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으로는 생긴지 꽤 된 것 같은데 요즘 유독 그 인기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지점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있는 걸 보면 말이죠. 마제소바가 우리 나라에서 그리 인기있는 메뉴도 아닌데 말이죠. 혜화점 앞에서 늘 헛걸음만 하다 경복궁점에서는 한 번 줄을 서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30분 줄 서서 먹었습니다.
웨이팅 시스템이 다른 곳과 다릅니다. 매장 입장 전에 대기 번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우선 매장 안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메뉴 주문을 하고 그 번호 순서에 맞춰 차례차례 입장하는 방식입니다. 어찌 보면 실제 가격을 지불하고 줄을 섰으니 양쪽 모두에게 보다 합리적인 것 같은데, 단점은 키오스크가 매장 안에 있어서 매장 입구쪽이 늘 북새통을 이루는 것입니다. 매장 밖에서 주문을 받으면 훨씬 깔끔해질 것 같습니다.
대표 메뉴인 마제소바. 도쿄 라멘 대회에서 우승한 메뉴라고 합니다. 근원을 따지면 일본 라멘이 아니라 대만의 면 요리로 알고 있는데 일본으로 넘어가서 사랑받는 메뉴가 됐다고 하죠. 쫄깃한 면 위에 양념장과 채소, 달걀 노른자를 올려 비벼 먹는 독특한 방식입니다. 가격은 9000원. 조금 높은 편이지만 마무리밥까지 하면 양이 꽤 많습니다.
노른자 아래 있는 양념장이 맛의 핵심이라죠. 여기에 따라 맛이 갈리는데 저는 서울에서 아직 입에 맞는 마제소바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반신반의했습니다. 예전에 부탄츄의 시즌 메뉴인 마제소바가 그나마 괜찮았는데 일본에서 먹어보고는 역시 차이가 크다 싶었거든요.
재료를 보면 파와 김, 고기, 향신료, 달걀 등 맛이 없기가 힘든 조합입니다. 이것들을 모두 비볐을 때 어떤 맛이 날까 싶었는데, 양념장 맛이 좋더라고요. 간이 좀 강해서 짭짤한데 고기 감칠맛과 김과 파의 향이 잘 어우러졌어요. 날달걀을 넣고 비비니 맛은 전혀 다르지만 마치 짜장면같은 수분감 있는 농도가 잇어서 쉽게쉽게 넘어갑니다. 가게에서 직접 뽑는다는 면의 식감도 쫄깃하니 이런 비빔면에 잘 어울립니다.
사실 마제소바는 이것 때문에 먹는 거죠. 면을 다 먹고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으면 면보다 더 맛있습니다. 비빔밥의 민족에게 이건 호불호가 있을 수 없겠죠. 서울에서 먹어 본 마제소바 중에는 가장 괜찮았습니다. 제 입맛에는 여전히 돈코츠 라멘쪽이 더 좋지만 가끔 별미로 이런 게 참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