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바뀔 때마다 다녀오는 곳입니다. 머지 않은 곳에 이만큼 고즈넉한 풍경이 있다는 것이 행운이죠. 사진 촬영 목적으로 갈 때도 있지만 가끔 답답한 마음 달래며 산책하고 오기도 합니다. 이번엔 처음으로 밤에 가봤어요, 그리고 아침이 올 때까지 있어 봤습니다. 이맘때쯤 두물머리 새벽 물안개가 근사하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밤하늘은 정말 멋졌습니다. 서울에서 보던 하늘과 같은 것일텐데, 거기선 보이지 않던 별들이 하늘 가득 있더라고요. 물안개가 자욱해지기 전까지는 깨끗한 하늘에 별 가득한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엔 별 사진 담으러 오고 싶을만큼 좋았어요.
일곱 시쯤 되었나, 겨울이 가까워 오니 일출이 부쩍 늦어진 것을 실감했습니다. 깜깜했던 주변히 서서히 밝아지고 그보다 먼저 자욱하게 피어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듣던대로 그림같은 풍경.
특히 강 위에 있는 작은 섬은 물안개 사진 찍는 분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저도 미리 본 타인의 사진들을 통해 준비했고요.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비치는 실루엣이 근사했습니다. 이 날 찍은 것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익숙한 두물머리 풍경에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니 사뭇 달라 보입니다. 지금까지 해질녘 두물머리 풍경을 가장 좋아했는데 이번 기회로 바뀌었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많은 분들이 카메라와 삼각대를 놓고 찍고 계셨습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게을러서 잘 다니지 않는 제가 부끄러울 정도로 어딜 가든, 언제 가든 열정 넘치는 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안개 자욱한 풍경에서 몇 발자국씩 자리를 옮겨 가며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역시나 눈에 보이는 것만큼 근사하게는 나오지 않더라고요.
해가 꽤 높이 떠 오를 때까지 안개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먼저 다녀오신 분의 말을 빌리면 요맘때 두물머리는 늘 안개 속에 있다고. 같은 장소지만 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 그리고 게으른 저는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이라 밤샘한 게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겨울이 시작돼 당분간은 못 가겠지만 내년 봄쯤 다시 가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