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론의 컴팩트 줌 렌즈 20-40mm f/2.8 Di III VXD에 관한 두 번째 포스팅. 이번엔 줌과 해상력, F2.8 조리개 값 활용 등 렌즈의 특성 및 광학 성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광학 2배 줌의 활용도나 휴대성 면에서 매우 만족하며 사용 중입니다. 렌즈의 디자인, 사양 등 기본적인 정보는 지난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탐론 20-40mm F2.8 사용 후기 - 1.작고 가벼운 F2.8 줌렌즈 (Tamron 20-40mm f/2.8 Di III VXD)
20-40mm 광학 2배 줌
광학 3배 줌렌즈와 비교하면 이 렌즈의 광학 2배 줌은 좁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해 보니 초광각-광각 초점거리에서 활용도 높은 초점 거리를 영리하게 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16-35mm 초광각 줌렌즈에서 16-20mm 구간과 35-40mm 구간을 맞바꾼 셈인데 표준 줌렌즈의 24mm가 아쉬워 16-35/17-28mm 류 초광각 줌렌즈를 추가로 챙겨야 하는 수고, 이 렌즈는 그 지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었습니다.
동일한 환경에서 20mm, 40mm 프레임을 비교해 보니 생각보다 그 차이가 큽니다. 표준-망원보다 1mm 차이가 큰 초광각-광각 구간의 특성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이 렌즈는 16-35mm 렌즈의 시원시원함, 24-70mm 렌즈의 다채로움 중 어느 쪽도 없는 렌즈기도 하지만 어떤 사용자에게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렌즈가 될 수 있습니다. 24mm보다 조금만 더 넓게, 35mm 보다 약간만 더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면.
[ 20-40mm 광학 2배 줌 비교 ]
이 렌즈의 프레임은 세 구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표준줌 렌즈보다 넓은 20-24mm 초광각, 활용도 높은 24-35mm 광각, 정물/인물/스냅 등까지 활용 가능한 35-40mm 구간. 50mm 내외의 표준 렌즈보다는 넓지만 40mm, F2.8 개방 촬영으로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직접 사용하며 느낀 점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영향으로 표준 화각에 대한 기준이 전보다 넓어지기도 했고요.
20mm
광각 렌즈는 24-28mm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이보다 낮은 초점거리의 초광각 렌즈들에서 보이는 주변부 왜곡과 비네팅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풍경/야경 촬영에서 24mm가 아쉬운 순간이 종종 있었는데 이 때 20mm가 적합했습니다. 그래서 FE 20mm F1.8 G 렌즈를 사용했고요. 탐론 20-40mm f2.8 Di III VXD 렌즈는 FE 20mm F1.8 G 렌즈와 비슷한 크기에 20mm를 포함, 다양한 프레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렌즈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편했습니다.
40mm
광각 촬영 빈도가 높지 않은 저는 이 35-40mm 구간이 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16-35mm 초광각 줌렌즈는 사실상 16-24mm 구간이 필요할 때만 사용했을 뿐 이 외 촬영은 35/50mm 단렌즈나 24-70mm 표준 줌렌즈로 촬영을 진행했는데 이 렌즈를 사용할 때는 렌즈 교체 없이 35-40mm 구간으로 인물/정물 및 스냅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35mm와 달리 40mm는 50mm 구간과 비슷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었어요.
F2.8 개방 조리개 값
대구경 줌렌즈의 표준과 같은 F2.8 고정 조리개 값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학 줌을 2배로 줄이면서 작은 크기, 가벼운 무게도 밝은 조리개 값을 유지한 것이 이 렌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밝은 조리개 값의 대표적인 장점이라면 역시 두 가지. 개방 촬영의 얕은 심도 표현 그리고 저조도 환경에서의 이미지 품질 향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최대 광각 20mm에서는 제가 사용 중인 FE 20mm F1.8 G 단렌즈와 비교해 한 스톱이 조금 넘게 어둡습니다. 초광각에서는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표준-망원 대비 얕은 심도 연출에 제약이 있고, 야외 풍경 촬영에서는 높은 조리개 값을 주로 설정하기 때문에. 하지만 17cm 근접, F2.8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을 조합하면 초광각 특유의 원근감과 얕은 심도가 공존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40mm 에서는 대구경 표준줌 렌즈에 준하는 얕은 심도 연출, 피사체 부각이 가능하고요. 아래는 조리개 값에 따른 심도의 차이를 비교한 것입니다.
