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음식이야 많지만 그 중에 저는 감자 옹심이와 막국수를 가장 좋아합니다.
특히 감자 옹심이와 감자떡 특유의 쫀득한 식감을 좋아해서 강원도에 갈 때면 꼭 한 끼는 찾아가서 먹고는 해요.
강릉에도 감자 옹심이 전문 식당이 골목마다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집이 이곳 아닐까 싶습니다.
이름부터 '강릉 감자 옹심이'니 마치 이 음식의 원조집인 것 같습니다.
가게 외관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간판에 적힌 방송 출연 내역만 봐도 긴 역사 속에서 인기를 끈 집인 것은 확실한 것 같네요.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가게 전경은 할머니 집에 놀러온 것 마냥 정겹습니다.
정리가 되지 않은 어지러움이 여행에서라면 멋과 여유가 되죠.
내부에 들어서니 이삼십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벽지와 장판, 낙서, 액자로 걸린 방송 출연 장면들이 이집의 유명세를 다시 한 번 손님들에게 각인시키고 있어요. 마치 '맛 없다고 느끼면 네 입맛이 잘못된 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가격은 위 사진과 같습니다. 순감자 옹심이가 9000원, 칼국수와 반반으로 구성된 감자 옹심이 칼국수가 8000원. 거기에 사이드 메뉴로 감자 송편이 있습니다. 저는 면을 좋아해서 감자 옹심이 칼국수를 주문했어요. 가격은 과거 리뷰를 봤을 때 6000원이었을 때가 있었는데 몇 년 새 많이 오른 것 같습니다. 9000원이면 도시와 비교해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니까요.
스테인리스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 낸 옹심이와 칼국수. 거기에 깨와 김, 파를 올려 심심한 맛에 자극을 더했습니다. 사실 이 깨김파 조합이 올라가면 어떤 음식이든 기본은 하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감자 옹심이 자체가 워낙 심심하고 순한 맛이라 이런 구성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먹고 나니 역시 없는 편이 옹심이 맛을 즐기는 데 더 좋겠다 싶습니다.
사실 특별한 맛이라기보단 일반적인 걸죽한 칼국수 맛에 간간히 면 대신 옹심이가 씹히는 정도였어요. 칼제비에서 수제비 대신 옹심이를 넣어 쫀득한 식감이 좀 더 입을 재미있게 해 준달까요. 강원도 고유의 맛이라고 하기엔 특색이랄 게 크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대신 양은 푸짐해서 다 먹고 나니 저녁때까지 배가 든든했어요.
감자떡을 좋아하는 제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감자 송편. 감자로 빚은 피 안에 팥소를 넣었습니다.
감자떡의 쫀득함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별미로 드시기 좋습니다. 사실 사이드 메뉴라고는 하지만 옹심이와 함께 먹기엔 그리 어울리지 않아요. 팥의 단맛이 강해서 후식이나 따로 먹는 간식으로 적합하게 느껴졌습니다.
기대했던 쫀쫀함은 충분했지만 조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떡의 식감이 다소 질척였고, 참기름인지 들기름인지 기름을 과하게 발라 몇 개 먹으면 곧 물리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먹고 나니 입안에 고소한 기름 향만 남더라고요. 담백한 옹심이 먹고 느끼함이 남으니 아쉬운 일이죠.
이런 집에 올 때마다 제가 하는 말이 있어요. '한 번은 와 볼만 하다.'
아무래도 일부러 다시 찾아갈 것 같진 않아요. 역시나 제 입맛이 잘못된 걸까요?