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번 방문한 동네 밥집입니다. 이집은 왠지 식당이나 맛집보단 '밥집'이라고 적힙니다. 메뉴가 백반이나 김치찌개도 아니고 동유럽 음식인 굴라쉬, 슈니첼, 연어 스테이크인데도 말이죠. 저녁에도 환한 쌍문동 맛집골목 쌍리단길을 다 지나고 나서야 새까만 어둠 속에 조용히 불을 밝히고 있는 이 밥집이 있습니다.
상호명은 나드리 슈니첼이고 테이블 서너 개가 있는 작은 식당입니다. 주 메뉴가 굴라쉬, 슈니첼, 목살 스테이크로 이 주변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죠. 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같은 동유럽 국가들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인데 이쪽 메뉴를 하는 식당이 아직 서울에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가끔 생각나서 검색해봐도 괜찮은 집 찾기가 드물거든요.
가격이 저렴합니다. 만 원 넘는 메뉴가 없으니까요. 고기를 넣었는데도 말입니다.
식사 전엔 식전빵과 크림 수프가 제공됩니다. 심플한 식기에 별 장식 없이 제공되지만 기본에 충실합니다. 모닝빵은 시중 제품을 데워서 내시는데도 함께 나오는 크랜베리잼의 맛이 꽤 좋아서 입맛 돋우기에 부족함이 없어요.
두, 세 번만 방문해도 이 집의 메뉴를 한번씩은 다 맛볼 수 있습니다. 치즈 슈니첼과 굴라쉬를 주문했어요. 사장님 혼자 운영하는 식당이라 손님이 몰리면 음식이 조금 늦어지기도 합니다만, 그만큼 수프며 빵, 샐러드 등을 차례로 잘 챙겨주십니다. 곧 이렇게 한 상이 되죠. 가운데 있는 것은 슈니첼에 곁들이는 소스로 세 가지나 됩니다.
슈니첼은 돈까스의 원형으로 모양이 비슷하지만 소고기를 튀겨서 맛과 식감은 다릅니다. 치즈 슈니첼은 이날이 처음이었는데 기대보다 치즈가 듬뿍 올라가 있어서 놀랐어요. 1500원의 가격 차이를 납득할 수 있는 차이. 거기에 샐러드와 감자 튀김이 함께 나와서 가격 대비 구성과 양이 좋습니다.
동유럽에서 슈니첼을 몇 번 먹어보지 못해서 비교는 어렵습니다만, 고기 튀김이라는 메뉴의 본질에 크게 부족하지 않으면서 돈까스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 입맛에 잘 맞습니다.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가격과 구성, 담음새에서 딱히 흠 잡을 곳이 없는 메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장님이 직접 만드셨다는 크랜베리 잼을 슈니첼에 올려 먹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고기 튀김에 과일 잼을 올려 먹는 것이 처음엔 생소해도, 한 입 먹어보면 고소함과 상큼함, 달콤함이 입 안에서 춤 추듯 어울리는 것이 중독성이 있어요.
채소와 고기를 넣고 오래 끓인 굴라쉬도 마치 고기스튜나 카레 먹듯 거부감 없이 들어갑니다. 그 온기와 음식에서 느껴지는 정성 때문에 아주 이국적인 메뉴인데도 마치 엄마밥, 집밥 먹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가게 분위기와 차분한 사장님의 존재도 큰 몫을 하겠습니다만. 그래서 특별히 먹고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을 때 찾게 됩니다. 정성 들어간 음식으로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아, 메뉴판엔 없지만 연어 스테이크도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