[ 20mm ]
[ 40mm ]
실내 촬영에서는 F1.4/1.8 단렌즈보다 확실히 아쉽습니다만, 작고 가벼운 줌렌즈가 F2.8까지 개방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에 조금 더 무게를 둡니다. 개방 조리개 값의 아쉬움보단 오히려 최대 개방 촬영의 해상력, 주변부 광량 저하에 좀 더 신경 써야겠죠. 이 렌즈가 F2.8 최대 개방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렌즈인지, 상징적인 숫자로 둬야 하는지.
해상력 테스트
소형/경량화에 중점을 둔 렌즈들은 개방 촬영의 이미지 품질에 약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렌즈가 풀 프레임에 대응하는 탐론의 줌렌즈 중 가장 작다는 것을 고려하면 광학 성능에 일부 약점이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확대, 그리고 20/28/40mm 구간의 조리개 값 별 해상력을 비교한 것입니다.
국내와 해외 사용자, 그리고 리뷰 매체들 중 상당수가 이 렌즈의 40mm 구간 화질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부피, 무게를 줄이기 위해 광학 성능을 일부 타협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지만 그 중에서도 40mm 구간의 이미지 품질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렌즈에서 35-40mm 구간의 사용 빈도가 높기 때문에 촬영을 진행하며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아래는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차이를 20/28/40mm 구간에서 비교한 것입니다.
[ 20mm - 중심부 ]
[ 28mm - 중심부 ]
[ 40mm - 중심부 ]
[ 20mm - 주변부 ]
[ 28mm - 주변부 ]
[ 40mm - 주변부 ]
[ 20mm - 구석부 ]
[ 28mm - 구석부 ]
[ 40mm - 구석부 ]
주변부-구석부에서 40mm F2.8 최대 개방 해상력이 20/28mm 구간보다 조금 떨어져 보입니다. 특히 세부 묘사가 도드라지는 고화소, 근접 촬영에서 해상력 저하, 소프트 현상이 도드라집니다. 반면 중심부는 육안상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는데 이는 원거리 테스트 결과고 근거리 촬영에선 40mm F2.8 촬영에서 이미지가 소프트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조리개 값을 조금만 높여도 눈에 띄게 개선이 됩니다.
긍정적인 내용이라면 렌즈가 매우 작고 가벼운데도 개방 촬영의 주변부 광량 저하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다. 20mm 최대 광각, F2.8 최대 광각 촬영에서 주변-구석부 비네팅이, 40mm F2.8 촬영에서는 해상력 저하가 상대적으로 눈에 띕니다. 이 구간을 제외하면 비교적 균일한 이미지 광학 성능을 보입니다.
AF 성능
탐론의 최신 VXD 리니어 모터가 탑재된 렌즈라 AF는 상당히 쾌적합니다. 특히 AF 동작 중 소음과 진동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니 A 시리즈의 리얼 타임 트래킹에도 충분히 대응해서 AF-C 추적 촬영도 웬만한 네이티브 렌즈 못지 않은 수준으로 느껴졌어요. 원거리 촬영 빈도가 높은 초광각-광각 렌즈다 보니 더더욱 AF 실패로 어려움을 겪을 일이 적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GM 렌즈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G 렌즈와는 충분히 비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영상 촬영 중의 AF 동작 역시 만족합니다. 소음과 진동이 적은 것이 사진보다 동영상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고요. 촬영 중 프레임 이동, 줌 조작으로 AF가 동작할 때 상당히 신속하고 정확하게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조금 더 느리고 부드러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A1/A9 시리즈 등 최상위 제품에 사용했을 때는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제가 테스트 한 A7R4 정도의 AF 시스템에는 충분히 대응하는 성능입니다.
