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카메라의 대명사로 알려진 독일의 광학 기업 라이카에서 스마트폰을 출시했습니다. 럭셔리 카메라 회사가 이제 스마트폰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이냐는 깜짝 놀랄 발표이면서도, 상세 내용을 보면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제품명은 LEITZ Phone 1. 라이카 이전의 사명 Leitz Wetzlar에서 따온 것입니다. LEICA Phone이 아닌 것은 카메라와 광학 기기를 취급하는 라이카와 카테고리를 구분짓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LEICA가 LEItz CAmera에서 온 이름이라죠.
하지만 액세서리란 명분으로 온갖 것들이 라이카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것을 보면 이런 이유가 아닐 확률이 더 높겠네요.
1이란 숫자가 재미있는데 앞으로 2,3,4,5로 후속 제품을 출시할 것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only 1의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하나 출시해보고 시장 반응을 보겠다는 뭐 그런 것.
Leitz Phone 1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와이드 스크린을 탑재한 직사각형 실루엣 그리고 카메라를 강조한 뒷면이 특징입니다. 오른쪽 상단에 빨간색 라이카 로고를 탑재했고요. 외형상으로는 라이카에서 직접 기획/제작한 스마트폰이라고 하기엔 완성도가 좀 떨어져 보이기도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Leitz Phone 1은 샤프의 최신 스마트폰 AQUOS R6의 라이카 버전이기 때문입니다.
라이카의 D-LUX, C-LUX 시리즈 등의 일부 디지털 카메라는 파나소닉에서 제조한 디지털 카메라에 디자인을 라이카 스타일로 바꿔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 협업의 연장으로 보면 Leitz Phone 1의 출시 배경 역시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아래는 해당 모델의 소개 페이지입니다. 라이카와의 협업을 전면에 내세웠죠.
라이카가 샤프와 협업해 AQUOS R6 제작에 협업하면서 라이카 버전의 R6 스마트폰을 출시하게 된 결과가 Leitz Phone 1입니다. 다만 카메라뿐 아니라 내부 소프트웨어와 인터페이스까지 라이카가 직접 커스터마이징한 것이 그간 라이카 협업 제품들과의 차이점입니다. 이쯤되면 샤프 OEM의 라이카 폰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겠습니다. 아마도 라이카가 직접 스마트폰을 생산할 일은 없을테니 이 정도면 진짜 라이카 폰이 아닐까요.
아래는 Leitz Phone 1의 주요 사양입니다.
스냅드래곤 888 프로세서 (2.8GHz 8코어)
12GB 메모리
256GB 저장 공간
6.6인치 2730 x 1260 해상도 OLED 디스플레이 (456ppi)
microSDXC 지원 (최대 1TB)
5G / 4G LTE 지원
5000mAh 배터리
IP65 / IP68 등급 방수/방진
2020만 화소 1" 이미지 센서
LEICA Summicron 19mm F1.9 렌즈 (7매)
4K (3840x2160) 30fps동영상 촬영
1260만 화소 전면 카메라
크기 74 x 162 x 95 mm
무게 212g
카메라 특화폰인만큼 2020만 화소 1인치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습니다. 이는 현재 출시된 스마트폰 중 최고 사양으로 소니 RX100, RX10 시리즈에 탑재된 것과 같은 크기입니다. 실제로 해당 카메라와 같은 소니 센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있고요. 디지털 이미지에서 이미지 센서 크기의 차이는 이미지 품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이폰, 갤럭시 시리즈보다 단순 이미지 품질에서는 우위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소니 스마트폰의 안타까운 전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카메라를 제외한 기본 사양도 상당히 고급이라 흥미가 더 생깁니다. 스냅드래곤 888 프로세서와 12GB 메모리 등 현재 판매 중인 안드로이드 폰 중 최고 수준의 사양이고 디스플레이 역시 WQHD급 OLED가 탑재됐습니다. 5000mAh 배터리 역시 카메라 성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사양이고요. 다만 이렇게 고사양을 몰아 넣다보니 무게가 212g으로 상당한 편입니다.
거기에 라이카 Summicron 렌즈를 탑재했습니다. 그간 라이카 렌즈를 탑재한 수많은 제조사의 카메라에서 그랬듯 이 렌즈 역시 라이카에서 직접 제조한 것은 아니고 일본 샤프가 라이카 카메라의 품질 기준에 맞춰 설계, 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번엔 라이카 브랜드로 발매된만큼 이전 카메라들보다는 그 품질이 조금 더 기대됩니다. 카메라 갯수가 3,4개까지 늘어나는 최근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메인 카메라 하나로만 승부를 본 것도 그렇고요. 마니아로서 Summicon 이름만으로도 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1인치 이미지 센서와의 조합이라면 카메라가 메인이고 안드로이드 OS와 각종 스마트폰의 기능이 부가 옵션인 진짜 카메라폰이 될 수도 있을 거란 기대가 있어요.
거기에 RAW 촬영 지원, 라이카 스타일의 흑백 사진을 찍을 수 있는 LEITZ looks 등 카메라 성능을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 지원이 더해졌습니다. 기본 촬영 이미지 역시 라이카가 직접 컬러 튜닝을 해 샤프 모델과는 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해요.
이전에도 1인치 이미지 센서와 라이카 렌즈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저마다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렌즈 크기 때문에 폰 자체가 너무 비대해진다던가, 제조사가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실력이 없다던가, 국내에서는 도무지 구할 수가 없던가 하는. 개인적으로는 몇 년 전 발표된 파나소닉의 LUMIX 폰에 큰 관심이 있었는데 이 역시 폰 자체의 성능이 좋지 못해 호평보다는 악평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DSLR 카메라가 일반화 된 디지털 카메라와 비교하면 라이카 할아버지 폰이 와도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1인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소니 RX100 시리즈가 휴대성과 화질의 적절한 타협점으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끈 것을 보면 1인치 센서는 스마트폰에서 충분한 가능성입니다. 이런 판단으로 라이카에서 라이카 브랜드의 스마트폰 출시를 결정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라이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스마트폰 시장에서 과시하기 위해 라이카는 재미있는 액세서리를 만들었습니다. 카메라를 보호하는 렌즈캡을 라이카 렌즈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만든 것인데요, 카메라 보호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동시에 Summicron 렌즈에 매료돼 이 폰을 구매한 사용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카 브랜드인만큼 가격은 역시나 매섭습니다. 일본 출시 가격 기준 187,920엔. 한화로 200만원에 육박합니다. 거기에 당연하게도(?) 국내 정식 출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요. 그래도 앞으로 꾸준히 관심은 갖고 사용자들의 후기들을 통해 사진들을 감상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