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사진 취미에 열정적이었을 땐 매년 챙겨 갔던 곳입니다. 언젠가부터 '올해 핀 꽃이 작년에 핀 꽃이랑 뭐가 그리 다르겠어.'라며 발걸음이 뜸해진 건 제가 그만큼 낡았다는 또는 식었다는 말도 되겠죠. 올해는 화창하고 또 무더운 날에 세미원에 가서 연꽃들을 보고 담고 왔습니다.
처음 세미원에 온 것이 DSLR 카메라를 산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입구에 있는 이 장독대 분수(?)를 제대로 담아 보고자 한참동안 발이 묶여 있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사진을 보니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 제 사진 찍는 기술과 시선이 그리 발전하지 못한 것 같네요.
입구에 있는 다양한 색깔과 형태의 연꽃들. 특히 반반 색이 다른 꽃이 눈길을 사로 잡았습니다. 이날 APS-C 포맷 미러리스 카메라에 400mm 망원 렌즈를 가져가서 웬만한 꽃들은 다 클로즈업해서 찍을 수 있었어요. 메인은 풀프레임 카메라지만 이런 촬영에는 APS-C 또는 마이크로 포스드 포맷 카메라에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간 날은 7월 15일이었습니다. 올해 세미원 연꽃 문화제가 7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였으니 늦게 간 편은 아닌데 이미 상당 수 꽃들이 지고 남은 꽃들도 잎이 벌어져 힘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노랗게 시든 것들도 있었고요. 무더위가 이어진 탓이었을까요? 이후엔 폭우가 이어졌으니 올해 연꽃 축제는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끝났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들이 있었어요.
한낮에는 날이 무척 뜨거웠습니다. 특히 해가 강해서 고작 한 시간쯤 있다 나왔는데도 목과 팔이 뻘겋게 익었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파란 하늘에 색색의 꽃, 풀의 색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여름을 소중하게 느끼게 합니다. 예전에 왔을 때와 대부분 같지만 군데군데 변한 곳들을 찾아가며 짧은 산책을 즐겼습니다.
거기에 더위를 피하거나 혹 즐기는 동물과 곤충들의 모습까지. 짧지만 강렬했던 2022년 7월의 세미원 연꽃 문화제 풍경이었습니다. 이제 또 일년 뒤를 기약해야겠습니다. 오랜만에 다녀 오니 그간 찍어 온 연꽃 사진보다 더 예쁜 컷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내년엔 시기를 잘 맞춰 다녀오려고 합니다. 내년 여름엔 더위도 폭우도 올해보다 덜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