손떨림 보정 장치의 부재
소형/경량화에 중점을 둔 구조상 손떨림 보정 장치는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광량이 부족한 실내/야간 촬영에서는 ISO 감도를 높여 셔터 속도를 충분히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최신 소니 A 시리즈 카메라는 대다수 손떨림 보정 장치를 내장했고, 렌즈의 개방 조리개 값이 F2.8로 밝아 저조도 촬영에서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손떨림 보정 없는 단렌즈만을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동영상 촬영에서는 손떨림 보정 장치의 부재가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집니다. FE 24-105mm F4 G OSS 렌즈 등 손떨림 보정 장치가 내장된 렌즈는 영상 촬영 중 잔떨림을 상당 부분 잡아주는데 이 렌즈로는 그것까지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몇몇 환경에서 핸드 헬드로 동영상을 촬영해 보니 카메라의 손떨림 보정 장치만으로도 괜찮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표준-망원보다 작은 떨림에 유리한 광각 프레임의 특성 때문으로 보입니다. 프레임 이동, 줌 조작 중 촬영된 영상은 추가적인 소프트웨어 보정의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17cm 근접 촬영
최단 촬영 거리가 17cm로 짧은 편입니다. 40mm에서는 상당한 클로즈 업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 정물 촬영, 특히 제가 좋아하는 음식 사진에서 유용했습니다. F2.8 최대 개방 조리개 값까지 함께 활용하면 얕은 심도 효과도 더할 수 있습니다. 다만 40mm 구간의 개방 해상력이 근접 촬영에서 좋지 않기 때문에 조리개 값을 높게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빛갈라짐 / 빛망울 비교
9매의 원형 조리개를 탑재한 렌즈입니다. 개방 촬영에서 선명한 원형의 보케를 얻을 수 있고, 빛갈라짐은 18갈래로 표현됩니다. 당연하게도 20mm 보다 40mm 구간이 보케 연출에 유리합니다. 조리개 값이 높아져도 원형 보케를 잘 유지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20mm]
[40mm]
빛갈라짐의 형태는 F8 내외 촬영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조리개 값에 따라 크고 선명해집니다. 줌렌즈지만 빛갈라짐이 꽤 선명하고 예쁜 편입니다. F22 최소 조리개 값에서는 회절 현상으로 인한 화질 저하가 있으므로 F16 내외의 값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빛갈라짐과 보케 연출 모두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총평
대중적으로 환영받을 렌즈는 아닙니다만 촬영 목적과 취향이 뚜렷한 소수의 사용자들에게는 올인원 렌즈처럼 활용될 수 있을만한 매력이 있습니다. 광각 줌렌즈를 새로운 관점으로 풀어 낸 초점거리가 절묘하게 느껴지고, 단렌즈 수준의 크기/무게로 광학 2배 줌과 F2.8 개방 촬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합니다. 네이티브 렌즈들이 고수하고 있는 전통적인 틀을 따르기보다 새로운 발상으로 사용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탐론의 최근 행보에 다시 한 번 긍정하게 됩니다. 20-40mm F/2.8 Di III VXD와 35-150mm F/2-2.8 Di III VXD 렌즈는 탐론이라 가능했던 도전 그리고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장점
단렌즈 수준의 작은 크기, 가벼운 무게
효율적인 초광각-광각 초점 거리 선정
짧은 최단 촬영 거리 (17cm)
단점
40mm 개방 이미지 품질 저하
다소 가벼운 줌 조작
손떨림 보정 장치 부재
[ 탐론 20-40mm f/2.8 Di III VXD로 촬영한 이미지 ]
*썬포토(주)의 도움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