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워낙 잘 먹고 지내는 터라 복날이라고 특식을 먹진 않습니다만 말복까지 그냥 넘기긴 뭣해서 치킨 먹었습니다. 대신 제가 좋아하는 버거로요. 얼마 전에 근처를 지나다 오픈 준비 소식을 본 가게였는데 매장 인스타그램을 보니 치킨 버거의 비주얼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상호명은 버거 바이블. 위치는 공덕역과 대흥역 사이입니다. 이 라인을 따라 괜찮은 집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술 먹기에 좋은 곳들요. 그 중에서 저는 피자집 도우와 젤라띠아 녹기전에를 좋아합니다. 이제 버거집까지 추가됐으니 제게는 황금 골목이 됐네요.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집 특유의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 요즘 유행하는 타일을 활용했고 버거를 활용한 그림들을 걸어 놓았습니다. 크기는 작은 편이지만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말복을 맞아 주문한 치킨 버거. 압도적인 두께의 치킨 패티와 코울슬로, 피클이 들어간 심플하지만 푸짐한 메뉴입니다. 치킨 패티는 이것만 먹어도 배부르겠다 싶을만큼 크고 매콤한 시즈닝이 더해져서 느끼함을 줄인 것이 특징입니다.
다른 버거보다 구성이 심플한데, 그만큼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잘 느껴지는 것이 장점이겠죠. 피클이나 코울슬로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 것으로 간이 세지 않고 식감이 아삭한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단면만 봐도 알 수 있는 푸짐함.고기보다 튀김옷 위주로 식감을 중시한 치킨버거와 달리 이곳 치킨 버거는 두툼한 통살코기 패티로 씹었을 때 육즙이 터지는 부드러움과 담백함이 장점입니다. 튀긴 패티의 단점은 매콤한 맛의 소스와 코울슬로, 피클이 잡아주고요. 재료들의 개성이 강해서 번의 존재감이 다소 묻히는 감이 있는데, 그래도 먹으면서 특별히 거슬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번의 완성도도 특별히 나무랄 데 없어 보입니다.
일행이 주문한 USA 버거. 이름대로 전형적인 미국식 햄버거 구성입니다. 쇠고기 패티에 토마토, 양파, 치즈, 상추 그리고 홈메이드 베이컨이 더해졌습니다. 치킨버거에 비해 보기엔 더 화려하고 먹음직스럽죠.
단면을 보니 재료가 풍부하게 차 있습니다. 특히 토마토나 양파 등 재료들의 선도가 좋아 보이더군요. 담에는 이걸 먹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시그니처는 바이블 버거지만요. 아, 전체적으로 익숙한 맛의 클래식한 수제 버거였는데 홈메이드 베이컨이 염도가 높지 않고 딱딱하게 굽지 않아 인상적이었다고 하네요.
사이드 메뉴가 기본적인 감자 튀김 외에도 버섯과 연어 등 다양하게 구비돼 있습니다. 그 중에서 호기심이 생긴 버섯 구이를 주문했는데, 느타리, 새송이 등 여러 종류의 버섯을 양념과 함께 구워 마지막에 트러플 오일을 뿌리는 메뉴더군요. 햄버거 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요리같은 사이드 메뉴라 눈길이 갔고 트러플 오일의 향이 코를 사로 잡았습니다. 간이 짭짤하고 버섯의 채즙과 식감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것이 맥주 안주로 좋겠더군요.
전반적으로 익숙한 메뉴를 큰 변주 없이 좋은 재료로, 보기도 먹기도 좋게 풀어낸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종종 방문할 버거집이 한 곳 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