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여행 둘째 날, 날이 화창해서 예정보다 많이 걸었습니다.
초당 순두부마을에서 아침으로 순두부 정식을 먹고 요즘 핫한 카페 툇마루까지 걸어가기로 했어요.
아쉽게도 제가 갔을 때는 툇마루가 한창 주목받을 때라 대기줄이 어마어마했고, 고민없이 발길을 돌렸습니다.
근처에 갈만한 카페를 찾다 발견한 곳이 초당 커피정미소. 이곳도 툇마루만큼은 아니지만 익히 이름을 들었기에 이번엔 여기 가 보기로 합니다. 오래된 느낌 물씬 풍기는 가게 외형도 맘에 들었고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예전에 실제 정미로소 쓰였던 건물이겠죠.
요즘은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해 실내를 꾸민 카페들이 많지만 이곳은 확실히 그런 곳과 다르겠죠. 실제로 정미소로 운영되던 곳이니 일부러 낸 오래된 분위기가 아닌 진짜 세월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입구를 찾는 데 애먹었는데, 겉으로 길게 보이는 건물 바깥면은 창문만 있고 안쪽으로 돌아가야 작은 문이 있습니다. 입구도 참 소박합니다.
안쪽에 들어서면 창고를 개조한 작업실에 온 것만 같습니다. 천장이 무척 어지러운데 정미소 시절 사용했던 장비들을 활용한 것일까요.
지붕은 나무로 엮은 전통적인 형태입니다.
벽면에 붙어있는 액자에서 이 건물을 리모델링한 건축가의 설명을 읽을 수 있어요. 과거 식량 증진을 목적으로 세워지고 운영됐던 정미소 건물은 5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재생의 시대에 맞춰 과거의 건물을 재활용한 이 건물이 자원은 적게 버리고 추억은 많이 남기는 곳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설명을 보고 실내를 둘러보니 내부가 다르게 보이죠? 테이블과 의자도 나무로 만들어졌고, 곳곳에는 나무를 심은 화분이 있습니다.
창으로 햇살이 들어와 안쪽을 밝힐 때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커피를 주력으로 파는 곳이지만 이날은 날이 좀 더워서 열기를 식히고자 아이스크림을 시켰습니다.
당시 한창 유행하던 흑임자 아이스크림.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오래된 공간에서 흑임자로 만든 디저트를 먹으니 여행 온 기분이 제법 나더라고요. 잠깐 들러 실내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