은 두꺼운 편이라 장비를 올렸을 때 생각보다 안정적입니다.
총 4개의 잠금 레버 방식으로 길이를 조절합니다. 돌려서 잠그는 나사형 방식보다 빠르게 설치/해체와 길이 조절이 가능한 것이 장점입니다. 제조사 발표 기준으로 완전히 접은 상태에서 다리를 모두 풀기까지 12초가 걸린다고 합니다. 다만 레버를 풀고 잠그는 조작은 좀 투박합니다.
카메라를 직접 지탱하는 볼헤드는 삼각대 전체 직경과 비슷할 정도로 두툼하게 제작됐습니다. 최대 25kg 무게의 장비를 올릴 수 있다고 하니 여행용 장비에서는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겠습니다. 실제 장비를 올렸을 때 센터 컬럼에 불안함을 느끼면 모를까 볼헤드의 힘이나 안정성은 의심이 되지 않더군요.
세로 촬영과 파노라마 조작 등 기본적인 기능을 모두 지원하고 플레이트를 쉽게 결합/분리할 수 있는 퀵 릴리즈 시스템이 적용됐습니다. 나사를 돌릴 필요 없이 플레이트로 버튼을 누르면 고정이 되고 레버를 돌리면 버튼이 플레이트를 밀어 올리며 분리되는 방식입니다. 이전에 사용했던 삼각대가 다리 길이 조절부터 플레이트 결합까지 모두 나사식이라 설치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헤이피 W28 삼각대는 이 두가지가 특히 편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휴대성
'삼각대를 챙길까, 말까'하는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그간 사용했던 삼각대와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부피가 줄어드니 가방 선택도 전보다 자유로워졌고요. 역시나 여행용 삼각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피입니다. 볼헤드를 포함한 전체 무게가 1.35kg으로 1kg 내외까지 무게를 줄인 경량 제품보다는 무겁습니다. 대신 볼헤드의 견고함, 안정성이 확실히 우위에 있으니 장비의 무게 그리고 촬영 목적과 환경에 맞춰 선택할 수 있겠습니다.
역시나 경쟁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여행용 삼각대 제품이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제품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헤이피 W28 3in1 삼각대는 새로운 센터컬럼 디자인으로 휴대성을 극대화한 것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제품의 기능과 성능 그리고 한달간 제품을 사용해보면서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때 전체 평가를 하겠지만 저는 다음 여행에서 사용할 삼각대로 이 제품을 1순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로 사용할 수 있는 미니 삼각대와 깜찍하게 내장된 스마트폰 홀더 등 재미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썬포토(주)의 도움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